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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를 주문할 때 오렌지 쥬스도 같이 시키곤 한다.
물에 희석되지 않아 산미가 강한 에스프레소와 오렌지 쥬스는 꽤 잘 어울리는 궁합이다. 이걸 안지는 사실 얼마 되지 않았는데, 여행 와서 하루에 한 번은 카페에 가게 되니 거의 매일 마시는 세트 메뉴가 되었다. (하루에 두 번은 좀 과한 느낌이 있다. 그래서, ) 하루에 한 번 만날 수 있는 나만의 메뉴.
단, 조건이 있다. 그냥 오렌지 쥬스가 아닌 jus d'orange pressé 여야 한다는 것. 해석하자면 착즙 오렌지 쥬스 정도 되려나.
어렸을 때, 쥬스를 먹게 되면 무조건 오렌지 쥬스였다. 이유는 모르겠고.. 쥬스 = 오렌지 쥬스라는 공식이 있는 줄 알았지. 조금 큰 마트에 가면 포도나 사과가 있었고 ㅎㅎ
쥬스를 오렌지맛만 먹는 건 너무 재미없는 일 같았다. 마치 요거트는 딸기맛만 먹어야 하는 거랄까 (프랑스 다논에는 망고, 키위, 무화과, 배 등등 다양한 종류가 나온다. 집에 짐을 풀고서 물과 다양한 맛의 요거트를 사다 놓으니 그게 그렇게 든든할 수가 없다 ㅋㅋㅋ ) 무튼 그 이후로 내가 맛을 고를 수 있는 상황이라면 오렌지 아닌 다른 쥬스를 마셨다. 사과, 자몽, 토마토, 당근, 케일...
그러다가 언젠가 착즙으로 내려진 오렌지 쥬스를 마셨을 때 느꼈던 맛있음!!!! 은 어떻게 표현할 방법이 없었다. 여태 내가 마신 걸 '오렌지 맛'쥬스로 만들어 버리는 맛..
어제 아침을 먹었던 식당에서도 음료 메뉴판을 자세히 들여다보았던 건, 메인 메뉴보다 이곳에 오렌지 쥬스가 있는지 없는지의 여부를 보는 거였다. 대부분의 프랑스 카페에는 있는 메뉴인데, 이곳은 호주식 브런치 집이라 그런 걸까, 쥬스는 있다만 pressé 는 덧붙여 있지 않았다. 그냥 쥬스 치고는 좀 비싼 편이라 흠.. 일단 커피와 크루와상, 그리고 메인 메뉴를 시켰다. 계란과 시금치 크림으로 요리한 비건 요리였다. 맛있게 먹긴 했다만 S의 접시에 있는 잘라진 두툼한 베이컨을 집어 딸기 쨈을 올려 먹었다. ㅋㅋㅋㅋ (베이컨 + 딸기쨈 조합은 최고다. 꿀꿀)
그릇을 거의 다 비워갈 때쯤, 착즙이던 아니든 간에 먹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추가 주문을 했다. 식당 내부는 점점 사람들로 가득 차 있었고, 쥬스를 잔에 따라주기만 하면 될 텐데 그 잔을 받기까지 꽤 기다렸던 것 같다. 아니면 너무 먹고 싶어 기다리는 시간이 상대적으로 더 길게 느껴졌을 수도 있고.
긴 기다림 끝에 서버가 가져다준 쥬스는 !!!! 착즙 쥬스였다. 행복... 그래서 한잔을 마시고 또 마시고 또 마셨다. 너무 행복해 보였는지 S는 웃으며 행복한 나를 담기 시작했다.
맞춤법상 '주스'가 맞다만 쥬스는 쥬스여야 할 것 같아서 굳이 고치지 않으려 한다. 그나저나 이 글엔 '쥬스'라는 단어가 몇 번이나 쓰였을까나 ㅎㅎㅎ
+ 엊그제 palais de tokyo에서 새로운 작가를 알게 되었는데, 창작자의 고통이랄까 ㅋㅋㅋㅋ 너무 익살맞게 상황을 잘 그려놓아 전시된 100장의 작품을 꼼꼼히 다 둘러봤다. 아래 몇 장을 첨부하며 정말로 글 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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