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우울해서 밤에 잠을 못 잔다. 잠을 못 자는 물리적인 체력 고갈이 정신에 미치는 영향은 상당하다. 십 대 이십 대가 유독 힘든 건, 그 이후 시절이 안 힘들고 그 시절만 유독 힘들어서가 아니라, 그 시절에 자기 자신과 자신의 인생에 너무 많은 의미와 가치를 부여해서 그렇다고 한다. 하지만 철학자가 될게 아닌 이상, 내 인생에 관해서 일어나는 일들에 너무 큰 의미를 부여하거나, 원초적인 의미를 찾으려 하는 건 스스로를 힘들게 만들 뿐 이득 될 게 없다.
현재 삶 자체가 당장 변하지 않는 이상 나 혼자 생각하는 건 부정적인 순환고리를 끊어 내는 데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 고리를 끊기 위해선 지속적으로 누군가와 대화를 하고, 의식적으로 사고하는 방향을 다른 쪽으로 트는 훈련이 필요하다. 그 외 필요하다면 다른 전문가와 연결해서 약을 처방받을 수도 있다. 다리가 부러지면 저절로 낫겠지 하는 게 아니라, 수술을 하든 부목을 대든 깁스를 하든 해서 도움을 받고 뼈를 붙이고 재활 훈련을 하듯이 지금의 내 심리상태도 그런 재활훈련들이 필요하다고 느낀다.
그나마 이런 문제의식이 가능할 땐, 과거로 돌아가 어린 시절 나의 배경이나 부모와의 관계들을 이성적으로 들여다볼 수 있게 된다. 만약 그게 문제라면, 분명 그로 인해 일어나는 감정의 작용들이나 사고의 습관 같은 것들이 있겠지만, 동시에 그걸 핑계로 삼아 그거랑은 별개로 나에게 생기는 문제들을 덧씌워 '그게 원인이라 이런 거다'라고 납득해버리는 것일 수도 있다.
특히나 부모와 관련된 문제들은 정확한 해결 방법이란 딱히 없어 보인다. 가능한 한 객관적으로 보고 이해를 하고 싶었지만 지금은 그 시도 조차 하지 않는다. 의외로 '객관적이지 않은 시선으로 해결되지 않는 인생의 과제다' 하고 그대로 두는 것도 일종의 방법인 것 같다.
어쨌거나 인생에 있어서 부모 Issue라던가 Relationship에 관한 부분에 있어서 다음 단계로 나아가고 싶을 땐, 긴 세월을 살면서 깨우쳐지는 방법과 심리상담이나 정신과 상담 같은 전문가의 조언을 통해 바꿔보는 방법, 종교나 사이비 또는 죽었다가 살아나는 유사 죽음체험에 의해 인생의 관점을 바꾸는 방법 등등이 있지만, 보다시피 어느 하나 쉬운 게 없다. 중요한 건 저 문제가 해결된다고 해서 내가 지금 안고 있는 모든 문제들이 다 해결되지는 않는다는 사실이다.
인생에는 좋은 시기가 있고 나쁜 시기가 있다고 한다. 좋을 때는 그 시기에 맞는 꿈이든 희망이든 품었다가, 그러다 또 나쁠 땐 오만 욕 다하면서 '꿈이고 나발이고 인생은 절망이다' 이러면서 다 포기했다가 죽을 때까지 이 두 개를 반복하며 살 것이라 하던데 삽질도 아닌 똥칠을 하고 있는 것 같은 이 생활은 언제쯤 좋은 시기를 맞이 할 수 있을까.
힘든 시기는 버티는 것만으로도 잘하고 있는 거라고 위로를 한다. 가끔은 중심을 못 잡고 뒤로 조금씩 밀려나기는 해도, 버텨내는데 에너지를 다 써버려서 티가 안 나서 그렇지, 버티는 거 자체가 엄청나게 살아내고 있는 중인 거라서, 삽질이든 똥칠이든 어쨌든 버티니까 이곳에 있는 거라고, 안 버텼으면 더 나락으로 떨어지는 거고 더 힘들어지는 거라고, 스스로를 다독이며 힘든 상태에 집중해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