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행방]06. 생일, 축하를 받으며 저주를 한다

by 늦울림

2026년

새해, 새해를 맞이하는 것으로도 작년에 느꼈던 자괴감 만큼은 아니지만 올해도 살아버렸다는, 일종의 새로운 삶의 할당량을 받아버렸다는 무게로 괴로웠다


그리고 무엇보다 1월에 있는 생일


올해도 어김없이 생일이 다가오고 있었다


세상에서 사라져서 원래는 없어야 했던 작년만큼 괴롭지는 않았지만 기분이 썩 좋지는 않았으나 그보다 몸이 먼저 아팠다



일주일보다 그 이전부터 앓기 시작한 감기로 인해 목소리가 아예 나오지 않아 회사를 쉬는 날이 문득문득 생겨나고 하루하루가 찢어질 것 같은 목과 오한과 기침, 온몸의 통증으로 비실거리고 있었다


병원에 가도 좀처럼 낫지 않는 독한 감기


지금도 골골대고 있지만 이때는 꽤나 심해서 약한 면역력을 탓했다




생일 전날 일부러 저녁을 먹자고 미리 약속을 잡던 후배들과 잘 나오지 않는 목소리로 저녁을 먹으며 이야기를 하다가

내일은 뭐 할 거냐고 묻는 후배의 말에 순간 내일이 무슨 일이지?? 하는 물음표로 멍해졌다


생일이잖아요! 하는 말에 맞다! 하며 웃었다


정말 누가 말해주지 않으면 잊고 지나가겠구나 싶었다



살짝 당황했다 그리고 거짓말을 했다

맛있는 저녁을 먹으러 갈 거라고

왜인지 그렇게 이야기해야만 할 것 같았다


뭘 할지 다들 궁금해하는 눈치여서 방안에 혼자 들어가 냉동식품을 돌려먹을 거라는 얘기는 할 수 없으니까


그리고 생일이 싫다는 것도




'죽고 싶은 사람이 세상에 던져진 날이 즐겁다면 그건 그거대로 이상하잖아?'



막상 생일 당일은 딱히 기분이 나쁘지도 좋지도 않았다


세상에 나온 날이라 좀 원망스러운 거 정도?


그래도 여전히 아침부터 축하를 해주는 친구들과 동료들의 카톡, 선물들을 받으며 답장을 했다


축하해 주는 사람들이 늘었다


회사에선 팀장님이 케이크를 사 오셨고 다 같이 축하해 주었다 케이크를 커팅 해 한 조각씩 나눠먹으며


나쁘게 살고 있지는 않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단지 시간이 지날수록 조금 화가 났다


지금의 내게 가족이란 존재는 없는 것과 다를 게 없다

그러나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것은 아니라서

나만이 그 안에서 서로의 존재를 지운 거라서



그 사실이 화가 났다

그럴 거면 아예 사라져 버렸으면 좋겠다고

사라져 버리라고 저주를 했다


그리고 집에 들어가 약을 먹기 위해 냉동식품으로 저녁을 간단히 때우고 잠을 청했다


나쁘지 않은 하루였다


그러나 내년에는 이날을 다시 겪지 않아도 되면 좋겠다고, 몇 번이고 어둠 속에서 중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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