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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뢰렉신 Apr 11. 2019

이제 그만 화 풀어요

우리 둘이 나누었던 몇 마디 때문에


글쎄,

어떻게 생각하면 별일도 아니야.

그냥 일상에서 누구에게나 벌어질 수 있는

그런 일들이었어.


내 주관적 관점으로 잘 알지도 못한 상황을

 멋대로 증폭시켜 오해를 만들어 낸 것도

내 그릇이 그 정도여서 그런 거지.

사실 너 잘못은 없어.


그런 일에 투덜거리고 짜증을 냈던

내 쪼잔한 성격을 너에게 들킨 거 같아

 오늘 많이 속상하다.


그냥 그때 미안하다고 말했으면 될 일이었는데,

왜 이렇게 나는 '용서해줘'란 말 한마디를

망설이는 옹졸함을 가졌을까.


지금 네가 많이 보고 싶어.

근데 그 잘난 자존심이 뭐라고

혼자 이렇게 청승 떨면서 우울한 얼굴로

카페에 앉아 있을까.


유리창에 비치는 일그러진 내 모습,

정말 세상에 둘도 없는 바보 천치 한 명이

앉아 있는 거 같아.


쓴 커피 한잔 홀짝이며

나는 왜 이 정도밖에 안 되는 사람일까

반성을 하고 있고,

넌 지금 뭐 하고 있을까 궁금해 죽겠어.


휴… 너를 사랑하게 되면서

참 많은 생각을 하게 돼.

그렇게 자존감 세고 쿨하다고

자부하던 내가 이런 옹졸함과 치졸함을

잔뜩 가지고 있었다니.


가슴 넓은 남자라고

세상 잘난 척은 혼자 다하더니,

이 꼬락서니가 뭐니.

너에게 온갖 마음 어지러운 소리를 쏟아놓고

시간이 지나고 보니 너무 부끄러워 얼굴이 화끈거린다.


연애란 그런 건 가봐.

상대방에 대해서도 깊게 알게 되지만

동시에 몰랐던 내 깊은 밑바닥까지 모습도 알게 되는,


미안한 마음을 그냥 말없이 슬쩍 손잡는 걸로

대신하는 내가 좀 비겁하지만,

그걸 뿌리치지 않는 너의 그 관대함을 아니까,

이번에도 또 그럴래.


내 억지스러운 트집에 너도 화가 많이 나있겠지만,

너는 곧 뭔가 '나도 잘못한 게 있겠지?' 하며,

괜스레 미안해하는 마음을 가지게 되는

착한 사람이란 거 잘 알아.


그걸 이용하지는 않으니까 안심해.

우리 서로 성격이 많이 닮았잖니.

불같이 화를 내기는 해도

끝내 모질지 못한 사람들이란 거 잘 알기에,


이번에도

나도 너를, 너도 나를

또 한 번 안아주는 걸로 용서했으면 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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