씩씩한 갈푸족의 후예 삐삐
라떼는
언니가 무거운 가위에 눌릴까
꼬마 개는 이불 안에서
보초를 섰더랬지
용맹했던 무사를 무찌를
이는 없었어
이제 개는
베개에 머리를 뉘고
언니와 등을 맞대고 자
언니 숨소리를 삼키고
큰 숨을 내쉬는 작은 친구가 되었지
가끔 옛날이 그리워 잠 못 이루면
자고 있던 언니가 꿈꾸듯 이불을 열어 주고
다시 옛날의 영광을 위해
발을 깨끗이 핥고 준비한 개에게
그만 잠이 먼저 찾아와 버린 거지
어렸을 때부터 자주 가위에 눌렸어요.
중국에 갔을 때도, 덴마크에 갔을 때도 장소를 가리지 않고 잘 눌렸어요.
옆에 있는 친구에게 잠들면 깨워달라고 했는데 가위에 눌려 겨우 깨어나 왜 안 깨웠냐고 물으니
너 웃고 있었다고 말했던 기이한 경험도 있고요.
삐삐를 키우고 나서는 한 번도 눌린 적이 없습니다.
강아지가 귀신을 본다는 소리를 믿게 되었어요.
삐삐는 이불을 들어주면 그 안에 들어가 발사탕 좀 핥다가 잠이 드는데요.
잠결에도 삐삐가 옆에 와있으면 이불을 들어주는 게 습관이 되었죠.
그런데 올해 4월부터 저랑 같이 베개를 사용하더라고요.
한베개를 쓰는 사이가 된 거죠.
한 이불, 한베개 이건 부부보다 더한 사이 아닌가요?
이불에 들어갈 때도 신체 일부분은 꼭 제 몸과 맞대서 자고
베개에서도 제 머리카락 깔고 잘 때도 있으니까
강아지부적인가 싶기도 하고요.
이상 강아지를 키우면 좋은 점 백만 스물두 가지 중 하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