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야의 재료와 도구
[어린이작업실 모야의 비밀]은 도서관 속 어린이작업실 '모야 MOYA'를 만드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합니다. 어떤 팀들이 모여 어떤 고민을 하며 어떻게 만들었는지, 의도와 시도를 담은 과정을 상세히 기록합니다. 어린이작업실이라는 공간이 궁금하신 분, 다양한 형태의 도서관의 변화를 상상하는 분들께 구체적인 영감이 되길 바랍니다.
안녕하세요.
물고기에게 바통을 건네받은 상호입니다.
저는 모야의 재료와 도구에 대해서 얘기해보려 합니다.
Chapter 1. 모야가 시작된 모양부터 읽으려면 여기를 클릭하세요.
모야에서 사용되는 재료와 도구를 어떻게 구성할지에 대해 아이디어를 짤 때 '재료의 한정성'에 주목했습니다. 대부분의 경우에 어린이의 만들기에서 사용되는 재료는 한정되어 있다고 봤기 때문입니다.
종이, 가위, 접착제 등의 재료는 안전상의 이유와 가장 쉽게 구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 많이 사용되는 재료입니다. 모야에서 만큼은 기존에 자주 접했던 재료뿐만 아니라 쉽게 만지기 어려운 재료들과도 친숙해져서 아이들 각자의 개성에 맞는 만들기를 즐길 수 있는 실험실 되기 바랬습니다. 따라서 전자부품뿐만 아니라 나무재료, 아크릴 등 다양한 분야에서 사용되는 재료를 생각했습니다.
또한 우리 일상생활 속의 물건들도 살펴보면 훌륭한 재료가 될 수 있습니다. 그런 면에서 아이들이 집 안밖에서 재료를 직접 수집하고 모야에서 그것을 만들기에 잘 활용할 수 있도록 공간을 마련해주었습니다.
: 채집 재료는 아이들이 자연에서 직접, 쉽게 채집할 수 있는 자연재료입니다. 솔방울이나 낙엽과 같은 계절성 재료나 일상에서 채집할 수 있는 길에 떨어진 단추, 나사, 끈 등이 포함됩니다.
: 일상생활에서 한번 쓰고 버려지는 것들에 해당됩니다. 작은 손들이 재활용성을 고려해보고 자원을 소중하게 생각할 수 있게 합니다.
: 매번 모아 비축해두기에는 부피가 크거나 그 쓰임이 한정되어 있지만 작은 손들이 흥미를 느낄만한 재료를 말합니다.
이러한 재료들을 바탕으로 여러 이벤트도 생각할 수 있습니다.
[이상한 재료의 날]
작은 손들이 이상한 재료를 가지고 와서 소개하고, 그것을 활용해 제작하는 날입니다. 소개할 때는 수집한 날짜와 장소에 대한 이야기도 하게 해 주세요. 태평양을 건너서 온 물건이면 더 희귀하다고 생각하지 않을까요?
[하나만 쓰는 날]
특정 재료만 가지고 오는 날을 정해서, 그 재료만으로 무언가 만들어보는 시간입니다.
[이달의 재료]
작은 손이 신청하는 재료를 기록, 매달 새로운 재료를 준비합니다. 신청 항목 중 하나를 오른손이 선정하거나 머드룸에 목록을 작성하고 직접 투표하게 해 주세요.
또 다른 '재료의 한정성'은 요즘 많이 사용되고 있는 '만들기 키트'에서 찾았습니다.
성인에게도 비싼 레고 만들기 키트에서부터 과학 키트까지, 분야를 막론하고 다양한 만들기 키트들이 집안에서뿐만 아니라 학교에서도 많이 사용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만들기 키트는 아이들이 접하기 힘든 재료를 경험할 수도 있고, 난도 높은 만들기에 쉽게 접근할 수 있어 여러모로 좋은 이점이 있습니다만,
한정된 결과물이 정해진 키트 재료에서는 그 목적 이외의 만들기는 어렵습니다.
레고 시티 키트로 경찰서나 공항 등을 만들 수 있지만 소방서나 항구를 만들 수는 없습니다.
어릴 때 (요즘에는 레고 클래식으로 불리는) 레고 블록만으로 자동차도 만들었다가 비행기도도 만들었다가 궁전을 만든 것처럼 할 수 없지요. 혹은 자동차와 비행기를 겸한 궁전을 만들 수도 없지요.
모야의 재료와 도구를 생각할 때 이러한 만들기의 목적성에 한계를 두지 않도록 즉, 한 가지 결과물을 만들어내야 한다는 한정성을 느끼지 않도록 '원재료'화 했습니다. 레고 블록처럼요.
원재료화는 결과물이 한 종류여야만 한다는 의미뿐만 아니라 어떤 결과물이 있어야 한다는 목적성도 배제합니다.
이렇게 준비된 재료가 아이들끼리 잘 관리되고, 그것이 딱딱한 규칙이 아닌 재미있는 놀이로 느껴질 수 있는 방법은 없을지 고민했습니다.
모야 작업장에 들어온 순간 아이들은 장바구니를 하나 들고 장을 보듯 재료를 고릅니다.
장을 볼 때 정해진 예산에 맞춰서 구매하듯이, 작업장에 온 아이들은 한번 담는 바구니에 200g 이하로만 담도록 약속을 했습니다.
항상 적합한 재료가 있을 수는 없습니다. 적당한 재료가 없을 때는 그것과 비슷한 것으로 대체해서 사용하면 됩니다. 일례로 갑자기 방석 만들기 열풍이 불어서 솜이 부족하는 날이 오면, 그것을 대체해서 신문지로 사용하게 합니다.
사용하고 남은 재료 중 버리기는 아쉽거나 누군가가 다시 사용할 수 있다고 생각이 들면 숙련자에게 양보하는 상자를 만들었습니다. 다양한 재료가 혼재되어 있으므로 자석으로 낚싯대를 만들어 낚아 올린 재료만 사용하거나 숙련자의 상자 속 재료만으로 무언가 만들어보는 식의 미션에 활용하실 수도 있습니다.
이제 재료는 정해져 있고 도구를 정해야 했습니다.
도구를 준비하는데 가장 고민했던 점은 안정성과 다양성 사이의 조율이었습니다.
다양한 재료에 맞춰 그에 필요한 도구를 구비하고 싶지만 아이들이 직접 다루는 도구인 만큼 안정성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에 반해 안정성을 너무 중시하다 보면 도구의 종류가 한정되고 재료에 효과적인 도구를 사용하지 못하게 되면서 아이들의 흥미를 떨어뜨리는 상황이 만들어질 수도 있습니다.
같은 연령이라고 해도 성장발육 정도에 따라 아이들이 사용할 수 있는 도구가 천차만별이기 때문에 아이들의 호기심을 증진시키면서 안전할 수 있는 정도가 어느 정도일지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그러는 중 드는 생각이 "모두에게 적합한 도구란 과연 있을까?"였습니다.
모야작업장에는 나무 재료와 그것을 자를 수 있는 도구가 있습니다. 나무를 자르고 가공하는 작업은 아이들이 흔히 경험할 수 없어서 그런지 인기가 많습니다. 처음에는 다들 별 모양을 자르고 싶어 하거나 원을 반듯하게 자르고 싶어 하지만 막상 직접 자르다 보면 1cm 정도 자르는 일도 만만치 않은 일이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그러다 보니 몇몇은 작업을 포기하기도 하고, 몇몇은 도움을 요청합니다. 그리고 어떤 몇몇은 하루 종일 자르고 있는 모습을 발견하기도 합니다. 작업을 포기하더라도 괜찮습니다. 자신에게 맞는 다른 재료와 도구를 찾아 만들면 되니까요. 도움을 요청하는 건 한정되어 있습니다. 톱 같이 위험한 도구는 빨간색으로 칠해진 안전 테이블에서 안전 장갑을 착용하고 사용해야 한다는 점을 명시하는 것 외에 오른손이 도움을 줄 수 있는 건 '좀 더 잘 자를 수 있는 방법은 뭐가 있을까?'하고 격려하는 것뿐일 겁니다. 비록 오늘은 나무만 자르고 마쳤더라도 이 과정 또한 다음 목공 작업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하기에 오래 걸리는 것에 대해서 관여하지 않습니다.
시간이 걸리더라고 시행착오를 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주고 싶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모야에서는 완벽하게 도구를 사용하기보다는 어설프더라도 자기만의 방식으로 도구를 사용하는 것을 더욱 응원하기로 했습니다.
장난감에 나사를 빼는 데 있어서 손으로 돌리는 드라이버가 오래 걸리면 전동드라이버를 사용하여 좀 더 쉽게 사용수 있습니다. 하지만 처음부터 전동드릴을 써 버릇한 아이들은 드라이버에 나사를 제대로 누르지 않고 돌리기에 나사가 갈려지기 십상입니다. 그럴 때는 수고스럽더라도 손으로 먼저 드리이버를 돌려보고 그다음에 전동드라이버를 사용하도록 권했습니다. 손으로 먼저 나사가 돌아가는 것을 확인하면서 도구의 원리를 먼저 파악해보면서 적합한 도구를 선택할 수 있는 힘을 만들어주고자 했습니다.
모야를 운영하시는 분들의 가장 큰 고민 중 하나는 도구의 사용법이 익숙지 않은 것이었습니다.
생소한 도구들을 아이들에게 알려줘야 한다고 생각하니 막막함이 들었을 것이라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모야에서는 배우는 이도 가르치는 이도 없기 때문에 너무 부담 갖지 않으셔도 된다고 말씀드립니다.
그리고 대부분의 경우 도구를 사용 못하는 경우가 도구를 사용할 일이 없었기 때문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렇다면 도구를 사용할 일이 많아지면 자연스럽게 도구와 친숙해지겠죠. 그래서 일부러라도 도구를 사용할 일을 만들어 보시라고 권했습니다. 집에서 안 쓰는 전자제품 있으면 여기 와서 뜯어보시면서 연습해보라고 했습니다. 그렇게 다하 보면 그렇게 되면 그 도구들이 나의 일상생활로 들어올 것이고 활용할 수 있는 일들이 많다는 것을 경험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인터넷으로 도구를 주문하다 보면 특정 색상이 많이 쓰인 다는 것을 느낍니다. 아마도 도구를 사용하는 사람의 이미지가 고정돼있다 보니 그런 특정 색상의 제품이 많이 나왔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러한 고정된 이미지에서 벗어나면서 실험실에 색깔을 더하기 위해 다양한 색상을 도구에 배치하면서 이를 선택하는 아이들이 좀 더 친숙해지기를 바랐습니다.
만드는 날도 있지만 재료나 주변 물건을 관찰하는 것도 모야에서 할 수 있는 일입니다.
그래서 특별히 재료에 특징을 파악할 수 있도록 측정하는 도구들도 준비했습니다.
재료의 무개를 잰다던가,
확대해서 본다던가,
전기가 통하는지 확인해본다던가,
뜨겁다던가 등등 다양한 탐구를 할 수 있습니다.
글 _ 상호(릴리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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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작업실 모야'는 릴리쿰, 씨앗재단, 씨프로그램이 함께 만든 도서관 속 어린이작업실로 집이나 일상에서 떠오르는 영감과 호기심을 손으로 표현해보는 '작업'을 위한 공간입니다. 어린이작업실 모야가 도서관을 찾는 또 다른 이유가 되고, 일상에서 창작하는 자신감을 북돋아주는 제3의 공간이 되길 바랍니다. 모야의 소식이 궁금하다면 [어린이작업실 모야의 비밀] 매거진을 구독해주세요!
*이 글에 사용된 이미지의 저작권은 릴리쿰, 씨프로그램, 도서문화재단 씨앗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