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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뢰렉신 May 22. 2019

짝사랑, 그 애잔함에 대하여

들키지 않으려는 그 숭고한 노력

왜 고백하지 않으세요?


라고 묻는 사람들을 참 이해할 수 없었다.


고백을 하려면,

일단 상대도 나에게 일말의

호감이 있다고 느껴져야

드디어 용기란 것을 내 볼 수 있는 것이다.


그런 신호를 감지하지 못한 상태에서의 고백은

백퍼 천퍼 어색해지고 거절당하는 상황이 펼쳐진다.


그런데도, 주위 사람들은 좋아한다면

당당히 고백하라 한다.


남의 속도 모르고,





나는 누군가를 꽤 좋아하게 되면

일단 그 마음을 들키지 않으려 곧잘 숨겨왔다.


의미가 작게라도 부여될 수 있는 말이나 행동들은

무심결에라도 내뱉지 않도록 철저하게 컨트롤을 잘했는데, 그게 오히려 나를 너무 경직되게 만들었다.


예를 들어

뭔가 무거운 것들 들고 낑낑대며

엘베 앞에 서있는 걸 봤는데도 '좀 들어줄까?'란

친절한 말은커녕 무관심하게 스맛폰만 쳐다보고 있다가


'안녕하세요'라고 먼저 말해야

"응 있었네"라고 대답하고 다시 스맛폰에 얼굴 푹.



새로 다니기 시작한 도예반 수업이 어떠했는지

먼저 '있잖아요'하며 말을 꺼내놔야


"아참, 너 도예 배운다 했었지?" 라며

그제야 사실은 너무 궁금했던 것들을

형식적으로 물어보는 척했다.



혹여나, 내 생일을 알고 있어서

'축하해요'란 한마디를 해주지 않을까

생일 당일 오전부터 잔뜩 기대 반 걱정 반으로

sns 알림을 기다렸지만 소식 없어 실망 하다가,


보내온 폭죽 이모티콘 하나에 무한 감동했지만,

대답은 '아. 땡큐'라고 시크 떨었다.



마음은 아니지만 늘

 

눈에 보이지 않는 척.
관심 없는 척.
아무렇지 않은 척.


내게 호감이 있다는 신호를 받기 전까지는

절대 들키지 않으려 경계하는 마음.


경계심 때문에 상대도 나에게 호감 신호를

보내지않는 것일 수도 있는데,


그렇게 어긋나는 마음을 부여잡고

상대의 말 한마디 행동 하나에

이 세상 모든 이치를 전부 끌어다 대입하여

일희일비하고 있는

내 어리숙함이 참 애잔했다.


그래도 돌이켜 생각해보면,

그 어리숙한 마음이 참으로 숭고했고,


가슴이 아팠지만,

가슴이 뛰었다.





[2013년 9월 18일]


오늘 하루도 온종일 같이 붙어 있었지만,

나는 그렇게 무심한 시선 끝으로 너를 넘기고 돌아섰다.


너는 절대 모르겠지.


내 마음의 바구니에는 온통

뭉게뭉게 피어오른 구름같은

너가 담겨 있어 볼 수는 있지만

절대 만질 수는 없다는 것을.


마음의 세포를 온통 지배하고 있어,

너와 마주치면 눈을 피하고 자리를 피하지만,

마음만큼은 너를 뚫어지게 응시하고 있다는 것을.


왜 이렇게 되어버린 걸까.


좀 정신 차려보려고

새로운 취미에 배운다던지

새로운 곳에 여행을 다녀온다든지,


너에게 빠져 허우적이는 내 자신을

구해내려 수없는 시도를 해보았지만, 

어느새 나는 너의 곁을 또 맴돌며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오늘을 또 너와 가장 가깝게 보냈다.


그리고 돌아오는 길은 항상

허무함과 번뇌의 외줄 타기.  

크게 흔들리고 휘청이는 그 감정의 줄 위에서도 

나는 어떻게든 버티며 떨어지지는 않고 있다.


늘 가까이 있지만 더 다가서지 못하고,

그냥 평범한 사이인 양 지내야 하는

하루하루가 내 마음을 너무 무겁고 힘들게 하지만,


그 현실이 괴롭지만 또 달다.


휴...


나는 오늘도 그리고 내일도 모레도

언제나 그래 왔듯,

너를 무심히 넘겨낼 것이다.


이 모든 괴로운 순간들이,

어서 끝이 나길,

제발 끝이 나지 않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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