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우울제를 먹었는데 왜 더 우울하고 힘이 없는 걸까
눈을 떴다
'나에게 포기하지 않는 용기를 주세요'
'도망가지 않을 용기를 주세요'
한참을 기도했다
그리고 수많은 해야 할 일들을 뒤로하고
'일단 일어나기만 하자'
'일단 화장실까지만 가자'
'일단 따뜻한 물로 샤워만 하자'
아주 작은 것들을 하자고
나에게 속삭였다
밤새 나를 짓누르던 일들
걱정되는 일들
내가 요새 왜 이러는 걸까
어디가 고장 난 건 아닐까
내가 이런 적이 없었는데
이상한 생각들
다 내려놓고
일단 눈을 뜨고 화장실까지 갔다
아이는 함께 자던 엄마가 없어지자
다리가 아프다고 칭얼거렸지만
가만히 아이를 달래며 나도 달랬다
새소리가 들렸다
고마웠다
내가 끝없이 바닥으로 가라앉지 않도록
새가 함께 울어주는 것 같았다
이상한 나라도 괜찮다고
새가 울어주는 것 같았다
아주 작은 순간들 덕분에
무사히 나는 출근 지하철을 탔다
삶은 아주 작은 결심들 덕분에
이어질 수 있다
그런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