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eak the rules
그리는 걸 좋아하는 좋아하는 첫째를 데리고 생전 처음 미술대회를 나갔다. 이젤이며 화판이며 급하게 주문하고 집에 있는 물감과 팔레트, 붓을 챙겨 한 짐 그득 싣고 대회 장소로 향했다. 대회에 그렇게 많은 인파가 몰릴 거라고 예상하지 못했다. 아침 일찍부터 좋은 자리를 선점해서 앉는 거는 물론이고 아빠 엄마 둘 다 연차 쓰고 아이의 대회에 공을 들이는 가족들이 꽤나 많았기 때문이다.
그 틈바구니 속에서 가벼운 마음으로 온 나와 딸아이는 자리는 어디가 좋은 지 몰라 이리저리 바꿔 앉기 일 수였다. 그리고 준비물을 챙긴다고 챙겼는데 도화지를 고정할 집게핀과 테이프를 안 가져와서 애를 먹었다. 그늘에 앉자 바람이 매섭게 불어 오돌돌 떨어야 했고 낮이 되자 햇빛이 매섭게 내리쬐서 모자를 써도 얼굴과 머리통이 익을 정도였다.
5시간 동안 이어지는 대회는 정말 자신과의 싸움이었다. 맘 대로 되지 않는 그림, 날씨 변화에 따라 적응해야 하고 오가는 사람들과 차들로 정신이 없었다. 아이는 잘하다가 힘들다고 칭얼거렸고 맘대로 그림이 나오지 않고 덩달아 바람까지 불어 화판이 떨어지자 눈물까지 보였다. 그러나 집에 가고 싶다는 아이의 말속에 끝까지 하고 싶다는 마음의 소리가 들렸고 우여곡절 끝에 그림을 완성했다.
그림을 무사히 대회 본부에 온 아이는 금세 해맑아져 간식도 사 먹고 분수와 동물들을 구경하며 기뻐했다. 집에 녹초가 되어 돌아와서 정말 세상에 쉬운 일이 없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가볍게 경험으로 나가보자 하는 대회가 누구에게는 몇 날, 몇 달을 준비해 온 가족의 큰 일일 수도 있고 그 순간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며 나를 되돌아보게 됐다.
나에게 쉽고 가벼운 일이 누군가에는 일생일대의 기회의 순간일 수도 있다는 것. 5시간의 희로애락을 경험하고 나니 조금은 자란 것 같은 느낌이다. 매 순간 정성을 다하는 마음이 필요한 것 같다.
#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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