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악할수록 거기에서 멀어진다
언젠가부터 저에게도 흰머리가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눈에 띌 때마다 집게로 하나하나 뽑아냈죠. 거울 앞에서 시간을 보내며 숨은 흰머리를 찾아내는 일이 일상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흐를수록 흰머리는 점점 늘어만 갔습니다. 보통 흰머리는 제가 잘 볼 수 없는 정수리 쪽에 많이 났는데, 눈을 부릅뜨고 흰머리를 뽑다 보면 어떤 날엔 눈이 아플 지경이었습니다. 그럴 때면 나는 왜 이렇게 흰머리에 집착하는 걸까, 그렇게도 늙어 보이기 싫은가라며 제 스스로 혀를 끌끌 찼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저는 제 이마에 주름이 부쩍 늘어 있는 걸 발견했습니다. 정수리 쪽 흰머리를 뽑으려 애쓰다가 생긴 주름이었죠. 늙어 보이는 것이 싫어서 흰머리를 뽑은 건데 오히려 이마 주름이 늘어 더 늙어 보이는 거 같았어요. ‘발악’하면 이루고 싶은 것이 더 멀리 도망간다더니 늙고 싶지 않은 저의 발악이 오히려 저를 더 늙어 보이도록 한 것이네요.
살아가면서 이루고 싶은 무엇을 위해 과도하게 집착하는 것은 오히려 우리를 그것에서 멀어지게 만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제 노화에 대한 집착을 내려놓고 순리를 따르며 삶의 여정을 즐겨야겠습니다.
여러분도 혹시 지금 무언가에 집착하고 계신가요? 이제는 거기에서 한 발 나와보세요. 순리에 따라 흘러가다 보면, 결국 우리가 원하던 것들도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리라 믿습니다. 그나저나 우리 동네에 피부과가 새로 생겼던데 이마 보톡스 비용은 얼마일지 궁금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