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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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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가님




이사를 했다. 그전까지는 운이 좋게도 분양하는 아파트로만 이사를 해서 짐이 들어가고 나가고 하는 이사의 참 맛을 느끼지 못했다. 그런데 이번 이사를 통해 이사가 쉽지 않다는 것과 여러 사람과의 조율이 필요하다는 걸 알게 됐다.



우리가 들어갈 집 잔금을 주기 위해서는 재 살고 있는 집의 짐을 다 빼야 한다. 새벽 7시부터 시작된 짐 싸기는 11시가 넘어서 끝났고 처음 분양받아 들어온 그 모습 그대로 앙상한 가지만 남았다. 꿈에 그리던 내 집이 익숙해지다 못해 지겨워져 언제 이사가나 하는 생각이 컸는데 날 것 그대로의 집을 보니 마음이 쓰였다.



그리고 이사 온 집은 왜 그렇게 갖춰진 게 하나도 없는 건지. 사이청소라고 짐을 빼고 넣는 사이에 청소하는 게 있는 데 안 했으면 어땠을까 싶을 정도로 지저분했고 수납장도 너무 부족해서 짐들을 거실 한 편에 겹이 쌓아 놓을 수밖에 없었다. 눈까지 내리고 외출로 해놓은 집 안 온도는 쉽사리 올라가지 않아서 어디 산속 펜션에 여행 온 기분이 드는 밤이었다.







그리고 며칠 동안 주문해 놓은 가구에 가전에 아침부터 사람들이 북적이기 시작했다. 하루하루가 지날수록 내 집 같지 않고 호텔 같던 집이 점점 내 집처럼 느껴졌다. 아이들도 자기들 방이 생긴 것을 좋아하고 어렵다는 수면독립도 하게 돼서 더 의미 있는 이사가 아닐 수 없다.



아파트 커뮤니티 시설도 이용해 보고 주변 시장에서 장도 보고 상가 가게에서 밥도 먹고 하니 내 동네라는 느낌이 조금씩 다. 과거의 익숙함을 놓을 줄 알아야 새로운 삶이 시작되고 그래야 변화할 수 있다고 믿는다.



지금 여기서, 하나 하나 해 볼 용기를 가져본다.




#이사

#용기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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