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에 대한 간절함이 졸음처럼 몰려왔다

참는다고 참아지는 것이 아닌 것들

by 레브

왜 일이 끝나지 않는 걸까.

내가 부족한 것인지 상황이 잘못된 것인지 복잡한 생각들이 끊이지 않았고, 일을 하다가 잠시 화장실에서 눈물을 닦고는 다시 자리에 돌아와 일해야 했다.


하루는 야근을 하고 저녁도 먹지 않고 집에 들어왔다. 평소라면 간단하게라도 무언가를 챙겨 먹었겠지만 정말 그날은 아무것도 먹고 싶지가 않았다. 배고픔보다 공허함이 더 컸던 어두운 밤이었다.


나는 방에 가만히 누웠다. 그리고 한참 동안 방 안의 사물처럼 가만히 있다 보니 밤 12시 가까운 시간이 되었다. 그리고는 갑자기 앉아서 브런치에 글을 쓰기 시작했다.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마음과 이 마음을 글로 써 내려가고 싶은 마음이 갑자기 몰려왔기 때문이다. 나는 그 자리에서 2시간 동안 쉬지 않고 글을 쓰고 수정했다. 하루 종일 힘들었던 내 컨디션을 잊을 만큼 집중한 나를 보며 몰입은 이런 것이라는 것을 다시 깨달았다. 그러고 누워서 한참 잠을 이루지 못했고 새벽 3시가 넘어서야 잠에 들었다.


다음날, 분명 피곤해야 하는데 생각보다 괜찮았다. 마치 꿈에서 출근을 하는 기분이었다. 전날 하루 종일 요동치던 마음이 무덤덤해졌다. 아침에 버스를 타러 가며 내가 퇴사를 하겠구나 하는 느낌이 왔다. 마치 결혼할 사람을 만나면 이 사람이구나 하는 느낌이 온다는 그 말처럼. 때가 왔구나 하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오늘은 일찍 퇴근해서 쉬어야지 마음먹었지만, 역시나 4시간 동안 야근을 하고서야 일을 마무리할 수 있었다.


끊임없이 밀려오는 업무. 메신저, 전화, 메일, 엑셀파일, 프로그램, 각종 업무들. 그 사이에서 헤엄치는 일상의 반복이었다. 퇴사를 하던 이직을 하던 3개월 안에 끝내지 않으면 안되겠구나, 나는 드디어 끝까지 왔구나.


퇴사에 대한 간절함이 졸음처럼 몰려왔다.

내가 제어할 수 있는 것이 아닌 듯해 보였다.

졸음을 참아도 갑자기 잠들어 버릴 수 있듯이,

퇴사를 참아도 갑자기 저질러 버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2023.0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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