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시절 나의 첫 기억

프롤로그

by 허경심



누구나 첫 기억을 가지고 있다. 그 첫 기억은 당연히 유년기 혹은 아동기의 기억일 것이다. 아들러는 첫 기억을 유의미한 무의식으로 본다고 했다. 그 기억이 실제로 첫 기억인지 아닌지는 중요치 않다. 우리가 찾아낸 첫 기억은 우리들의 특성을 강력하게 반영한다고 한다. 쉽게 말해 첫 기억이 한 사람의 인생을 좌우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나의 첫 기억은 무엇일까.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살면서 한번도 내가 기억하는 첫 기억에 대해 생각해본 적이 없었는데 불현 듯 한 장면이 떠올랐다.

자다 깨서 눈을 뜬다. 엄마 등에 업혀 있다. 주위가 아주 캄캄하다. 여러 개의 발소리가 들린다. 언니와 오빠의 목소리도 들린다. 포대기 위에 덮힌 엄마 옷을 살짝 걷어내 밖을 내다본다. 왼쪽으로 커다란 버드나무의 가지들이 바람에 흔들린다. 그 모습이 마치 괴물처럼 보인다. 나에게, 우리 가족에게 덤벼들 것만 같다. 너무나 무섭고 두렵다. 다행히 저 멀리 오두막 같은 우리 집이 보인다. 불 켜진 작은 창의 빛이 점점 가까워진다.

아들러의 말처럼 이 기억이 나의 평생을 지배한 것만 같다. 첫 기억의 감정은 두려움이었다. 이 두려움을 이겨내는데 40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작지만 아늑하고 따뜻한 집에 오기까지 참 많은 시간이 걸렸다.

솔직히 말하면 나는 나를 싫어했다. 나의 이름, 나의 외모, 나의 행동, 심지어 나의 생각까지 어느 하나 마음에 드는 게 없었다. 엄마 몰래 자해도 해봤고, 한때는 자살을 꿈꾸기도 했다. 나는 쓸모없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언제나 나를 따라다녔다. 이런 내가 아이를 낳았다. 작고 여린 아이는 밤마다 울어댔고, 나는 어쩔 줄을 몰랐다. 그러나 나의 서투름과 우왕좌왕 속에서도 아이는 잘 커주었다. 그러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아, 이렇게 귀하고 소중한 아이를 내가 낳았구나. 나는 어쩌면 쓸모 있는 사람일지도 몰라.’

그때부터 나는 더욱 쓸모 있는 사람으로 살고 싶어졌다. 아이를 잘 키워내고 싶었다. 우리 아이만큼은 나처럼 괴로움 속에서 살게 하고 싶지 않았다. 누구보다 행복한 아이로 키우고 싶었다. 그런데 잘 하려고 하면 할수록 이상하게도 아이는 나의 모습을 닮아갔다. 어느 날 아이가 말했다.

“엄마, 난 쓸모없는 사람인가 봐”

자존감이 높은 아이로 키우려 노력했다. 다정한 엄마가 되려고 노력했다. 아이를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하려했다.

그런데 왜 나의 부단한 노력은 효력을 발휘하지 못 했을까?

이 책은 바로 그 이유를 찾아가는 과정의 이야기이다. 그 과정은 나에게, 우리 가족에게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숨도 못 쉴 만큼 힘든 과정이었다. 마치 나의 첫 기억속의 어둡고 무서운 버드나무 길을 걷는 느낌이었다.

많은 시련끝에 마침내 이유를 찾았다. 그것은 내가 나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 엄마였기 때문이었다. 너무나도 진부하고 뻔한 이유. 나는 나를 사랑하지 않았기 때문에 아이를 제대로 사랑할 수 없었다.

‘나를 소중히 여기는 사람이 타인도 소중히 여길 줄 안다.’

‘나를 사랑하는 사람이 타인도 사랑할 수 있다.’

많은 책들에서 공통적으로 하는 말이다. 너무나 진부하고 뻔한 이 말을 머리로는 알지만 온몸으로 깨닫는 것은 이루 말 할 수 없는 큰 차이가 있다. 아는 것과 깨닫는 것은 다르다.

나는 나를 사랑하게 되었고 아이를 제대로 사랑할 수 있게 되었다. 어느 날 아이가 나에게 말했다.

“엄마, 나 왜 이렇게 행복하지?”


나의 첫 기억을 아들러 식으로 해석 해보자면 나는 어쩌면 나와 같이 어두운 곳에서 떨고 있는 사람들을 작지만 분명히 빛나고 있는 그 집으로 함께 걸어가자고 하는 걸지도 모른다. 더 이상 엄마 등에 의지하지 않고 각자의 발로, 스스로의 힘으로 걸어서 들어가자고.

부디 이 책을 읽고 한걸음 한걸음 걸어 나가시길 바란다. 그 끝에는 반드시 밝은 빛이 있는 집이 기다리고 있다는 걸 알았으면 좋겠다.

자신은 사랑하지 않지만 아이만큼은 목숨 걸고 사랑한다고 말하던 지난날의 내가 안쓰럽다. 나의 책이 자신을 사랑하지 않아 힘든 엄마들에게 ‘나를 사랑하는 엄마가 아이도 사랑할 수 있다.’는 이 명제를 온몸으로 깨닫는 과정이 되면 좋겠다. 엄마도 아이도 행복하면 좋겠다.



목차


프롤로그 - 어린시절 나의 첫 기억


PART 1. 인생은 출산 전과 후로 나뉜다 (아이를 만나다)


1.엄마가 되다

2.나의 모성을 의심하다

3.산후 우울증을 겪다

4.아이는 책대로 크지 않는다

5.화내지 않는 엄마되기에 집착할 수록 더욱 화내는 엄마가 되었다

6.부부싸움하고 시댁으로 도망간 날

7.누군가 나를 온전히 사랑한다는 것

8.어린이집에 들어가며 아들이 해 준 말 "엄마 사랑해요"

9.나름대로가 아닌 너름대로

10.낮버 밤반(낮에 버럭하고 밤에 반성한다) - 아이가 나를 키운다


PART 2. 피해자 엄마에서 가해자 엄마로


1.시댁에 들어가 살게 되었다

2. 1학년 담임과의 첫 면담

3.왕따를 당하는 줄도 모르고

4.충격적인 가족 심리 검사 결과

5. 피해자 엄마에서 가해자 엄마로

6. 욱하는 엄마 못 참는 아이

7. 신경정신과에 가기로 결심했다

8. 나는 왜 부모님과 똑같은 실수를 되풀이할까?

9. 자책을 벗어나 아이에게 초점을 맞추라

10. 오늘은 마음껏 후회하고 마음껏 슬퍼하련다


PART 3. 공황장애는 연예인만 걸리는 병이 아니다

1. 새로운 곳에서 새로운 시작, 그러나 또다시 찾아온 위기

2. 공황장애로 다시 찾은 신경정신과

3. 송두리째 날아간 일상

4. 아무리 기쁜일을 찾아해도 기쁘지가 않다

5. 공황장애 약은 영원히 먹는 게 아니다

6. 걱정말아요 그대

7. 내가 직장상사에게 상처받은 이유

8. 내가 나를 지킬 수 있어야 아이도 지킬 수 있다

9. 아직 아물지 않은 아이의 상처

10. 공황장애가 나에게 준 선물(식물,반려견,사람)


PART 4. 내면 아이와 만나다


1. 내면아이와 처음 만난 날

2.그들의 등 뒤에서는 좋은 향기가 난다

3. 내면아이 치유를 위한 미러워크

4. 초감정은 내면아이가 느낀 감정이다

5. <사운드 오브 뮤직>, 즐거운 장면인데도 매번 눈물이 나던 이유

6. 아이가 왕따를 당했을 때 속수무책으로 무너진 이유

7. 신랑이 아무리 노력하고 사과해도 마음이 풀리지 않던 이유

8. 내가 신랑이되어, 내가 엄마가 되어 나에게 편지쓰기

9. 내면아이 만나는 법

10. 내면아이를 만나고 달라진 점


PART 5 . 깨닫는 삶, 감사한 삶, 행복한 삶


1. 한달에 한 번 괴물이 된다

2. 부부 관계에도 적정한 거리가 필요하다

3. 아이에게 초감정과 내면아이를 알려 주었더니

4. 사람사이에도 삼투압 작용이 일어난다

5. 상상력을 키우자

6. 누구의 삶도 완벽하지 않다

7. 든든한 나의 편 '나'

8. 나의 영원한 선생님, 최복현 선생님

9. '메멘토 모리'를 온몸으로 겪은 날

10. 나를 사랑하는 엄마가 아이도 사랑할 수 있다


에필로그 - 아무리 나이가 들어도 그리운 존재 엄마





브런치에 연재한 글이 감사하게도 종이책으로 출간되었습니다. 제 글이 여러분께 공감과 위로를 주고 나아가 치유까지 이어지는 시간을 드리면 좋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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