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름길을 찾다가 결국 제자리로
인터넷에 한번만 검색해보면 위험하다는걸 다 알 수 있는 지역주택조합이라는 아파트 분양사기를 당하고 나는 서울에서 파주로 늦은저녁 퇴근하고, 어머니의 얼굴만 보면 분노의 감정이 격해지는 나를 수 없이 마주쳤다.
이렇게 큰 돈이 들어가는데 너무 가볍게 생각한 나를 자책하기도 하고, 이렇게 큰 돈이 누군가의 범죄에 이용당해 날려버렸다는 억울함도 들었다.
멋진 신축 아파트 신혼집에서 아내와 알콩달콩 살면서 간간히 부모님과 기분좋은 식사를 하며, 아이를 낳고 즐거운 상상을 하며 어린애같이 즐거워하던 순간은 종이 한장이 뒤집히듯이 나를 완전히 바꾸어버렸다.
그러면서 나의 부족하고 어리석은 본 모습을 조금씩 발견하였고, 지금도 내가 얼마나 별로인 사람인지 알아가고 있다.
그러던 어느날
어머니와 말다툼을 하게 되었고 나에게 말했다.
너가 뭐가 힘들어? 돈 쓴 내가 더 힘들지!
그 말을 듣고 나는 생각에 잠겼다.
어머니가 돈을 잃었는데 당연히 더 힘들겠지.. 잠깐.. 왜 내가 맞춰놓고 억울해하고 있지 내가 선택한거잖아? 내가 만약 부모님의 돈을 받을 생각이 없었다면 더욱 이기적으로 내가 원하는 선택을 하면서 살았을까? 그래도 맞춰가면서 살았을까? 아니 어떻게 부모라는 사람이 자식이 힘들다는데 힘듦의 크기를 비교할 수 있지? 교회를 그렇게 오랫동안 다닌 사람의 상대방의 아픔을 이렇게 몰라줄 수 있나? 교회다니는 사람들은 걷과 속이 다 다른가? 그렇게 성경말씀 내 귀에 피나올정도로 말해놓고, 저게 본모습이구나! 만약 내가 부모라면 저렇게 말 할 수 있을까? 그렇게 말한 이유가 뭘까? 날 낳아준 사람도 자식의 마음을 몰라주는데 내 마음은 누가 알아주지? 너가 내 능력없이 아파트를 살 수 있을거라고 생각해?? 라고 말하는 것 같아. 아버지가 물려주신 재산이지 자기가 힘들게 번 돈도 아니면서 어떻게 저렇게 당당하지? 저런 생각을 가진 사람의 뱃속에서 나온 내가 뭘 할 수 있겠어. 그래 내 탓이다. 이제 오늘로 끝이다. 근데 이 험난한 세상 부모의 도움 없이 너무 두려운데.. 어디서부터 어떻게 해야하지.. 막막하다..
머릿속에 부모에대한 감사함 고마움, 애틋함 그리움 이런것들이 감성의 소용도리에서는 모두 소용이 없었고, 나는 세상 억울하게 버림받은 불쌍한 존재가 되어버렸다.
평일 저녁, 주말마다 나는 별것도 아닌것에 꼬투리를 잡아 말싸움을 이어갔고, 그 모습을 항상 아내가 옆에서 지켜보거나 듣기만 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너무 미안할 뿐이다.
그러던 어느날 또 언성이 높아졌고, 이런다고 돌아오지 않을 아파트에 대한 미련을 쏟아냈다.
그러다가 어머니가 말했다.
계속 이럴꺼면 나가!
나는 나갈 용기도 없었고 갈곳도 없는데 어디를 나가라는 거지?
신혼여행과 자금을 모두 쓰고, 남은돈은 몇백만원도 없는 상태였다. 하지만 와이프는 조용히 실행에 옮겼고, 나라에서 주는 지원과 공공주택을 열심히 찾았다. 아내는 어릴적부터 독립적이었고, 실패에대한 두려움이나 포기를 모르는 내면이 강한 여자이다.
우리는 얼마 지나지 않아 독립을 하기로 했고, 파주에서 떨어진 김포에 10평이 되지 않는 작은 원룸 공공임대아파트에 들어갔다. 거실과 부엌, 침실이 하나로 되어있는 크기로 내가 살았던 거실 반만한 사이즈였다.
이 작은 공간에서 우리 신혼부부의 첫 독립이 시작되었고, 결혼한지 반년 남짓된 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