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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별사탕 May 24. 2020

엄마는 요즘 따끔따끔해.

나는 친절한 엄마가 좋은데, 요즘 엄마는 너무 따끔따끔해.

"엄마."
자러 들어가기 전에 첫째 봄이가 나를 불러세운다.
"나를 꼭 한번 안아줘."
아이를 들여보낸 후 남은 집안 정리를 하려던 나는, 아이와 함께 침대에 누웠다. 그리고 아이를 꼭 안아주었다.
"나는 친절한 엄마가 좋은데, 요즘 엄마는 너무 따끔따끔해."
이렇게 말하는 봄이의 눈에는 갑자기 눈물이 그렁그렁 맺힌다.

 아홉 살이 된 이후부터였던가. 아이가 부쩍 자랐다고 느껴지는 순간들이 있었다. 이제는 말귀도 알아듣고, 자기의 일도 어느 정도 스스로 할 수 있는 시기. 아홉 살에서 열 살 사이는 그런 시기였다. 1년 사이 갑자기 늘어난 학원에, 매일매일 해도 쌓이는 숙제들. 아이도 나도 원해서 다니기 시작한 학원이지만, 매일 학원에 다녀와서 얼른 학교 숙제를 끝내고, 학원 숙제도 끝내고 빨리 잠들어야만 한다. 그 사이에 나는 아이들을 씻기고, 먹이고, 또 치워야 한다. 매일매일이 너무 바빴다. 그러다 보니 점점 아이가 알아서 제 할일을 하기를 바라게 되었고, 잔소리가 늘어갔다. 피곤하니 짜증도 내게 되고. 아이는 어느새 내가 제 이름을 부르면 행여 혼날까봐 눈이 동그랗게 커지는 일이 잦아졌다. 나는 봄이의 말대로 따끔따끔한 엄마가 되어가고 있었다.

 많이 자란 것 같지만, 아직 어린 아이였다. 어른도 자기 할 일을 시간 내에 끝내지 못하고 게으름을 피우는데, 아이는 오죽할까 싶었다. 숙제를 시켜도 옆에 지켜 앉아있지 않으면 딴짓을 하고  딴생각을 하는 우리 봄이. 궁금한 것도 많고 호기심도 많은 아이라 더 그런지도 모르겠다. 아이를 아이가 아닌 어른처럼 대하고 책임을 물었으니 그게 쌓여서 눈물이 날만도 하다.

 이미 열한시가 넘은 시간이었지만 결국 봄이와 나는 서로를 끌어안고 한참 동안 이야기를 나눴다. 뭐가 그리 서러웠었는지, 스트레스를 받았었는지, 울기도 하고 웃기도 하다가 열두시가 다되어 봄이는 잠이 들었다. 그저 엄마의 따뜻한 품이 그리웠었는지도 모르겠다. 요즘 들어 안아달라는 말을 자주 하는 걸 보면 말이다.

 좋은 엄마가 될 자신은 없었어도, 친구같이 편한 엄마가 되고 싶었었는데. 요즘의 내 모습을 돌아보니 그건 아니였던 것 같다. 잔소리하고, 명령하고, 억압하는 엄마의 모습을 많이 보여주었었다. 그리 빠릿빠릿 행동이 빠른 아이가 아니다. 가끔은 고구마를 백개 먹은 듯 답답하게 행동할 때도 많다. 그런 모습을 볼 때마다 다혈질인 나로서는 분통이 터지지만, 오늘의 봄이의 말을 가슴에 새겨두어야 할 것 같다. 따끔따끔한 엄마로 변해가려고 할 때마다 가시를 내리고 봄이의 친절한 엄마로 돌아오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 같다.

 이제부터 좀더 아이에 대한 기대치를 낮추고 따뜻한 눈으로 아이를 바라봐주어야겠다. 안아달라고 하기 전에 더 많이 안아주어야겠다. 늘 느끼는 것이지만, 아이를 키우는 것은 참으로 힘이 드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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