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 : 밤에 11시간 정도 잔다. 한 시간에 한 번씩 깨서 운다. 고문은 14개월까지 계속된다. 모유를 끊을 때까지.
하루에도 몇 번씩 모유에 집착한다. 이유식을 주식이 아닌 간식처럼 먹는다.
육아에 대해 아는 게 전무했다. 그래서 닥치는 대로 책을 보며 익혔다. 그런데 그럴수록 더 불안해졌다.
아이에게 젖을 물리고 시계를 바라보았다. 1분, 2분, 3분. 시곗바늘이 지나는 걸 지켜보았다. 책에는 ‘모유는 15분 정도 충분히 물린다.’라고 쓰여 있었다. 그러나 아이는 5분은커녕 2~3분만 물다가 이내 잠이 들어버렸다. 대체 모유를 먹은 건지 어쩐 건지 알 수가 없었다. 책에는 또 4개월 즈음에 뒤집기를 시작한다고 쓰여 있었다. 우리 아이는 7개월 만에 뒤집었다. 아이가 뒤집기까지 3개월 동안 발달에 문제가 있는 건 아닌지 하며 불안한 날들을 보내야 했다. 아이가 책에서 말한 대로 반응하지 않거나 발달 단계에 맞게 자라지 않을 때마다 불안감이 늘 나를 감싸 안았다.
이유식이란 난관을 만난 어느 날이었다. 음식 재료들 하나하나 무게를 재가며 아무리 책의 레시피대로 만들어 줘도 아이가 먹질 않았다. 일찍 결혼해서 벌써 아이가 셋이나 있는 친구에게 전화를 걸었다.
“수경아, 우리 아들은 왜 이렇게 이유식을 안 먹을까?”
“이유식 어떻게 만들어 줬는데?”
“단호박 15g 하고, 소고기 20g, 쌀 35g 하고. 아, 아니다 쌀은 30g 넣었고...”
친구가 이런 나의 말을 자르며 말했다.
“야, 뭔 그람수를 일일이 재고 있어~맛있게 해 주면 되지!”
친구의 말에 나는 살짝 충격을 받았다. 너무나 맞는 말이었기 때문이다. 그냥 맛있게 해 주면 되는데 단 1g의 오차도 없이 레시피대로만 하려고 노력했다. 맛은 둘째였다. 요리책의 레시피대로 음식을 만들면 맛있는 경우도 있지만 재료의 상태에 따라 맛이 달라지는 경우도 많다. 그럴 때는 융통성 있게 재료를 더 추가하거나 덜어내면 되는 것이다.
아이의 발달도 이와 마찬가지다. 재료의 상태에 따라 이유식의 맛이 달라지듯이 아이의 상태에 따라 발달 정도는 모두 다르다. 책은 특별한 한 아이가 아니라 보편적인 아이들의 발달에 대해 써 놓은 것이다. 몇 개월부터 걸어야 하고, 몇 개월부터 말을 해야 하고, 몇 개월부터 한글을 떼야한다. 책에 나온 이러한 명제를 보며 엄마들은 불안해한다. 또한 비슷한 또래의 옆집 아이는 말을 잘하는데 우리 아이는 아직이라면 불안감은 더 커진다. 나도 그랬다. 그러나 정말 심각할 정도의 발달 차이가 아니라면 편안한 마음으로 지켜봐 주면 된다. 불안한 엄마의 마음은 오히려 아이에게 전달되어 좋지 않다.
우리 아이는 7개월이 되어서 처음으로 뒤집었다. 그런 뒤 배밀이 단계는 뛰어넘고 바로 기기 시작하더니 11개월에 걸었다. 치아는 9개월이 되어서야 나왔다. 같은 시기에 태어난 지인의 아이는 4개월 만에 뒤집고 6개월에 앞니가 나왔다.
아이의 발달 단계는 신체 발달이든 정서 발달이든 천차만별의 차이가 있다. 절대 책대로 크지 않는다. 그러니 불안해할 필요 없다. 책은 참고하는 것이지 맹신하는 것이 아니다. 때로는 책 보다 그 길을 걸었던 사람에게 물어보는 게 훨씬 더 도움이 될 때가 있다. 책에서 미처 얻지 못한 맞춤형 공감과 위로는 덤이다.
브런치에 연재한 글이 감사하게도 종이책으로 출간되었습니다. 제 글이 여러분께 공감과 위로를, 나아가 치유까지 이어지는 시간을 드리면 좋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