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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자기 초보를 위한 안내서 1

타자기 입문자들이 꼭 익혀야 하는 것들

by 레뜨로핏 Rettrofit

앞에서는 자신에게 적합한 타자기를 골라서 구매하는 요령까지 설명을 했다. 타자기 잠금레버 해제하는 방법까지 확인을 했으니,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타자기 사용법을 알아보려 한다. 당신이 앉아있는 테이블 앞에는 엄선하여 구매한 타자기가 한 대 앞에 놓여 있다고 가정하고 이제 기초적인 사용법을 알아보자.




어떤 분야라도 기본적으로 가장 중요시 하는 것은 자세이다. 운동선수의 경우는 어릴 적부터 기초훈련을 통해 좋은 자세를 체득하도록 훈련을 받는다. 타자기도 마찬가지로 같은 맥락에서 자세의 중요성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우리가 이 책을 통해서 훌륭한 타이피스트가 되려는 것은 아니지만, 좋은 자세는 당신의 취미생활을 더욱 윤택하게 만들어 줄것이다. 필사를 위해 장시간 타자기 앞에 앉아 있는다면, 올바른 자세가 피로감을 줄여주고 더 장시간 타자기를 즐길 수 있도록 도와 줄것이다.


타이핑 시 바른 자세_ⓒ 2025. Rerrtofit. AI 생성 이미지


1. 타이핑 자세

1) 양 팔은 겨드랑이에 가볍게 붙이고, 팔꿈치를 굽혀서 수평이 되도록 한다

2) 타자기의 글자판 위에 양손을 놓았을 때 팔꿈치로부터 손등까지 수평이 되는 높이

3) 타자기는 왼쪽, 원고는 오른쪽

4) 손가락은 자연스럽게 첫째마디를 굽혀 글쇠 위에 수직(90°) 되도록 세운다



타이핑 시 손가락의 바른 자세 ⓒ 2025. Rettrofit. All Rights Reserved.




2.타자기의 구조와 명칭


타자기 부위별 명칭 1 ⓒ 2025. Rettrofit. All Rights Reserved.



타자기 부위별 명칭 2 ⓒ 2025. Rettrofit. All Rights Reserved.


1) 종이를 다루는 부분(Paper Handling)

가장 먼저 종이를 넣고, 고정하고, 움직이는 부분이다.

Paper Support(용지받침대): 책상 위 책받침처럼, 타자기에 넣은 종이가 뒤로 넘어가지 않도록 받쳐주는 지지대이다. 타자기 기종에 따라 1자 모양 또는 V자 모양의 받침이 수동 또는 버튼을 눌러 자동으로 접었다 폈다 할 수 있다.

Platen(둥글대): 글자가 직접 찍히는 단단한 고무 롤러 부분이다. 마치 김밥을 마는 김발처럼 종이를 동그랗게 감싸 안고, 위로 한 줄씩 돌려주는 역할 한다.

Platen Knobs R&L(둥글대손잡이): 둥글대 양쪽에 달린 손잡이로, 이 손잡이를 돌려 종이를 넣거나 빼고, 줄의 위치를 미세하게 조정할 수 있다. 보통 '노브'라고 부르기도 한다.

Paper Bail Scale(용지누름자): 종이가 둥글대에 착 달라붙어 흔들리지 않도록 위에서 눌러주는 기능이다. 자(Scale)처럼 눈금이 새겨져 있어 종이의 가운데를 맞추거나 정렬할 때 유용하다.

Paper Release Lever(용지풀기레버): 용지누름자의 압력을 일시적으로 풀어주는 레버다. 종이가 삐뚤게 들어갔을 때 이 레버를 당기면 누르는 압력이 풀어져 종이를 움직여 위치 조정을 할 수 있다.


2) 움직이는 심장, 나르개(The Carriage Assembly)

타이핑할 때마다 좌,우로 움직이며 글쓰기의 리듬을 만들어주는 부분이다.

Carriage(캐리지/나르개): 둥글대와 종이를 포함한 타자기의 상단부 전체이 명칭이다. 한 글자를 칠 때마다 왼쪽으로 한 칸씩 ‘착, 착’ 소리를 내며 이동하며 타자기의 가장 상징적인 움직임을 보여주는 부분이다.

Carriage Release Lever R&L(나르개풀기손잡이/나르개늦추개): 나르개의 잠금을 풀어 좌우로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게 해주는 레버이다. 보통 둥글대 손잡이 근처 양쪽에 있으며, 이 레버를 누른 상태로 나르개를 밀거나 당겨 원하는 위치로 옮길 수 있다.

Line Space Lever(줄넓이 손잡이/나르개 리턴레버): 타자기의 가장 멋진 소리를 내는 주인공이다! 한 줄을 끝까지 쓴 뒤 이 레버를 오른쪽으로 ‘촤악-!’ 밀면, 나르개가 맨 처음 위치로 돌아가는 동시에 종이가 설정된 간격만큼 위로 올라가 다음 줄을 쓸 준비를 해준다. 보통 '리턴레버'라고 한다.


3) 글의 모양을 잡는 부분(Text Formatting)

여백, 줄 간격, 들여쓰기 등 문서의 전체적인 형태를 결정하는 조절 장치이다.

Margin Stop(여백 맞추개): 글이 시작되고 끝나는 좌우 여백을 설정하는 장치이다. 보통 나르개 뒷면에 있으며, 이 장치를 원하는 위치에 고정해두면 나르개가 그 이상 움직이지 않는다.

Margin Release Key(더찍기쇠): 설정된 오른쪽 '마진스톱'에 다다르고 마진벨이 울리면 나르개가 멈추게 된다. 이 때 여백을 무시하고 몇 글자 더 칠 수 있게 해주는 ‘마법의 키’이다. 줄 끝에 단어가 아슬아슬하게 걸릴 때 아주 유용하다. 하지만 가능하면 마진벨이 울릴 때 리텐레버를 당겨 다음 줄로 넘어가자.

Line Space Selector Lever(글줄 간격 조절 레버): 원고의 줄 간격을 설정하는 레버이다. 보통 1, 2, 3과 같은 숫자로 표시되어 있으며, 각각 1줄, 1.5줄, 2줄 간격으로 벌어지게 되어 있다.

Tab Set & Clear Lever(간매기쇠 걸쇠 & 풀기쇠): 탭(Tabultator) 키를 사용하기 위해 특정 위치에 나르개가 한 번에 이동하도록 탭셋 레버와 클리어레버로 아래, 위로 움직여서 설정을 하는 기능이다. 문단의 첫 글자를 들여쓰기하거나 표를 만들 때 주로 사용한다.

Touch Control Key(타력조절기): 키를 누르는 힘(압력), 즉 타건의 강도를 조절하는 기능이다. 손가락 힘이 약하거나 강한 사용자가 자신에게 맞게 키 압력단계를 조절하여 편안한 타건감을 찾을 수 있다.


4) 글자를 만드는 부분(Typing Mechanism)

당신의 손끝에서 시작된 힘이 종이 위 글자로 피어나는 과정에 관여하는 핵심 부품들이다.

Segment(활자대집) & Segment Bar & Typeface(활자대 & 활자): 모든 활자대가 부채꼴 모양으로 모여있는 타자기의 심장부입니다. 키보드의 키를 누르면, 그에 연결된 해당 글자의 활자대가 ‘휙’ 하고 튀어 올라 종이를 때립니다. ‘활자’는 활자대 끝에 붙어 있는 금속재질의 활자 자체를 말한다.

Shift(윗글쇠키) & Shift Lock(윗글쇠 고정키): 컴퓨터 키보드의 Shift 키와 역할이 같다. Shift 키를 누른 채로 치면 금속활자의 윗단에 있는 글자가 찍힌다. Shift Lock은 영문 대문자처럼 윗단의 활자를 계속 입력할 때 고정시켜주는 역할을 한다.


5) 생명을 불어넣는 혈관, 잉크 시스템(Ink System)

당신의 생각이 종이 위에 인쇄된 글자로 피어나는 마지막 필요 요소가 바로 '잉크'이다.

Ribbon(먹끈/잉크리본): 과거에 '먹끈'이라고 불렀던 잉크리본은 패브릭 재질의 리본에 잉크가 배어있어서 활자가 종이를 때릴 때, 그 사이에 리본이 끼어들어 활자가 인쇄가 되도록 한다. 타자기의 유일한 소모품이자, 리본의 상태에 따라 인자되는 글자의 색과 선명도가 달라진다. 리본은 크게 3종류가 있다. 나일론(Nylon), 실크(Silk), 면(Cotton) 재질의 리본이 있다. 면재질이 진하게 인쇄가 되나, 수명은 나일론에 비해 짧고 가격은 조금 비싼 편이다. 나일론 재질은 비교적 가격이 저렴하여 더 많이 사용된다. 종이에 잉크가 스며드는 정도가 달라서 이런 디테일의 차이를 선택해서 써 보기를 추천한다. 실크재질은 현재는 생산이 안 된다고 한다. 나일론과 면재질의 리본은 아직 유통되고 있어 구매가 가능하다. 전동이나 전자 타자기에 쓰는 카본필름으로 된 리본도 있는데 이걸 감아서 쓰는 경우도 있다. 카본필름을 사용하면 종이에 번짐이 없이 때문에 활자는 조금 얇은 느낌이지만, 마치 프린터로 인쇄를 한 것처럼 매우 깔끔한 결과물을 얻을 수 있다. 타자기에 사용되는 리본의 폭은 1/2인치(1.27cm)가 가장 많다. 리본 한 롤당 길이는 보통 12야드(10m)이다. 리본의 한 쪽 끝에서 끝까지 타이핑을 할 경우 표준활자(PICA Type)의 경우 약 4,300타, 소형활자(ELITE Type)의 경우는 5,100타 정도 찍을 수 있다.

Ribbon Spool(리본감개): 리본스풀은 잉크가 묻은 리본을 감아주는 장치로 양쪽으로 2개가 들어간다. 활자대가 움직이며 둥글대에 활자가 한 칸씩 찍힐 때 리본스풀도 한 칸씩 감기고 풀린다. 리본은 한 쪽으로 방향으로 풀리고 감기다가, 끝에 도달했을 때 리본이 걸리면서 다시 반대로 감기도록 설계되어 있다. 리본스풀은 타자기 제조사마다 규격이 조금씩 다르기 때문에 호환이 되는 기종과 안 되는 기종이 있다.

Ribbon Selector (먹끈색깔바꾸개/먹끈조절기): 먹끈의 어느 부분을 사용할지 결정하는 레버이다. 보통 세 가지 설정을 가지고 있다. 검은색: 먹끈의 윗부분을 사용/ 빨간색: 먹끈의 아랫부분을 사용 / 흰색(또는 중앙 표시): 이 설정은 '스텐실 모드'라고하여 활자가 먹끈을 건드리지 않고 바로 종이를 때리게 하여, 먹지 또는 등사 원지를 만들 때 사용했다. 일반 종이에 사용하면 잉크 없이 자국만 남게 되므로, 먹끈의 수명을 아끼고 싶을 때나 특정 효과를 원할 때 사용할 수 있다. [Tip] 먹끈의 한쪽만 계속 사용하면 그 부분만 잉크가 빨리 닳게 됩니다. 먹끈 조절기로 위치를 가끔 바꿔 사용하면 좋다.




3. 타이핑 준비 및 순서

이제 타자기 각 부분의 명칭과 기능에 대해 파악을 했다면, 당신의 첫 문장을 종이 위에 새길 시간이다. 타자기로 글을 쓰는 과정은 단순히 키를 누르는 행위 그 이상이 될 것이다. 이 챕터에서는 종이를 넣고 첫 타이핑을 시작하기까지의 과정을 차근차근 안내하니 순서에 따라 천천히 따라 하다보면 곧 당신도 익숙하게 이 모든 과정을 즐기게 될 것이다. 다음 챕터에서 다루겠지만, 아직 어떤 자판을 선택했는지? 그 자판에 맞는 타이핑 방법을 설명하기 전이지만, 타이핑의 전반적은 과정을 가볍게 숙지하고 넘어가려 한다.


1단계: 준비하기 (종이와 여백 설정)

배우가 무대에 오르기 전 분장을 하듯, 글쓰기를 시작하기 전에도 약간의 준비가 필요하다.

여백(Margin Stop) 설정하기: 가장 먼저 할 일은 당신의 글이 머무를 공간의 경계를 정하는 것이다. 나르개(Carriage) 뒷면에 있는 여백 맞추개를 움직여 글이 시작될 왼쪽 여백과 끝날 오른쪽 여백을 설정한다. 이것은 글의 전체적인 모양을 결정하는 중요한 첫 단계이다.

용지받침대(Paper Support) 올리기: 접혀 있는 용지받침대를 세워 종이를 받쳐 줄 준비를 한다.

종이 넣고 감아주기: 타이핑할 용지를 용지받침대와 둥글대(Platen) 사이에 넣고, 둥글대손잡이(Platen Knob)를 몸 쪽으로 부드럽게 돌려준다. 종이가 둥글대에 말려 올라오면, 용지누름자(Paper Bail Scale)를 내려 종이를 착 감싸듯 눌러준다.

수평 맞추기: 혹시 종이가 삐뚤게 들어갔는지 본다. 괜찮다면, 용지풀기레버(Paper Release Lever)를 앞으로 당기면 종이를 잡고 있던 압력이 풀린다. 이때 두 손으로 종이의 수평을 맞춘 뒤, 레버를 다시 원위치 시켜 종이를 단단히 고정한다.

글줄 간격(Line Space) 선택하기: 글줄 간격 조절 레버(Line Space Selector Lever)를 이용해 줄 간격을 미리 설정한다. 1(싱글)은 빽빽하게, 2(더블)는 여유롭게. 3(트리플)은 휠씬 넓게. 당신의 글이 어떤 호흡으로 읽히길 바라는지에 따라 설정한다.


2단계: 첫 문장을 향한 출발

모든 준비가 끝났다. 이제 진짜 시작이다.

출발선으로 이동: 줄넓이 손잡이(Line Space Lever)를 오른쪽으로 끝까지 '촤악-!' 소리가 나게 밀어준다. 그러면 나르개가 설정된 왼쪽 여백, 즉 타이핑 시작 위치로 이동할 것이다. 이 경쾌한 소리는 글쓰기 시작을 알리는 기분 좋은 신호탄이다.

타이핑 시작! 그리고 줄 바꾸기: 첫 타이핑을 시작한다. 한 글자 한 글자, 당신의 생각을 종이 위에 새겨본다. 오른쪽 여백에 가까워지면 '땡!' 하는 마진벨 소리가 울릴 것이다. 이것은 곧 줄을 바꿀 시간이라는 친절한 알림이다. 벨이 울리면 쓰던 단어를 마무리하고, 다시 한번 줄넓이 손잡이를 오른쪽으로 '촤악-!' 밀어 다음 줄로 넘어간다. [Tip] 단어가 잘릴 때, 마진벨이 울렸지만 단어가 끝나지 않아 몇 글자 더 써야 할 때가 있다. 이때 자판의 더찍기쇠(Margin Release Key)를 누르면, 멈춰 있던 나르개가 봉인 해제되듯 움직이며 몇 글자 더 타이핑할 수 있는 공간을 허락해 준다.


3단계: 아름다운 마무리

글쓰기를 마쳤다면, 타이핑이 끝난 결과물을 꺼내면 된다.

용지 꺼내기: 용지풀기레버(Paper Release Lever)를 당겨 종이를 자유롭게 만든 뒤 위로 쑥 뽑아낸다. 또는, 오른쪽의 노브(둥글대손잡이)를 뒤쪽으로 돌려 종이가 처음 들어왔던 길을 따라 빠져나오게 할 수도 있다.


자, 이제 당신의 손에는 타자기로 타이핑한 첫 번째 문서가 들려 있다. 어떤가? 어렵다고 느꼈을지? 재미있다고 느꼈을지?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이 과정은 이제 계속 반복하며 자신만의 스타일을 찾아가길 바란다.





타이핑 순서는 더 쉽고 편안한 이해를 돕기위해, 영상으로 준비해서 QR링크로 제공할 예정이다.

다음편에는 네 벌, 두 벌식 타자기의 자판 배열과 타이핑 방법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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