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하게 시작한 단순한 운동
러닝을 다시 시작한 건 약 일 년 만이다. 암만 해가 진 저녁이라도 더위가 쉬이 가시질 않아서 ‘여름엔 러닝을 하면 안 되겠다’ 생각하고는 쉬기 시작했는데, 늘어지는 생활이 싫어 무작정 새벽에 일어나 밖으로 나왔다. 많은 것을 비워내며 맑아진 정신과 가벼워진 몸이 아니었다면 분명 엄두도 내지 못할 일이었다.
저녁보다 더 뜨거울 거라는 예상과는 달리 아침의 공기는 선선했다. 캄캄하지 않은 밝은 길도 좋고, 새벽같이 일어나 운동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는 것도 좋았다. 같은 시간에 같은 장소에 가면 마주치게 되는 사람들을 보며 내심 반가워하는 재미도 있다.
러닝은 정말 심플한 운동이다. 길이 있으면 그냥 달리면 된다. 별다른 기구가 필요하지 않으며 돈도 들지 않는다. 1년 전의 나처럼 모든 용품을 구비하고 시작할 필요도 없다. 그저 운동화 한 켤레만 있으면 된다.
체력이 늘어 먼 거리도 맨몸으로 가볍게 뛰어서 다녀올 수 있게 된다면, 자연스럽게 자전거나 자동차 같은 이동수단의 도움이 필요한 상황도 줄어들 것이다. 그 말은 즉, 활동의 제약이 줄어든다는 뜻이다.
달리기를 하며 볼 수 있는 풍경과 느낄 수 있는 쾌감이 피곤한 아침에도 눈을 뜨게 만든다. 달리며 맞는 시원한 바람과 집에 돌아와 선풍기로 식히는 열, 갈증 난 상태에서 마시는 시원한 보리차와 찬물로 땀을 씻어내는 샤워도 좋다. 샤워를 하다 보면 온갖 잡념도 함께 씻겨 내려간다.
그 누가 예상이나 했을까, 달리기를 세상에서 제일 싫어하던 달리기 만년 꼴등이 러닝을 이렇게 좋아하게 될 줄. 러닝이 주는 선물 같은 시간을 지금이라도 알게 되어 다행이라고 생각할 뿐이다.
주 3회 러닝 하기, 달리기로 옆동네 다녀오기, 페이스 단축하기와 같은 단순하고 해봄직한 목표들이 계속해서 생겨난다. 하나씩 달성해 나갈수록 나 자신에 대한 믿음이 견고해지는 것은 물론, 무의미하다고 여겼던 인생이 한 단계씩 성장하고 있다는 것을 느낀다. 이제 더는 내일이 오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지 않는다. 또다시 달릴 수 있는 시간을 기다릴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