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욕탕
지난 5월에 암수술을 한 이후, 방사선 치료까지 끝내고 회복에 힘을 쓰면서 아쉬웠던 것은 자주 가던 목욕을 못 간 것이다. 내가 사는 곳이 온천으로 유명한 곳이기도 하고 어릴 때부터 목욕문화가 너무 자연스럽게 내 일상에 자리를 잡았다. 유학할 때도 사우나가 너무 그리워서 마침 방학이라고 놀러 온 친구와 라스베이거스로 놀러 가서 하루의 대부분을 사우나 (MGM호텔이었나?)에서 시간을 보낸 적도 있다.
한국에 돌아와서는 시간 여유가 있을 때마다 목욕탕에 가서 사우나에서 몸을 지지? 고, 탕에서 "청~산~~..."이라고 알지도 못하는 옛구절을 속으로 되뇌며 스트레스도 풀곤 했었다. 그래서 목욕탕은 긴장이 많은 나에게 종종 몸과 마음을 풀어놓는 중요한 장소이다.
수술하고 몇 달을 참고 참다 얼마 전부터 다시 사우나에 들어가기 시작했다. 사실 방사선을 쏘인 곳은 여전히 열감이 있어서 뜨거운 열기는 피하는 것이 좋다. 들어가서도 신경 쓰이기는 하지만 그 뜨끈한 곳에서 땀을 흘리는 즐거움을 포기할 순 없다.
오랜만에 간 목욕탕은 여전했다. 아마 목욕탕이면 어디든지 터줏대감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을 것이다. 여기도 그러하다. 특히 특정 시간대에 맞춰서 오고 가는 그룹들이 형성되어 있어서 사우나에 앉아 있으면 그들이 인사를 주고받고 하루 동안 있었던 온갖 소문과 사건에 관한 정보를 공유하는 것을 들을 수 있다 (이게 사우나의 묘미이다 ㅎㅎ)
연예인 이야기부터 누구네 집에 딸이 신혼여행을 어디로 갔는지, 얼마나 경비를 아껴 야무지게 다녀왔는지, 누구는 입술필러를 맞은 지 몇 주가 되었다든지, 이번 김장은 몇 포기를 했는지 등등 일상의 이야기들을 얼굴에 수건을 싸매고 (내 얼굴을 싸매고 있어서 누가 무슨 말을 했는지 알지도 못한다 -_-) 눈을 감고 모르는 척 들으며 평범한 이들의 즐거웠던, 슬펐던, 분노했던 감정에 혼자 공감도 해본다.
물론, 터줏대감 중에 센 언니들도 있다. 그들은 이야기 중에 육두문자 욕도 섞어가며 며칠 전에 택시기사와 싸운 이야기, 남편과 한판 붙은 이야기들을 찰지게, 그리고 무섭게 (덜덜) 이야기한다.
목욕탕으로의 복귀는 다시 나의 본래 일상으로 돌아가는 한걸음이 달성되었음을 알려준다. 그리고 지난주에 다시 이름을 약간 변경한 새 사업자등록증을 받았고, 이제 센터 청소와 정리를 시작으로 진짜 일상복귀의 마무리 단계로 들어가야 한다. 그간 너무 잘 쉬었고, 하고 싶었던 것들 마음대로 실행도 해본 시간이었다.
매일 늦게까지 자고 느리게 생활하던 패턴에서 벗어나려면 작은 고통이 따르겠지만 금방 적응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