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멀리스트에 한 걸음 다가가기
유튜브를 보다가 우연히 00 다큐, 하나뿐인 지구(물건 다이어트)를 보면서 소유에 대한 생각을 한 번 해보게 되었다.
그 프로에 나오는 혼자 사는 일본남자 사사키의 집에는 정말 아무것도 없었다. 본인을 미니멀리스트라고 소개를 하는데 가구도 없고 딱 필요한 이불, 옷 몇 개, 가방, 식기도 딱 쓸 만큼만 있는, 어떻게 보면 그냥 이사 가기 전 비어 있는 아파트 같았다.
사사키가 다니는 회사도 보여줬는데 주변 동료들 책상과 비교해 본인 책상은 압도적으로 깨끗하다 못해 기본 컴퓨팅 기기 외에 아무것도 없었다. '혹시 그만둔 거 아닌가' 라는 생각을 할 정도로 책상에 아무것도 없다고 한 동료의 인터뷰가 웃겼다.
생활을 보니 비누 없는 세수를 하고 얇은 수건으로 얼굴, 발을 닦은 후 바로 빨아서 말린다. 수건이 하나뿐이라고 한다. 식탁도 없는데, 낡은 서랍장이 1인다역을 한다. 서랍장은 밥상으로도 쓰고, 서랍장으로도 쓰고, 높은 곳에 있는 물건을 꺼낼 때 받침대로도 쓴다고 한다.
사사키는 적은 물건으로 살게 되면 물건에 대한 가치를 다시 생각하게 된다고 한다. 더 소중하고 유용한 물건에 감사하게 되고 더 아껴 쓰게 된다는 것이다.
이 프로를 보고 온갖 잡동사니와 뭐든 넘치게 있는 것들로 수납장이 지저분한 나를 보니 뭔가를 해야만 할 것 같았다.
헌데 마침 이 시기에 버릴 기회를 못 찾아서 어쩌다 두 개가 되어 자리를 차지하던 체중계 하나가 스스로 정리를 해주었다.
약속이 있어 나갈 준비를 하는데 바로 옆에서 퍽! 소리를 내며 체중계가 혼자 터져버렸다. 황당했지만 시간이 없어서 그대로 두고 외출해서 일을 보고 돌아와 찾아보니 종종 강화유리가 혼자 터지는 일이 있다고 한다.
생각해 보니 예전에 센터에 오던 학생이 욕실에서 샤워하다가 파티션 유리가 혼자 우르르 깨져서 몇 군데 꿰맨 일이 있었다. 아마 이런 드물게 일어나는 일 중의 하나였을까 싶다.
어쨌든 아주 산산조각 난 곰 얼굴을 보니 내가 몸무게를 재고 있었을 때 터졌다면 어쩔뻔했나라는 서늘한 생각이 들었다. 강화유리공포가 생긴 나는 다른 강화유리 체중계는 멀리 보관해 두고, 강화유리가 아닌 아날로그 체중계를 주문했다 (이래서 나는 미니멀리스트가 못되는가 부다). 눈금이 작아서 서서 잴 때 보면 아주 자세하게 보이지 않는 게 흠이긴 하지만 안전을 확보했다는 기쁨이 있다.
그래도 사사키의 미니멀한 라이프 다큐를 봤으니 나도 버릴 것은 버려야 했고 겨울옷들을 꺼내는 시기라 언젠가는 입어야지 하고 두었던 옷들도 조금 정리를 했다. 사실 예전부터 버리려고 내놓은 사기 접시와 후라이팬이 있긴 한데 버리는 방법이 귀찮아서 못 버리고 있다. 정리도 부지런해야 한다.
내게 필요 없는 것들을 움켜쥐고 있으면 무엇하랴... 2025년도 한 달이 채 안 남았는데 조금 더 부지런을 떨어서 비울건 비우는 마무리를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