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을 꾸었다. 나는 기차를 타고 지하철을 타고 버스를 타고 어디론가 가고 있다. 본 적 없는 플랫폼에서 길을 찾아가야만 하고 가본 적 없는 동네에서 목적지까지 가야 한다. 갈아타야 할 정거장을 놓쳐서 하염없이 창 밖을 바라봐야 하는 상황이 반복된다. 난 대체 무얼 놓친 걸까?
오늘은 혼자가 아니다. 아이와 같이 버스를 탔다. 유난히 짐이 많고 사람도 많은 퇴근길 버스. 짐을 놓고 내리지 않으려고 신경을 곤두세웠는데 결국 아이를 놓고 내렸다. 버스의 뒷모습이 저 멀리 살아지고 가쁜 숨을 내쉬며 뛰던 발이 점점 느려진다.
엄마한테 전화를 걸었다. 꿈속에서 엄마는 나를 안심시켰다. 괜찮다고 엄마가 해결해 줄 거라고 자동차로 데리러 가겠다고 말이다. 실상 엄마는 운전도 할 줄 모르고 길도 잘 몰라서 나를 그리고 아이를 데리러 올 수 없는데 말이다. 터덜터덜 집으로 가기 위해 지하철을 탄다. 익숙한 얼굴의 사람이 보인다. 애써 외면하고 저 멀리에 가서 앉는다.
어느 날은 물어보지 못했던 질문들을 다 물어보기도 한다. 그땐 왜 그런 거니? 어떤 마음이었니? 너의 진심은 무엇이니? 상처받아도 좋으니 진실을 알고 싶은 마음이다. 답정너처럼 내가 듣고 싶은 대답을 들으려고 안간힘을 쓰는 것 같다. 그 마음을 아는지 나의 예측과 예상대로 답을 해준다. 하지만 마지막 중요한 질문에서 갑자기 잠이 확 깬다. 아쉬움이 밀려온다. 한 가지, 단 하나만 더 물어보면 됐는데 말이다.
꿈은 풀리지 않는 문제를 해소시켜주기도 하고 더 꼬아 만들기도 한다. 어느 날은 꿈을 꿔서 단판을 짓고 싶다가도 그냥 아무것도 모른 채로 눈을 감았다가 뜨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신나게 꿈을 꾸고 나서 눈을 뜨면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는 경우도 있다. 그럴 때면 <이터널선샤인>의 주인공이 된 거 같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