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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상리셋 Nov 28. 2024

살 날 얼마 남지 않았다, 그래서 더 의미 있게

나도 이제 마흔을 바라보는 나이가 되었다. 지난날을 돌아보니, 세월이 정말 쏜살같이 지나갔다는 생각이 든다. 어릴 적엔 마흔이라는 나이가 굉장히 멀게만 느껴졌는데, 이제 내가 그 자리에 서 있다. 스스로는 아직도 젊다고 느끼지만, 어느새 결혼한 지도 7년이나 되었고, 아이까지 있다니. 세월 참 빠르다.


요즘은 흔히 100세 시대라고들 한다. 평균수명이 늘어나면서 앞으로도 시간이 많을 거라 여기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지난 40년이 이렇게 빠르게 지나간 걸 떠올리면, 앞으로의 10년, 20년, 혹은 30년 역시 그리 길게 느껴지지 않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시간은 지금도 빠르게 흐르고 있다. 그리고 앞으로는 더 빠르게 느껴질 것이다. 지나간 시간 속에서 잊힌 순간들이 많아지고, 놓쳐버린 시간들이 쌓이다 보면 어느새 내가 바라보던 미래가 과거가 되어 있을지도 모른다. 그런 생각을 해보며 문득 떠오르는 것이 있다.


지금까지 내 마음에 오래 남아 있는 기억들. 그것은 내가 힘들 때 곁에서 손을 내밀어 준 사람들과 함께했던 순간들이다. 학교에서, 군대에서, 회사에서, 그리고 삶의 여러 자리마다. 억울하고 힘든 시간에 나를 일으켜 준 사람들이 있었다. 그들의 진심이 담긴 말과 행동들은 그 시절의 나를 버티게 해 주었다.


하지만 모든 기억이 따뜻했던 것만은 아니다. 반대로 나를 힘들게 하고 상처를 주었던 사람들, 억울함을 느끼게 했던 순간들도 떠오른다. 그들의 말 한마디, 행동 하나가 그 당시에는 나를 무너뜨리기도 했다. 때로는 그들의 부당한 대우와 냉담한 태도가 감당하기 어려운 무게로 다가왔던 순간도 있었다.


그런 기억들을 떠올리며 생각했다. 나는 과연 주변 사람들에게 어떤 존재였을까? 혹시 내가 누군가를 힘들게 하지는 않았을까? 아니면 누군가의 어려움을 알면서도 외면한 적은 없었을까? 더 잘 살고, 더 앞서가겠다는 욕심 속에서 시기하거나 미워하며 살아온 건 아닐까? 이런 질문들이 꼬리를 물며, 자연스럽게 내 삶을 되돌아보게 되었다.


어제는 고객과의 미팅이 있었다. 내년 사업계획을 준비하며 예산을 검토 중인 고객이었다. 미팅 장소로 가는 길에 동료 선배와 통화를 했다. 최근 내가 겪었던 힘든 일들을 이야기하니, 선배도 비슷한 경험이 있다며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그렇게 서로의 과거와 현재를 나누며 1시간 가까이 대화를 이어갔다.


통화를 끊으며 생각했다. 회사에서 내 마음을 이렇게 나눌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내 이야기에 공감해 주고, 조언을 건넬 수 있는 동료가 있다는 사실에 많은 위로를 받았다.


미팅은 예상보다 긍정적인 분위기에서 진행되었다. 현재 진행 중인 프로젝트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시장 트렌드에 대해서도 논의했다. 요즘처럼 투자 환경이 어려운 상황에서도 여전히 새로운 기회를 모색하는 고객의 태도를 보며 안도감을 느꼈다.


특히, 고객은 일본 본사에서도 유사한 프로젝트를 검토 중이라며 본사와의 협업 가능성을 제안했다. 그 이야기를 듣자마자 일본 지사의 동료가 떠올랐다. 그 동료 역시 업계 상황으로 인해 힘든 가운데서도 최선을 다하며 분투하고 있었다. 고객의 제안이 그 동료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에 순간 설레는 마음이 들었다.


그런데 정말 신기하게도, 미팅이 끝나자마자 그 동료로부터 전화가 왔다. 통화할 수 있냐는 물음에 마침 내가 먼저 연락하려던 참이었다며 반갑게 대답하고 프로젝트 이야기를 나눴다. 동료는 내 얘기를 듣고 기뻐하며 고맙다는 말을 여러 번 전했다.


그 순간 깨달았다. 나도 누군가에게 위로와 기쁨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그리고 그런 사람이 되겠다는 다짐을 다시 마음에 새겼다. 회사 생활을 하다 보면 경쟁 속에서 더 돋보이고, 더 잘해 보이고, 남들보다 앞서가려는 마음이 자연스럽게 생기곤 한다.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고, 함께 나누며 살아가는 삶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살 날 얼마 남지 않았다.


남은 시간 동안, 남을 더 도와주고, 더 나누며 살아가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누군가를 이해하고, 배려하며, 사랑하며 사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엄마가 늘 하시던 말씀이 떠오른다.
 

"50살, 60살? 금방이야. 시간 참 빨라."


그때는 무심히 들었지만, 이제야 그 말씀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조금은 알 것 같다.
 

살 날은 어쩌면 생각보다 그리 길지 않을지도 모른다.


부끄럽고 후회스러운 순간들도 많았지만, 이제는 그런 후회를 남기지 않는 삶을 살고 싶다.

오늘도, 주어진 시간에 감사하며 하루하루를 의미 있게 채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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