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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머큐리 Mar 05. 2022

박자(tempo)

아무리 주체적인 인간도 시간의 작용 앞에서는 무력해지게 마련이다. 그것은 그저 흐를 뿐이다.

다만, 어렴풋이 느껴지는 것이 있다.


시간의 무심한 흐름에도 미세하나마 결이 있고, 박자가 있다는 사실이다.


나는 늘 한 박자 늦게 깨닫곤 한다. 그러면서도 늘 반 박자 빠르게 결정하는 사람이라 세상에 무수한 행운을 이렇게도 모조리 피할 수 있느냐며 한탄하기엔 면구스럽다.

나는 또한 대세보다는 틈새에 매력을 느끼곤 했는데 크고 강한 흐름에 반감을 가질 필요는 없었는데도 왜 그렇게 지기 싫어 아등바등했는지 안타까울 따름이다.


흐르는 것은 그저 흐르지 않는다. 결이 있고 박자가 있다. 그러므로 그저 바라볼 것이 아니라 직접 몸을 닿아 느껴봐야 한다.

'진정 주체적인 인간'을 정의한다면, 큰 흐름을 수용하되, '''박자'를 몸소 체현하는 인간이라고 할 것이다.


천지불인(天地不仁)이라는 말이 있다. 억지로 감정을 싣지 말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 맡기는 마음 자세란 것이 무엇인지, 이제야 어렴풋이 깨닫는 것은 그나마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독일 경매에 등장한 238년 된 모차르트 자필 악보/프랑크푸르터 알게마이네 차이퉁 홈페이지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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