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니스를 즐기는 회사 동생 덕분에 동대문에서 라켓 구입까지 속전속결로 끝이 났다. 반짝반짝 빛이 나는 라켓을 손에 쥐었다. 그리고 교대역 주변의 실내 테니스 코트에서 처음으로 처음으로 스윙 수업을 받던 순간을 잊지 못한다.
코치님이 내 옆에 서서 그립을 잡는 법을 가르쳐주셨다. 악수하듯이, 계란을 움켜쥐듯이, 포핸드 그립이란다. 코치님이 라켓을 휘둘러 보았다. 그리고 선생님이 옆에서 공을 살딱 던져주었다.
이제 내가 포핸드 스윙을 하기만 하면 된다. 나는 침을 꼴깍 삼키며 힘껏 라켓을 휘둘렀다. 코치님이 바닥을 향해 떨어뜨린 공은 허무하게 바닥으로 그대로 떨어졌다. ‘휭~’하는 소리와 함께 나는 헛스윙을 했다. 민망한도 잠시, 코치님은 흐틀어진 자세를 바로 잡으라고 지시하며 다시 테니스 공을 떨어뜨렸다. 그렇게 몇 번의 헛스윙 끝에 드디어 공이 라켓에 맞았다. 그리고 힘없이 네트에 걸렸다.
- 아, 왜 이렇게 잘 안되지? 이게... 안되네요?
나는 당황해서 얼굴이 붉어졌다. 테니스 코치님은 당연하다는 듯이 표정 변화 없이 계속 자세를 교정해 주며 공을 내 다리 앞에 떨어뜨렸다. 그 뒤로도 몇 번은 라켓으로 공을 맞추지도 못했고, 몇 번은 네트에 걸렸으며, 레슨이 끝날 때쯤, 온 몸이 땀으로 흥건했다.
옆 코트를 쳐다보니 나와 함께 레슨을 등록한 회사 후배가 담당 코치와 신나게 테니스를 치고 있었다. 마치 탁구를 하는 것처럼 네트를 사이에 두고 테니스 공을 주거니 받거니 하고 있었다. 난 그날 처음 그 동작을 *발리 (테니스에서, 공이 바닥에 떨어지기 전에 노바운드(no bound)로 받아 넘기는 것을 말한다. 주로 네트플레이(net play)에서 많이 쓰인다. 타법에 따라 로발리(low volley), 백핸드발리(backhand volley), 스톱발리(stop volley), 포핸드발리(forehand volley) 등이 있다) 라고 부른다는 걸 알았다.
20분 뒤, 레슨이 끝나고 그녀가 뒷정리를 하기를 기다렸다가 다가가서 물었다.
- 나는 라켓을 휘둘러도 공을 맞추는 것 조차 안되던데... 예지씨 멋있다! 너처럼 치려면 얼마나 연습 해야해? 몇 달 걸려? 아님 몇 년?
- 그거야 레슨 받기 나름이죠. 대리님처럼 이렇게 주 1회, 20분 레슨으로는 사실 힘들어요. 소위 테니스에 미쳐 있는 친구들 보면 주 5회 레슨을 받는 사람들도 많아요. 자세 잡고, 포핸드든 백핸드든 스트로크를 제대로 할 수 있어야 게임을 하죠.
- 그래? 그렇게나 테니스에 미쳐있다고?
- 레슨 몇 번 받는다고 공을 자유자재로 컨트롤 하고 게임 할 수 있으면 왜 사람들이 몇 년씩이나 레슨을 받겠어요.
난 그녀의 말을 들으며 고개를 갸우뚱 했다. 나에겐 아침 7시에 출근 길에 올랐다가 빨라야 저녁 7시나 되어야 퇴근 할 수 있는 평일에 테니스가 파고들 자리는 없었다. 게다가 테니스 레슨비에 지금의 4배, 5배를 되는 돈을 투자를 하고 싶은 마음도 없었다.
2014년 늦은 봄, 테니스 라는 스포츠에 취미를 막 가져 보기로 작정하면서 생각보다 힘들고, 땀은 나서 ‘운동 좀 되겠는데?’ 딱 거기까지 였다. 재밌을 것 같아서 시작한 스포츠, 테니스가
예상했던 것 만큼 엄청 재밌지는 않지만 시작했다는 것에 만족하고, 흘리는 땀에 만족하는 아무튼, 테니스가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