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춘기를 겪는 아이에게 부모가 가져야 할 시선

사춘기 꽃이 피기 위해 필요한 네 가지 힘

by Remi


'사춘기 딸에게 힘이 되어주는 부모의 말공부'

책을 읽다가 사춘기 초기 증상에 관한 부분에서

한동안 페이지를 넘기지 못했다. 사춘기는 어느 날 갑자기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 대개 초등 중학년 무렵부터 서서히 모습을 드러낸다고 했다.


말투가 조금씩 달라지고 대답은 하면서도 행동으로 옮기지 않으며 괜히 건방져 보이는 태도를 보이기도 하고 부모의 말에 토를 달기 시작하는 시기.
숙제보다 놀고 싶은 많이 앞서고, 해야 할 일은 미루면서도 정작 무엇을 해야 할지 몰라 우왕좌왕하는 모습이 잦아진다. 어릴 때는 새벽같이 일어나 나를 깨우던 아이가 어느 순간 아침마다 이불속에서 나오기 힘들어하고 방 정리를 하라고 하면 대답만 하고 움직이지 않기도 한다.



읽다 보니 책 속의 문장들이 남의 이야기가 아니라
요즘 우리 집 풍경과 너무도 닮아 있었다. 특히 딸을 보면서 '이게 사춘기의 시작인가' 하고 혼자 생각하는 순간이 부쩍 많아졌다.


예전 같으면 엄마 말에 고개를 끄덕이던 아이가
요즘은 자신의 생각을 또박또박 말한다. 내가

틀렸다고 생각하면 그 자리에서 그냥 넘어가지 않는다.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 설명하고 납득이 될 때까지

말을 이어간다. 말을 하는 태도도 달라졌다. 어릴 때의 말투가 부드럽고 순한 물결 같았다면 요즘의 말투는

조금 더 단단해지고,

조금 더 직선적이고,
조금 더 자기중심적이다.


그래서 가끔은 아이를 상대하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와 논쟁을 하고 있는 기분이 들 때도 있다.
나 또한 쉽게 물러서지 않는다. 엄마라는 위치를 지키려는 마음과 아이에게 휘둘리고 싶지 않은 마음이
묘하게 뒤섞이면서 말이 길어지고 표정이 굳어지고,
공기가 서늘해진다.

하지만 결국 먼저 마음이 풀리는 쪽은 늘 나다. 아이의 말이 더 논리적일 때도 있고 내가 괜히 감정적으로 반응했다는 걸 깨달을 때도 있다. 그리고 내가 먼저 안아주면 조금 전까지 눈을 흘기며 말싸움을 하던 아이가 언제 그랬냐는 듯 내 품 안으로 쏙 들어온다.


그 모습이 너무 익숙해서 나는 아직도 이 아이가
완전히 자라지 않았다고 믿고 싶어진다.

하지만 책을 읽다가 한 문장에서 생각이 멈췄다.


사춘기는 문제가 시작되는 시기가 아니라
꽃이 피기 시작하는 시기라는 문장이었다.


그리고 그 꽃이 건강하게 피어나기 위해서는
아이 안에 네 가지 힘이 자라고 있어야 한다고 했다.


자기 주도성
자기 조절력
자기 효능감
그리고 회복탄력성.


그 문장을 읽는 순간요즘 딸과의 시간이 조금 다르게 보이기 시작했다.

자기 주도성.
스스로 생각하고
스스로 선택하고
스스로 결정하려는 힘.



요즘 딸이 엄마 말에 바로 따르지 않고 자기 생각을 끝까지 말하려 하는 모습이 바로 그 힘이 자라고 있는 과정일지도 모른다.



자기 조절력.
하고 싶은 대로만 하던 시기를 지나
스스로 마음을 다잡고
행동을 조절하는 힘.


감정이 올라오면서도 울지 않고 말로 표현하려 하는 모습이 어쩌면 그 연습일지도 모른다.



자기 효능감.
나는 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믿음.


엄마에게 기대기보다 스스로 해결하려 하고 틀렸다고 생각하면 끝까지 자신의 생각을 말하려는 태도는
아이 안에서 자라고 있는 자신감의 흔적일지도 모른다.


회복탄력성.
부딪히고
속상하고
실수하고
다투고 그래도 다시 일어나
다시 웃을 수 있는 힘.


조금 전까지 나와 말싸움을 하다가도 내가 안아주면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웃는 그 모습이 바로 그 힘이 자라고 있다는 증거처럼 느껴졌다.



그동안 나는 아이의 변화를 문제로만 보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말이 많아졌다고, 고집이 세졌다고, 예전 같지 않다고, 괜히 예민해졌다고.

하지만 어쩌면 그 모든 모습은 꽃이 피기 전 줄기가 단단해지는 과정일지도 모른다.

사춘기는 부모에게도 낯설고 아이에게는 더 낯선 시간이다. 그래서 우리는 서로를 이해하지 못한 채
가끔씩 부딪히고, 괜히 서운해하고, 괜히 마음이 상한다. 하지만 생각해 보면 이 시기는 아이의 삶에서
가장 중요한 계절일지도 모른다.


스스로 서는 법을 배우고
감정을 다루는 법을 배우고
자신을 믿는 법을 배우고
넘어졌다가 다시 일어나는 법을 배우는 시간.


그래서 요즘 딸과 밀당을 하다가도 문득 마음이 누그러진다. 지금 이 아이는 나를 거부하는 것이 아니라
자라나는 중일지도 모른다고. 그리고 나는 그 꽃이 잘 피어날 수 있도록 햇살이 되어주고 바람이 되어주고
때로는 그늘이 되어주면 되는 거라고.



사춘기는
폭풍이 아니라
개화의 시간이라고 했으니까.



화, 수, 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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