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ng or short
어제 디카페인 마셨는데, 아침에 마신 녹차 때문일까? 12시가 넘어가도록 잠이 오지 않는다. 눈 말똥말똥, 침대에서 괜히 뒹굴뒹굴해본다. 어김없이 울리는 6시 알람. 주섬주섬 챙겨서 집을 나선다. 새벽 드라이브는 왠지 모르게 기분이 좋다. 차도 별로 없고 차에서 듣는 라디오도 꿀잼이다.
오늘의 선곡은 Re.f에 이별공식. 그 시절 노래는 슬픔도 즐겁게 표현해 좋다. 승마 가는 주말마다 비가 온다. 빗길이라 운전이 쉽지 않다. 그래도 새벽에 눈이 떠지고 몸이 일으켜지는 건 어쩔 수 없다. 오늘은 혼자 말을 타게 될까? 속보는 언제 할까? 예상이 되지 않아 더 궁금하다.
처음에 더디게 나가던 진도는 회가 거듭될수록 조금씩 빨라졌다. 오늘은 말을 타는 상태에서 일어섰다 앉았다를 했다. 작년에 멍까지 들어가면서 열심히 한 걸 몸이 기억하는지 어렵지 않았다. 잘한다는 코치님의 칭찬에 기분이 좋아진다.
비가 오고 바람이 불어서 인지 예민한 말이 가끔씩 깜짝 놀란다. 커다란 눈망울이 더 커지고 겁먹은 기색이 역력하다. 그럴 땐 워워 하면서 낮은 목소리로 진정시켜 준다. 말처럼 깜짝 잘 놀래고 겁 많은 나는 안 그런 척 태연한 척 마음을 다 잡아 본다.
왕복 2시간 넘게 운전하는 게 피곤해서였을까 집에 오자마자 쓰러져 버렸다. 낮잠을 자고 일어나서 아이랑 놀아주다가 오랜만에 저녁 약속을 나갔다. 저녁이 나오기 쉽지 않기에 약속을 2-3개를 한꺼번에 잡는 일이 다반사다. 여유롭게 즐겨야 하는데 다음 스케줄이 있고 다음 일정이 있어 마음이 바쁘다.
그래도 마지막에 만난 큰 애 학교 친구 엄마는 어느덧 많이 친해져 언니동생 할 정도가 되었다. 아무리 그래도 내 친구 내 아는 사람이 아니고 아이를 통해서 안 사람이라 조심스럽기 마련인데 그걸 뛰어넘는 일이 되긴 되더라. 예전 엄마가 이사할 때마다 동네 아줌마들이랑 친해져서 이사 간 후에도 계속 연락하고 만나고 했던 게 생각난다. 나이 들어 엄마를 닮아가는 건지 여기저기 모임 만들어 만나기 바쁘다.
강남역에 가득 모여 있는 사람들을 보면서 사람이 살아가는 데는 내 주위 사람들이 중요하고나 느낀다. 혼자는 살 수 없구나 하고 말이다. 좋은 사람, 좋은 그룹, 좋은 커뮤니티 안에서 사는 게 정말 중요하고나 느낀다. 나쁘고 안 좋은 건 금방 물드니까 말이다. 기분이 업되서 20대처럼 웃고 놀고 얘기해서 엄청 취하고 말았다. 마음씨 좋은 언니가 잡아준 택시를 타고 집에 왔다.
다음날 아침 잠깐 산책하겠다고 나간 남편은 해장국을 사 왔다. 보글보글 국을 끓이는 남편의 뒷모습을 보며 생각했다. 결혼 잘했구나. 말보다는 행동이다. 하루 종일 속이 좋지 않다. 좋아하는 차돌짬뽕도 그저 그렇게 느껴진다. 정말 이제 건강을 생각해야겠다. 이 생각이 얼마나 갈까?
5월 주말이 이렇게 가버렸다. 다음 주는 좀 더 건설적으로 살아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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