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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렌체 번외 II. 두오모성당의 아버지 브루넬리스키

르네상스 시대의 천재 건축가 브루넬리스키 이야기

by 은퇴설계자

Duomo 가 두오모 성당이 되기까지


우리가 피렌체의 두오모 성당이라고 부르는 성당의 본래 이름은 산타 마리아 델 피오레 (Santa Maria del Fiore), 꽃의 성모 마리아 성당이다.


그런데 우리는 흔히들 이 성당을 두오모 성당이라고 부른다. 밀라노를 가본 사람들은 헷갈릴 것이다. 피렌체에 유명한 두오모성당이 있는데, 밀라노의 고딕양식의 화려한 대리석 성당의 이름도 두오모 성당이라고 불린다.


흔한 착각 중에 하나가 두오모가 돔 성당을 가리키는 용어라고 생각들을 한다. 우리말로는 발음이 비슷하니 그럴듯하지만 아래 사진에서 보듯이 밀라노의 두오모 성당은 돔이 없다.

ChatGPT Image 2025년 8월 31일 오후 06_16_13.png 밀라노 두오모 성당 (By ChatGPT)


이태리어로 Duomo는 그냥 집이란 뜻이다. 두오모는 그 도시를 대표하는 하나님의 집, 성당을 일컬을 때 사용되는 용어이다.


피렌체를 대표하는 성당이 바로 우리가 피렌체의 두오모 성당이라고 부르는 산타마리아 델 피오레 성당이다. 산타 마리아는 유럽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성당 이름인데, 델 피오레 (꽃의)는 왜 붙은 것일까?


피렌체는 꽃의 도시라고 한다. Florence라는 이름 자체의 어원이 Flower의 Flo랑 연결되어 있는데, Florence는 라틴어로 꽃피는, 번영하는 이란 뜻을 품고 있다. 플로렌스 (피렌체의 영어식 이름) 속에 이미 꽃을 담고 있다고 할 수 있겠다.


이 꽃피는 피렌체에 가장 걸맞은 건축물이 오늘 말하고자 하는 두오모 성당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꽃봉오리처럼 활짝 피어있는 모습이 말 그래도 델 피오레 (Del Fiore) 그 자체가 아닐까?


그렇다면 고딕 성당이 주류를 이루던 시대에 어떻게 이런 걸작의 돔 성당을 만들게 되었을까?


하늘을 찌르는 신앙의 상징 고딕 성당의 첨탑


ChatGPT Image 2025년 8월 31일 오후 06_02_04.png 쾰른 성당 (By ChatGPT)


르네상스 이전의 대부분의 성당은 흔히들 부르는 고딕 양식의 성당으로 건축되었다.


고딕 양식의 대표적인 특징이 바로 하늘을 찌르는 첨탑이다.


이 첨탑을 통해 하늘에 계신 하나님을 우러러보며 드높은 신앙심을 되새기게 된다.


이런 하늘을 향한 경외심으로 만들어진 쾰른 성당의 높은 첨탑의 높이는 무려 130M가 넘을 정도이다. 첨탑은 하나로만 이뤄져 있지 않다. 작은 첨탑들이 점층적으로 더 높은 첨탑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ChatGPT Image 2025년 8월 31일 오후 06_16_13.png 밀라노 대성당 (By ChatGPT)

쾰른 대성당이나, 밀라노 대성당의 첨탑들을 향연을 보면 자연스레 하늘의 영광을 되새기게 된다.

수직적인 공간의 구성은 기독교 신앙의 권위를 상징하고 있다.


이런 중세의 압도적 신앙의 상징이던 첨탑이 어떻게 돔으로 바뀌게 되었을까?


르네상스는 중세의 신 중심의 사고방식을 벗어나 인간 중심의 사고방식으로의 전환하는 시대였다.


하늘을 찌르는 첨탑이 아닌 하늘을 덮는 반구 형태는 우주에 대한 인간의 질서적 이해를 상징하고 있다. 건축 공간은 이제 신의 권위보다 인간의 이성적 조화와 비례가 중심이 되었으며, 돔은 수직성이 아니라 중심성과 안정성의 미학을 보여주는 르네상스 양식의 전형이 되었던 것이다.


오늘날에도 한국의 국회의사당, 워싱턴 DC의 국회의사당과 같은 민주주의를 상징하는 정치적인 공간을 돔으로 덮는 것이 이러한 인간 중심의 세계관을 드러내는 것이라고 할 수 있겠다.


로마 가톨릭으로 독립하여 자체적인 기독교 신앙인 영국의 성공회를 대표적인 세인트 폴 성당 역시 돔으로 덮여 있다.

ChatGPT Image 2025년 8월 31일 오후 05_57_02.png 런던 세인트 폴 성당 (By ChatGPT)

돔은 인간 중심의 신앙 세계를 상징하는 구조물인데, 그 근원은 로마의 신들을 모시던 판테온이라는 건축물이다.


판테온은 기원후 2세기 로마 제정 시대에 무수히 많은 로마의 신들을 모시기 위해 만들어진 공간이다. 다신교의 상징이자 이교도의 상징인 돔이 가톨릭 성당이 되기까지는 무수한 시간이 흘러야 했다.


ChatGPT Image 2025년 8월 31일 오후 05_54_25.png 로마 판테온 (By ChatGPT)

고딕의 첨탑이 르네상스의 돔 성당이 되기까지 어떤 변화가 필요했을까?

거기에 바로 르네상스 건축의 천재 브루넬리스키가 큰 역할을 하게 된다.


판테온의 영감을 피렌체로 가져온 브루넬리스키


15세기 초 피렌체. 도시 한가운데에 우뚝 솟아야 할 성당의 돔이 100년 넘게 완성되지 못한 채 멈춰 있었다. 그 건물은 산타 마리아 델 피오레 대성당, 거대한 규모로 지어진 성당은 마지막 정점인 돔이 남겨진 채 도시의 자존심을 시험하고 있었다.


그때 등장한 인물이 바로 필리포 브루넬리스키. 원래 금세공사이자 조각가였던 그는 독학으로 건축과 공학, 수학을 익혔고, 고대 로마의 판테온을 연구하며 돔 구조에 천착했다. 그는 당대 어떤 건축가도 상상하지 못했던 방식으로, 목재 비계 없이 거대한 자가 지지식 돔을 올리겠다는 파격적인 설계를 제안한다.


1418년, 피렌체 시의회가 돔 설계 공모전을 열자 브루넬리스키는 경쟁자 기베르티와 맞붙는다. 공모전에서 그는 자신의 설계의 기술적 구현 방식을 상세히 공개하지 않으면서도 무게 분산과 곡률 계산에 있어서 누구보다 앞선 안목을 보인다. 결국 그는 총책임자로 임명되어 돔 공사를 진두지휘하게 된다.


그가 선택한 방식은 이중돔 구조였다. 안쪽 돔은 가볍게, 바깥쪽 돔은 튼튼하게, 그리고 나선형 벽돌 쌓기 패턴(herringbone pattern)으로 구조적 안정성을 확보했다. 브루넬리스키는 돔을 올리는 데 필요한 기중기와 윈치 같은 기계장치까지 스스로 설계하며, 르네상스 시대의 엔지니어이자 건축가로서의 천재성을 유감없이 발휘한다.


공사는 16년에 걸쳐 진행되었고, 1436년 마침내 돔이 완공된다. 직경 45.5m, 높이 114.5m에 달하는 이 돔은 판테온 이후 가장 거대한 규모이자, 르네상스의 개막을 알리는 상징이 되었다. 브루넬리스키는 고딕의 첨탑이 아니라, 하늘을 향해 우아하게 솟는 돔을 통해 인간의 이성과 비례, 질서를 드러내려 했다.


그의 돔은 단순한 건축물이 아니다. 그것은 기술과 예술, 고대와 현대, 신과 인간을 연결하는 상징이다. 브루넬리스키는 피렌체 시민에게 하늘을 올려다볼 이유를, 르네상스 세계에게 건축이 다시 철학이 될 수 있다는 믿음을 선사했다.


여기에서 피렌체의 천재들의 이야기를 마무리하려고 한다. 조토, 보티첼리, 다빈치, 미켈란젤로, 브루넬리스키까지 공부하고 나니 빨리 26년 여름이 왔으면 좋겠다.


이 천재들의 작품을 직접 눈으로 볼 수 있다면 얼마나 영광스러운 일이겠는가. 아이들에게 흥미진진한 르네상스의 이야기를 짧은 지식으로라도 나눌 수 있다면 상상만 해도 즐거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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