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힘들어 읽은 많은 책들에서 공통적으로 하는 말이 있다. 자기 자신을 사랑하란다. 대체 나를 어떻게 사랑하란 말인가. 잘하는 것도 없고, 외모가 출중한 것도 아니고, 매사 결정도 잘 못 내리고, 부정적이고, 이기적이고, 즉흥적이고,(다 쓰자면 끝도 없을 것이다.) 쓸모없는 나를 대체 어떻게 사랑하란 말인가. 사실 ‘사랑’이라는 말조차 내 입에 담기도 힘들었다. 그런 내가 결혼하고 아이를 낳고 키우며 조금씩 변해갔다. 바뀌지도 않을 과거에 파묻혀 허우적대던 습관도 조금은 버릴 수 있었다. 그러나 때때로 한없이 무너져버렸다. 그럴 때마다 다시 일어서기까지 꽤나 오랜 시간이 걸렸다. 이제는 안 되겠다 생각이 들었다. 그놈에 ‘나를 사랑하기’가 어떻게 하는 건지 알고 싶었다. 그러다 만나게 된 책이 바로 루이스 L. 헤이의 유고작 <미러>였다.
루이스 L. 헤이는 심리치유에 관심을 갖다 보면 자연스럽게 알게 되는 사람이다. 그녀는 영성과 자기 계발 분야의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미국의 대표적인 심리치료사다. 그녀의 책 <치유>는 전 세계적으로 5천 만부 이상 판매되었다고 한다. 특히 그녀가 강조한 긍정 암시는 많은 사람들이 실천하고 있다. 루이스 L. 헤이는 가난, 성폭행, 이혼, 암 투병 등 불우한 삶 속에서도 자기 자신을 사랑하고 인정하는 심리치료법인 ‘미러 워크(Mirror Work)를 실천하여 극복했다고 한다. 그 미러 워크의 자세한 방법을 다룬 책이 바로 <미러>다. 총 스물한 개의 목차로 구성된 이 책은 이십일 일 동안 나를 사랑하는 법을 배울 수 있는 책이다. 그냥 읽기만 하는 게 아니라 저자가 제안하는 방법을 실천하고 그에 대한 느낌을 감정일지에 쓰는 실천서다.
책을 읽으며 첫 장 제목부터 거부감이 느껴졌다.
‘나를 사랑한다고 말하라’
곧 죽어도 그런 말은 할 수 없을 것 같았다. 그런데 거기에 더해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을 보라고 한다. 나의 눈을 바라보란다. 그리고 이름을 부르며 말하란다. ‘000, 너를 사랑할 거야’라고. 나는 그만 웃음이 튀어나왔다. 세상에. 이런 말도 안 되는 책이라니. 미국 정서 아니야? 한국에서는 이런 건 안 통한다고! 책을 집어던지고 말았다. 그런데 이후로 거울을 볼 때마다 자꾸만 생각이 났다. ‘나를 사랑할 거야’라고 말하라고? 나는 나의 눈을 한참을 바라보았다. 마치 공포에 질린 어린아이의 눈빛 같았다. 그렇다고 해도 사랑한다는 말이 나오지 않았다.
우선 거부감이 덜한 긍정 암시를 실천해 보았다. ‘~해야 한다’를 ‘~할 수 있다’로 바꾸는 것이 바로 긍정 암시다. 루이스 L. 헤이는 <치유>에서 ‘~해야 한다’는 이미 내가 잘못했다든지, 혹은 지금 잘 못하고 있든지, 혹은 앞으로 잘못할 것이라는 뉘앙스가 풍기는 말이고, ‘~ 할 수 있다’는 우리가 틀렸다는 뜻은 가지고 있지 않고 꼭 해야만 하는 게 아니라 선택권을 주는 말이라고 했다. 우리는 내가 만든 긍정적인 암시를 꼭 해야 하는 것으로 간주해 스트레스를 받는 게 아니라 긍정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것이다.
나는 내가 원하는 모습을 ‘~해야 한다.’가 아니라 ‘~할 수 있다’라는 긍정 암시로 만들어 거울에 붙이고 매일 아침 읊었다. 그러자 신기하게도 내 마음이 긍정적인 에너지로 채워지는 것 같았다.
-나는 일찍 출근할 수 있어.
-나는 내 감정을 잘 다스릴 수 있어.
-나는 고난을 잘 헤쳐 나갈 수 있어
-나는 앞으로 더 발전할 수 있어.
-나는 최소 일주일에 한 번은 글을 쓸 수 있어.
-나는 매일 아침 여유롭게 준비할 수 있어.
-나는 괴로운 생각들을 잊을 수 있어.
-나는 현재를 살 수 있어.
-나는 신랑에게 다정하게 대할 수 있어.
-나는 아이에게 단호해질 수 있어.
-나는 무엇이든 잘할 수 있어.
-나는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좋은 능력을 가지고 있어.
-나는 지혜롭고 현명한 사람이 될 수 있어.
내 안에 긍정적인 에너지가 조금 차올랐을 때 나는 용기를 낼 수 있었다. 거울을 보며 나에게 말했다.
“허경심, 이제 나는 너를 사랑하는 법을 배울 거야.”
너무나 오글거렸다. 온몸에 닭살이 돋는 것 같았다. 하지만 생각보다 할만했다. 나는 저자를 믿고 본격적으로 미러 워크를 시작했다. 매일 밤 신랑과 아이가 안 보는 화장실에서 나를 보며 말했다.
“나는 너를 알고 싶어. 너와 친해지고 싶어.”
과거를 떠나보내기 위해 책에 쓰여 있는 암시를 써 놓고 자주 읊었다.
“나는 상처를 준 과거를 잊을 거야. 나는 모든 긴장을 없앨 거야. 모든 두려움, 모든 분노, 모든 죄책감, 모든 슬픔을 벗어던질 거야. 나는 오래된 제약과 부정적인 믿음을 떠나보낼 거야. 그래서 평온해질 거야. 나는 평온해. 나는 안전해.”
결론을 먼저 말하자면 미러 워크를 열심히 따라한 결과 나는 나에 대해 좀 더 알게 되었고 확실히 긍정적으로 변해갔다. 그 해에는 단 하루도 빠짐없이 감사 일기를 썼다. 또한 나의 내면 아이와 만났고 치유를 경험했다. 나는 나에게 말했다.
“허경심, 사랑해. 너를 우리 아이만큼 사랑해 줄게. 이제는 외로워하지 마. 두려워하지 마. 내가 많이 안아 줄게. 너를 아껴줄게. 너는 중요해. 소중해.”
책 <미러>의 8장이 바로 내면아이를 만나는 장이다. 루이스 L. 헤이는 다섯 살 무렵에 찍은 사진을 찾아 거울에 붙이라고 한다. 그리고 몇 분 동안 사진을 바라보고 아이에게 말을 걸라고 한다. 나는 여섯 살 무렵 집 앞에서 자전거를 타고 방긋 웃고 있는 나의 어린 시절 사진을 찾았다. 어린 나를 한참 동안 자세히 바라보았다. 그러자 신기하게도 가슴이 뭉클해지며 눈물이 흘렀다. 유치원에 다니기 시작했지만 적응하지 못하고 매일 소외감만 느끼던 기억이 떠올랐다. 엄마가 사다 준 갈색곰 인형을 무척이나 좋아했던 것도 기억났다. 계속해서 사진 속 나를 보라보니 촉감마저 느껴졌다. 나의 이마, 머릿결이 느껴졌고 단단한 종아리까지 만져졌다. 나는 나의 머리를 한참 쓰다듬어 주었다. 루이스 L. 헤이는 어린 나를 행복하게 해 주기 위해 지금의 내가 할 수 있는 건 무엇인지 어린 나에게 묻는 질문을 만들어 놓았다. 그 질문을 하자 어린 내가 이렇게 답했다.
“나를 더 생각해 줘. 자주 안아 줘. 쓰다듬어 줘. 사랑한다고 말해 줘. 소중하다고, 중요한 사람이라고 말해 줘. 꼭 안아줘.”
이것은 실제로 사진 속 내가 말을 한 것이 아니라 내가 책에 나온 질문에 답해 쓴 것이다. 정말 생각지도 못한 말들이 나와서 나 스스로도 굉장히 놀랐던 경험이었다.
미러 워크를 하며 깨달은 것은 내가 나를 사랑하려면 반드시 내면아이와 만나야 한다는 것이었다. 내가 싫어했던 나, 슬펐던 나, 두려웠던 나, 분노했던 나, 못났던 나 모두를 있는 그대로 끌어안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내 안에 상처 받은 내면아이를 치유하고 안아 주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우리가 살면서 가장 관계를 잘 맺어야 하는 사람은 바로 나다. 나의 감정을 잘 알아야 타인의 감정도 공감할 수 있고, 나와 관계를 잘 맺어야 타인과 관계도 잘 맺을 수 있다. 지난날 나는 나와의 관계가 좋지 못했다. 나를 소홀히 대했고 타인들의 감정에 집중했다. 그럴수록 나는 타인에게 인정받기는커녕 상처만 받았다. 나를 몰랐기에 내 감정이 요동쳐도 왜 그러는지 몰라 힘들었다. 내면아이를 만나고 나와의 관계가 더욱 좋아졌다. 공감이란 걸 어려워하던 나는 나의 감정을 이해하게 되었을 때 타인의 이야기에 더 공감할 수 있었다. 아이가 징징거릴 때 내 감정이 아니라 오로지 아이의 감정을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 내면아이 치유를 경험하고 나를 사랑할 수 있게 되었다. 무겁고 어둡던 나의 삶은 한층 가벼워졌고 밝아졌다.
모든 사랑의 시작은 나를 사랑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나를 사랑하지 못하면 타인을 사랑할 수 없다. 자신은 사랑을 준다고 생각하지만 집착일 수 있고 독단일 수 있다. 나를 사랑하려면 먼저 내 안의 상처 받은 내면아이를 만나야 한다. 거울에 비친 자신을 보자. 처음엔 정말 오글거리고 어색할 수 있다. 그래도 계속해서 나를 보며 말해보자. ‘너를 사랑하는 법을 배울 거야.’, ‘너를 사랑해.’ 그리고 내 안에 웅크린 채 울고 있는 어린 나를 찾아보자. 그 아이를 데려와 안아주고 위로해주자. 나를 사랑하자.
루이스 L. 헤이의
<나 자신을 위로하고 사랑하는 12가지 방법>
1. 나에 대한 모든 비판과 평가를 멈춰라.
비판은 절대 변화를 일으키지 못한다. 자신을 비판하지 마라.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라. 모두가 변한다. 자신을 비판하면 부정적으로 변한다. 반면 자신을 인정하면 긍정적인 변화가 일어난다.
2. 후회스러운 과거와 나의 잘못을 용서하라.
후회스러운 과거를 잊어라. 당신은 그때 당신이 지닌 이해, 인식, 지식을 토대로 최선을 다했다. 이제 당신은 성장과 변화를 거치고 있으며, 다른 삶을 살 것이다.
3. 나를 두렵게 하는 모든 것으로부터 벗어나라.
자신을 겁주지 마라. 그것은 끔찍한 방식이다. 당신에게 즐거움을 주고 무서운 생각을 즉시 즐거운 생각으로 바꾸는 정신적 이미지를 찾아라.
4. 나를 부드럽고, 다정하고, 참을성 있게 대하라.
자신을 부드럽게 대하라. 자신을 다정하게 대하라. 새로운 사고방식을 익힐 때 자신을 참을성 있게 대하라. 당신이 진정으로 사랑하는 사람을 대하듯 자신을 대하라.
5. 나의 삶, 나 자신을 긍정하라
자기혐오는 자신의 생각을 미워하는 것이다. 그런 생각을 한다고 자신을 미워하지 마라. 삶을 긍정하는 쪽으로 부드럽게 생각을 바꿔라.
6. 과해도 좋다, 나를 칭찬하고 칭찬하라.
비판은 내면의 기백을 무너트린다. 칭찬은 기백을 북돋는다. 자신을 최대한 많이 칭찬하라. 아무리 사소한 일이라도 아주 잘하고 있다고 자신에게 말하라.
7. 머뭇거리지 말고 도움을 청하라.
나를 도와줄 사람을 찾아라. 친구에게 당신을 도와줄 기회를 줘라. 필요할 때 도움을 청할 줄 알아야 현명하다.
8. 나의 부정적인 면을 인정하고 받아들여라.
필요를 충족하기 위해 부정적인 면을 만들었음을 인정하라. 이제 필요를 충족할 새롭고 긍정적인 방법을 찾을 것이다. 오래되고 부정적인 패턴은 사랑의 힘으로 떠나보내라.
9. 내 몸을 아끼고 보살펴라.
어떤 음식이 나에게 영양소가 될지에 대해 공부하라. 당신의 몸은 최고의 활력과 원기를 갖지 위해 어떤 먹거리를 필요로 하는가? 운동에 대해 공부하라. 당신은 어떤 운동을 즐기는가? 어떤 운동을 하고 싶은가? 어떤 운동이 가장 잘 맞는가?
10. 재미를 즐겨라! 격정적으로!
어린 시절에 즐거움을 안긴 일들을 떠올려서 지금 당신의 삶에 되살려라. 당신이 하는 모든 일에서 재미를 느낄 방법을 찾아라. 삶의 기쁨을 표현하라. 미소를 지어라. 웃음을 터트려라. 기뻐하라!
11. 나를 사랑하라, 바로 지금.
몸이 나아지거나, 살이 빠지거나, 새 직장을 구하거나, 새로운 관계를 맺을 때까지 기다리지 마라. 지금 나 자신을 사랑하기 시작하라. 그리고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라.
12. 미러 워크를 하라.
자주 나의 눈을 들여다보라. 날로 자신을 더욱 사랑하는 마음을 표현하라. 거울을 바라보며 나 자신을 위로하고 사랑하라.
브런치에 연재한 글이 감사하게도 종이책으로 출간되었습니다. 제 글이 여러분께 공감과 위로를 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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