삐삐가 집에 처음 온 날
시스터
자매를 부러워하던 나는
서른에 여동생을 얻었어요
갈색머리에 곱슬이 심한
눈코입이 새카만
기분이 좋으면 시도 때도 없이 흔드는
기분이 안 좋으면 소변을 흘리는
나는 이제 마흔이에요
우리 둘 다 흰머리가 생기고
걸음이 느려졌고 약을 먹어요
나는 동생의 건강을 살피고
동생은 내 영혼을 챙겨요
남동생 밖에 없어서 자매가 있었으면 했어요.
자매와 친구처럼 잘 지내고 평생 동반자처럼 지내는 모습을 보면 참 부러웠답니다.
삐삐가 온 날 드디어 여동생이 생겼습니다.
비록 작고, 털도 많고, 말도 못 하지만 늘 제 곁에서 동생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어요.
고구마 삶는다고 냄비 태울뻔한 적 있는데 그때 삐삐가 심각하게 냄새 맡아서 겨우 불을 껐고요.
회사 생활이 너무 힘들어서 처음으로 밤에 삐삐 붙잡고 하소연을 했더니 평상시 절대 들어가지 않던 곳에 들어가서 상자에 있는 치약을 꺼내 물었더라고요.
다음날 그걸 발견한 저는 삐삐가 잘못될 까봐 회사에 가지 않았고요.
그 일로 수습기간까지만 회사를 다니게 되었어요.
그래서 저는 자유로워졌고, 실업급여도 받을 수 있었습니다.
아마 그런 회사는 그만두는 게 맞다고 판단한 삐삐의 계획이었던 것 같습니다.
해피엔딩이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