짝사랑, 그 애잔함에 대하여
들키지 않으려는 그 숭고한 노력
왜 고백하지 않으세요?
라고 묻는 사람들을 참 이해할 수 없었다.
고백을 하려면,
일단 상대도 나에게 일말의
호감이 있다고 느껴져야
드디어 용기란 것을 내 볼 수 있는 것이다.
그런 신호를 감지하지 못한 상태에서의 고백은
백퍼 천퍼 어색해지고 거절당하는 상황이 펼쳐진다.
그런데도, 주위 사람들은 좋아한다면
당당히 고백하라 한다.
남의 속도 모르고,
나는 누군가를 꽤 좋아하게 되면
일단 그 마음을 들키지 않으려 곧잘 숨겨왔다.
의미가 작게라도 부여될 수 있는 말이나 행동들은
무심결에라도 내뱉지 않도록 철저하게 컨트롤을 잘했는데, 그게 오히려 나를 너무 경직되게 만들었다.
예를 들어
뭔가 무거운 것들 들고 낑낑대며
엘베 앞에 서있는 걸 봤는데도 '좀 들어줄까?'란
친절한 말은커녕 무관심하게 스맛폰만 쳐다보고 있다가
'안녕하세요'라고 먼저 말해야
"응 있었네"라고 대답하고 다시 스맛폰에 얼굴 푹.
새로 다니기 시작한 도예반 수업이 어떠했는지
먼저 '있잖아요'하며 말을 꺼내놔야
"아참, 너 도예 배운다 했었지?" 라며
그제야 사실은 너무 궁금했던 것들을
형식적으로 물어보는 척했다.
혹여나, 내 생일을 알고 있어서
'축하해요'란 한마디를 해주지 않을까
생일 당일 오전부터 잔뜩 기대 반 걱정 반으로
sns 알림을 기다렸지만 소식 없어 실망 하다가,
보내온 폭죽 이모티콘 하나에 무한 감동했지만,
대답은 '아. 땡큐'라고 시크 떨었다.
마음은 아니지만 늘
눈에 보이지 않는 척.
관심 없는 척.
아무렇지 않은 척.
내게 호감이 있다는 신호를 받기 전까지는
절대 들키지 않으려 경계하는 마음.
그 경계심 때문에 상대도 나에게 호감 신호를
보내지않는 것일 수도 있는데,
그렇게 어긋나는 마음을 부여잡고
상대의 말 한마디 행동 하나에
이 세상 모든 이치를 전부 끌어다 대입하여
일희일비하고 있는
내 어리숙함이 참 애잔했다.
그래도 돌이켜 생각해보면,
그 어리숙한 마음이 참으로 숭고했고,
가슴이 아팠지만,
가슴이 뛰었다.
[2013년 9월 18일]
오늘 하루도 온종일 같이 붙어 있었지만,
나는 그렇게 무심한 시선 끝으로 너를 넘기고 돌아섰다.
너는 절대 모르겠지.
내 마음의 바구니에는 온통
뭉게뭉게 피어오른 구름같은
너가 담겨 있어 볼 수는 있지만
절대 만질 수는 없다는 것을.
내 마음의 세포를 온통 지배하고 있어,
너와 마주치면 눈을 피하고 자리를 피하지만,
마음만큼은 너를 뚫어지게 응시하고 있다는 것을.
왜 이렇게 되어버린 걸까.
좀 정신 차려보려고
새로운 취미에 배운다던지
새로운 곳에 여행을 다녀온다든지,
너에게 빠져 허우적이는 내 자신을
구해내려 수없는 시도를 해보았지만,
어느새 나는 너의 곁을 또 맴돌며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오늘을 또 너와 가장 가깝게 보냈다.
그리고 돌아오는 길은 항상
허무함과 번뇌의 외줄 타기.
크게 흔들리고 휘청이는 그 감정의 줄 위에서도
나는 어떻게든 버티며 떨어지지는 않고 있다.
늘 가까이 있지만 더 다가서지 못하고,
그냥 평범한 사이인 양 지내야 하는
하루하루가 내 마음을 너무 무겁고 힘들게 하지만,
그 현실이 괴롭지만 또 달다.
휴...
나는 오늘도 그리고 내일도 모레도
언제나 그래 왔듯,
너를 무심히 넘겨낼 것이다.
이 모든 괴로운 순간들이,
어서 끝이 나길,
제발 끝이 나지 않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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