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남친들의 SNS를 보다가 밤을 새웠다

by 일개의 인간

통역 일을 시작한 이래로 아침 기상은 꿈도 못 꿔본 1인이지만, 벌려놓은 일이 많다 보니 반강제적으로 충실히 이행하고 있는 요즘이다.


문제는 이렇게 일어나면 밤엔 제시간에 자야 할 텐데, 이것저것 핑계로 잠을 미루다 보니, 때를 놓쳐 못 자는 반복되는 루틴으로, 내 wish list 첫 줄에 항상 자리 잡고 있는 '잠 제때 자기'는 기별 없는 wish가 되어가고 있을 무렵이었다.


평소 주중에는 일거리를 집까지 끌고 와서 밀린 일을 처리하느라 잠을 못 자고, 주말은 주중에 못 잤던 잠을 몰아서 자고 나면 순식간에 사라져 있다. 연구직에 있는 K양의 말에 의하면, 잠을 못 자면 뇌에 있는 알츠하이머 관련된 쓰레기를 못 치운다고 하던데, 어젯밤은 한때 나의 남자였던 남들이 보여주는 반짝한 삶이 밤새 나를 붙잡아 나의 알츠하이머 확률을 높이는데 박차를 가했다.


전 남친들의 SNS를 보다가 밤을 새웠다. 손가락 하나로 피드를 올렸다 내렸다, 네모난 화면에 몰린 눈을 해서 코를 박고 밤을 지새우고 나니, 목과 어깨 주위로 단단하게 뭉친 근육들이 찌릿찌릿 저려온다.


SNS를 보다 보면 누군가와 내 인생을 비교하며 한탄하는 게 되게 쓸데없이 느껴지면서, 동시에 '다른 사람 인생도 나와 매한가지다'라고 의미 없어하면서도 부러움을 감추지 못한다. 다들 각자의 삶을 사는 거고 부러 울 순 잇지만, 찰나의 감정으로 삼는 게 질적으로 나은 방법이긴 하나, 열지 말아야 할 판도라의 상자는 이미 열린 상태였다.


겉으로 보기엔 멋져 보일지 모르지만 잘 나가다가도 안될 땐 죽어라 안되고, 시기마다 한 번씩 약속이라도 한 듯 찾아오는 나의 비루한 삶을 마주할 때면 숨이 턱턱 막혀 온다.


그때마다 머릿속에 불현듯 떠오르는 전 남친의 존재들, '잘 살고 있나' 하며 손수 차단한 SNS 계정들을 하나씩 풀어가며 염탐하는 꼴이란, 피드를 쭈-욱 내리면서 나 자신 스스로 뭐 하고 있나 싶지만, 한편으로는 '넌 잘 사는구나' 하고, 또 한편으로는 '나한테 그렇게 상처 주고 밥은 잘 넘어가디' 하며 그때의 쓰렸던 속을 박박 긁어놓는다.


원래 SNS는 포장이다. 화장한 얼굴도 그들의 얼굴이고, 화장 지운 얼굴도, 술 먹고 팅팅 부은 얼굴도 그들의 얼굴이지만, 다들 SNS에는 화장한 얼굴만 대체로 올린다. 이걸 알면서도 보게 되는 건 대체 무슨 심리 일까, 대리만족인가 아니면 반대로 대리 불만족인 건가, 만약 아직도 상처 받은 마음이 씻겨지지 않아서 그 여파로 인해 대리 불만족을 시행하고 싶다고 치자. 그렇다면 나는 그들이 보여주는 불행한 삶에 만족했을까? 위안을 얻었을까?


'타인도 똑같다. 그 사람들도 자기만의 불행이 있고 그게 나와 결이 다른 것 일 뿐이다. 타인의 불행과 내 불행을 저울질해서 '내 것이 더 큰 거야'라고 생각이 들면, 그건 그게 내 인생이라 더 크게 보이는 거다.' 이렇게 마음을 내려놓고 각자의 삶에 주어진 '내 인생 살기'의 미션을 수행하며, 붓다처럼 구루의 삶을 살고 싶지만, 차라리 굴러 버리는 게 더 나을 듯하여 난 그동안 철통 방어로 꽁꽁 싸맸던 내 자존감을 단 번에 벗어던지고 밤 새 바닥을 구르고 굴렀다.


허망하기만 한 지난밤을 곱씹으면서 멍한 정신 상태로 나갈 채비를 한다. 초점 없는 눈과 터질 듯한 부은 얼굴로 평소보다 더 일찍 집을 나왔다.


여전히 낮은 덥지만, 계절은 못 속인다고 입추가 지나니 신기하게도 이제는 제법 아침저녁으로 바람이 분다. 지하철을 타니 칸칸마다 사람들이 빼곡히 차있다. 빈자리에 엉덩이를 비집고 앉자마자 잠이 쏟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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