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감기에 걸리면 겉으로 잘 드러나지 않는다
내가 회사를 다니는 것이 힘들다고 말하면 여러 조언이나 말들을 듣곤 한다.
도저히 향할 곳도 물러설 곳도 없는 벼랑 끝에 있는 듯한 나의 심리 상태에서 그것은 무리였다.
고통은 비교하는 것도 남이 대신 판단해 주는 것도 아니지만 주변의 말들이 스스로의 고통을 의심하게 만드는 순간이 있다.
컨디션이 좋은 상태에서라면 운동장 한 바퀴를 도는 것은 가능하다.
그렇지만 감기에 걸려서 몇 걸음만 가도 힘든 상태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몸이 아픈 것은 몸이 열을 내고, 신체적 고통으로 표현을 하고, 정신에 비해서는 겉으로 증상이 더 잘 드러난다. 그렇지만 마음이 아플 때는 그건 나약한 소리야 하고 외쳐대는 아무것도 모르는 내 자신과도 싸워야 하고, 겉으로 드러나는 증상도 한정적이라서 몸이 아픈 것에 비해 덜 드러난다.
누군가는 내게 말했다.
운동장을 다 돌지 못하면 어떻게 하냐고, 돌다 보면 익숙해진다고, 좀 더 노력해서 돌아보라고, 두 바퀴를 돌았던 사람도 있다고, 누군가는 세 바퀴를 돌면서도 참고 돌고 있다고, 너도 할 수 있다고.
나는 하루하루 내 몸을 일으켜 일단 운동장에 끌어다 놓았고, “그래. 다들 저렇게 달리고 있잖아, 해보자.” 하다가 넘어지고, 자책하고, 다시 일어서서 걷고, 한 바퀴를 시간 안에 다 돌지 못할 것 같아서 겨우겨우 뛰기를 반복했다.
나는 매일 그런 내 마음과 싸워가며 나의 몸을 회사로 끌고 가야만 했다.
나는 당장 퇴사를 할게 아니라면 어쩔 수 없는 일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나는 내 몸을 운동장에 다시 밀어 넣었고,
현실을 아는 내 다리는 애써 움직여서 어기적 어기적 걷고 있었다.
몸이 감기에 걸려서 움직일 수 없다고 하면 당연한 거라 생각하면서,
왜 마음이 감기에 걸려서라고 하면 의지력이 약한걸까 하고 생각하게 되는 것일까.
마음도 감기에 걸릴 수 있는데.
2023.5.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