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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군 부사관 희망전역자 2배, 국방부는 무엇을 하나

사명감으로 버티기엔 너무 오래 외면당한 ‘군의 허리’, 부사관

by 김재균ㅣ밀리더스

“더는 버틸 이유가 없습니다.”


군의 허리, 작전과 일상의 최전선에서 조직을 받치는 부사관들이 조용히, 그러나 빠르게 군을 떠나고 있다.

최근 5년간, 정년이 남았음에도 자발적으로 전역을 택한 부사관이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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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1분기 희망전역자는 668명으로, 2021년 같은 기간(315명)보다 112% 늘었다. 같은 기간 휴직을 신청한 인원도 527명에서 1276명으로 2배 이상 늘었다.

눈길을 끄는 건 떠나는 이들만 늘어난 것이 아니라, 들어오려는 사람도 급감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신규 임용 부사관 수는 2021년 1분기 2,156명에서 올해 749명으로, 임기제 부사관은 1,493명에서 523명으로 각각 약 65%나 감소했다.


말 그대로, 이탈은 급증하고 유입은 급감한 것이다. 이것은 단순한 인사 현상이 아니라, 시스템에 대한 구조적인 신호다.


1. 복무환경은 나아졌지만, 모두에게 그랬던 건 아니다

요즘 병사들의 복무환경은 눈에 띄게 좋아졌다.
소규모 단위의 쾌적한 내무반, 대폭 올라간 급식단가, 휴대전화 사용 허용, 그리고 봉급 인상. 많은 변화들이 “군대도 달라졌다”고 말해준다.

하지만 간부들의 세계는 여전히 거기, 예전 그대로다.
낮은 당직 근무비, 작전 중 개인 식비 자부담, 잦은 전근에 따른 열악한 이사 지원비.
같은 제복을 입고, 같은 전장을 누비는 이들이지만 그 대우에는 큰 간극이 존재한다.

심지어 경찰·소방 등 유사 공공 직종과 비교해도 현실적인 보상 수준이 낮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2. 들리지 않는 외침, 외면받는 하루

국회와 국방부도 이 문제를 모르는 것은 아니었다.
지난해 말, 간부 처우개선을 위해 10개 항목 4,878억 원의 예산 증액안을 마련했지만, 국방위의 예산 심사는 아예 열리지도 못했다. 정치적 혼란에 묻혀버린 것이다.

더욱 씁쓸한 건 ‘부사관의 날’이었다.
지난 3월 27일, 국방부가 직접 제정한 이 날조차 장관도, 참모총장도, 누구 하나 축하의 말 한 마디 없었다.
어쩌면 이들은 군 안에서 가장 많은 일을 하면서도 가장 적게 인정받는 존재일지도 모른다.


3. 무너지는 것은 조직이 아니라 사람이다

한때 군대는 무너지지 않는 조직이라 여겨졌지만,
그것을 지탱하는 사람들이 하나둘 떠날 때
무너지는 건 ‘전선’이 아니라 ‘의지’다.

부사관은 단지 하나의 직책이 아니다.
조직의 뼈대이며, 전투력의 중추이고, 젊은 병사들의 선배이자 멘토다.

이제 질문을 바꿔야 한다.
그들이 떠나는 이유가 무엇인지 묻기 전에,
우리는 ‘그들을 붙잡을 이유는 충분했는가?’를 되물어야 한다.


사명감은 충분했다. 이제는 제도가 응답할 차례다.

그들은 임무를 다했다.
이제는, 그들의 사명감 위에 제도의 책임이 올라서야 한다.


문제해결방안으로는


① 직무와 계급에 맞는 실질적 보상 체계 마련

당직 근무비, 작전수당, 식비 등 가시적인 현장 보상 체계 개선
: 단순 봉급 인상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간부들이 가장 체감하는 항목부터 손봐야 한다.


이사비, 전근지원비 등 '전출입 스트레스' 완화
: 주거 이동이 잦은 군 간부에게 ‘생활 안정’은 근속의 핵심 변수다.


② 인사정책의 유연화: 부사관 진급·전직 경로 다변화

진급 적체 완화
: 능력 있는 간부들이 보직 없이 대기하거나 장기간 같은 계급에 묶여버리는 문제를 풀어야 한다.


군 내 경력 전환과 외부 전직 연계 프로그램 확대
: 부사관이 ‘언젠가 떠날 사람’이 아닌, ‘전문성과 지속 가능성’을 가진 인재로 성장할 수 있도록 설계돼야 한다.


③ 간부 복무관리 시스템 전면 재정비

간부용 ‘맞춤형 복무 트래킹 시스템’ 도입
: 복무 희망시기, 진로 희망, 스트레스 지표 등을 바탕으로 조기 이탈 위험을 사전에 예측하고, 개입 가능한 체계가 필요하다.


휴직자·희망전역자 대상 정기 간담회 및 의견 반영 시스템 운영
: 떠나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분석하는 건, 조직이 살아 있다는 증거다.


④ 존중의 문화 확산 – ‘부사관의 날’부터 바꾸자

부사관의 날을 ‘기념’이 아니라 ‘선언’의 날로
: 3월 27일, 올해처럼 그냥 지나가게 두지 말자.
: 군의 실질적 허리인 부사관을 조직의 핵심으로 바라보는 상징적 선언의 장으로 만들어야 한다.


이제는 군이 먼저 움직여야 할 시간이다

부사관들이 바란 건 거창한 변화가 아니다.
“고생했다”는 말 한마디, 공정한 평가,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는 사다리 하나,
그리고 조직이 나를 진심으로 필요로 한다는 신호.

이 모든 것은 예산보다 의지, 시간보다 존중에서 시작된다.

지금 이 순간에도, 누군가는 말없이 전역신청서를 쓰고 있다. 그 서류가 마지막 작별이 아닌,

다시 붙잡을 수 있는 시작이 되기 위해 군은, 그리고 우리 사회는 더 단단한 선택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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