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9천만 원 신혼집 구하기

참 안 맞는 부부

by 오렌지양

서울에서 9천만 원 신혼집 구하기



서울에서 전세 9천만 원 신혼집 구하기
(feat. 600만 원으로 혼수 뿌셔뿌셔!)

결혼을 준비하는 부부들에게 가장 큰 고난은 바로 '집'이다.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우리는 서울에서 9천만 원으로 전셋집을 구했다.

어떻게? 은행 대출로

어떤 은행 대출? 제2금융권(우리은행) 신혼부부 전세자금 대출로

얼마나 대출했어? 7천만 원

이자는 얼마나? 변동성 금리 3.8%로 한달에 약 20~30만 원 (은행에서 주는 미션을 수행하면 3.4정도)


# 9천만 원으로 전셋집 구하기

결혼 한 부부도 걱정이고, 혼자 사는 사람도 걱정이고 대한민국 모든 사람들의 걱정은 '집'이 아니겠냐만 특히나 1원도 없이 결혼한 우리 같은 부부에게 '집' 문제는 굉장히 컸다. 처음에는 농담으로 텐트 치고 메뚜기 생활을 하면서 살자고 하기도 했다. (그랬다가 남편한테 혼났다... 쩝....)

우리 둘은 방송일을 주업으로 하는 프리랜서였기 때문에 4대 보험은 무슨, 계약서도 써본 적이 없는 비정규직 계약직들이었다. 계약서에 묶일 필요 없이 자유롭게 살다가 막상 결혼할 때가 되니 4대 보험 없는 정규직이 아닌, 우리 같은 프리랜서들은 대출이라는 큰 난관에 부딪히게 되었다.


# 디딤돌 대출, 프리랜서도 가능할까?

정부에서 한다는 디딤돌 대출을 제일 먼저 알아봤는데

(* 디딤돌 대출 : 부부 합산 연소득이 6000만 원 이하의 무주택 세대주를 대상으로 대출 상품)

무주택 세대주라면 우리?!라는 부푼 꿈을 안고 대출을 하러 갔지만 막상 은행에 가보니 우리는 프리랜서이기 때문에 서류상으로 아예 소득이 잡혀있지 않아서 대출 금액이 크지 않다고 했다. 우리가 원하는 금액은 6~7천만 원이었으나 정~~~ 말 많이 나와봤자 3~4천이라고 했다.

럴수럴수 이럴 수가! (2018년의 일이니 지금은 바뀌었을지도 모르겠다)


돈 없는 것도 서러운데 정규직이 아닌 현실도 서럽다니... 엉엉.... 결국 우리는 저금리 대출의 디딤돌 대출을 포기하고 약간의 금리를 지급하더라도 은행에서 운영하는 '신혼부부 전세자금 대출'을 이용하기로 했다.


디딤돌 대출은 금리가 2%대 초반이었지만 은행에서 하는 전세자금 대출은 금리가 3.8% (후덜덜) 게다가 변동성이라서 금리를 많이 낼 때도 있었다. 7천만 원을 대출했으니 한 달에 대출 이자만 20~30만 원을 내야 했다... 그나마 이자를 줄이기 위해선 은행에서 시키는 일을 꼬박꼬박 잘 하면 됐다.

이 미션을 수행하면 3.4%~3.5% 정도로 금리가 내려갔다

생각나는 것들을 적어보면 대략 이런 것들이다.


해당 은행 카드로 자동이체 결제 5개 이상 신청하기

한달에 40만원 이상 신용 카드 사용하기

한달에 해당 계좌로 계좌이제 3건이상 하기

한달에 50만 원 이상 '급여'를 해당 통장으로 입금하기


이 사항들을 지키면 3.4%~3.5%대의 금리로 이자를 내고 만약 이 중 하나라도 어기면 금리가 3.6~7%로 쭉쭉 올라갓다. 마치 악마와의 계약을 (ㅎㄷㄷ)하는 느낌이었다.


그런데 더 서러운 것은! 우리가 대출을 하고 영혼까지 끌어 모은 돈이 9천만 원 남짓인데 이 돈으로 서울 내에 집을 구하기란 하늘에서 별따기라는 것이다! (누가 결혼하자고 했어? 나와! 우쒸.... 근데 그게 나야....)


# 서울에서 9천만 원 전셋집을 찾다!

아파트는 꿈도 못 꾸고 투룸 아니면 큰 거실과 방이 있는 1.5룸 정도를 생각했는데 그마저도 쉽지가 않았다. 부동산을 열 군데 넘게 다녔는데 아무리 싼 원룸이라도 전세 1억 5천~ 2억이 기본이었다. 하지만 포기할 순 없었다! 우리 남편은 시사 프로그램을 하고 있었는데 시사 PD 특유의 취재 정신과 집념의 정신을 발휘해 부동산 발품과 직방 어플을 뒤졌고 그 결과! 서울 양천구 신월동에 9천만 원짜리 전셋집을 찾게 되었다.


약 30년 된 다세대 주택으로 실평수가 10평 정도 되는 집이었는데 주방, 거실, 안방, 작은방, 베란다까지 다 갖춰져 있어서 나름 괜찮네~ 소리가 나오는 집이었다. 다만, 서울 양천구 신월동 주민들은 격공을 하시겠지만... 신월동은 김포공항과 인접해있는 곳이어서 비행기 소음이 으마으마~했다.


얼마나 심하냐면 여름에 문을 열어놓으면 비행기 소리 때문에 TV 소리도 안 들리고 집 안에서 우리끼리 대화를 하다가도 비행기가 지나가면 자동 음소거가 될 정도다. 한 번은 집에서 통화를 한 적이 있는데 상대방이 '너 어디야? 지하철이야?'라고 한 적도 있었다. 우리 집 옥상에 올라가면 비행기의 아랫배(!)가 떡하니 보였고 농담 좀 보태서 비행기에 탄 사람과 손 흔들고 인사를 할 수 있을 정도로 아주아주 가까웠다.


알콩달콩, 우리가 꿈꾸는 영화 속 신혼집은 아니었지만 대출금 7천만 원과 시댁 어른들께 도움받은 2천만 원을 합하면 우리 예산에 딱 들어맞는 집이었다. 우리는 고민 끝에 계약을 하게 되었다.

(갑자기 등장한 2천만 원의 정체는 우리가 하도 돈이 없어서 골머리를 앓고 있으니 시아버님이 담보 대출을 하셔서 우리를 도와주셨다 ㅜㅜ담보 대출금은 다행히 축의금 받은 걸로 거의 다 갚았다)


우리의 첫 신혼집! 30년 정도 된 다세대 주택이지만 내부는 깔끔했다.


# 혼수 채워넣기 대작전

하지만, 여기부터 난관이 시작되었다. 오래된 다세대 주택이다 보니 엘리베이터는 없고, 계단은 좁고 낡았고, 우리 집은 3층이고~ 그래서 이사 첫날부터 세탁기니 냉장고니 하는 큰 가전제품들이 들어오네~ 못 들어오네~ 집 앞에서 기사님들의 백 분 토론이 벌어지기도 했다. 설치 기사님들의 열띈 토론 끝에 겨우 밀어서 넣고 (밀어서 넣는 과정에서 냉장고 옆부분이 다 긁히고 난리가 났음) 분해해서 넣고 별 난리를 다 쳤더랬다.


예산이 많지 않다 보니 우리 집을 채운 혼수도 엄마가 보태주신 6백만 원 안에서 다 해결을 해야 했는데 그래도 알뜰살뜰하게 침대, 냉장고, TV, 세탁기, 책상, 책장, 의자, 각종 가전제품과 조리기구 등 살림에 필요한 물건을 알차게 샀더랬다.


어떻게? 바로 NO브랜드로! (이마트 노브랜드가 아니고 브랜드가 유명하지 않은 중소기업 제품이거나 브랜드라고 해도 하자가 있거나 중고 제품인 것들)

참 안 맞는 우리 부부에게도 딱 하나 맞는 점이 있었으니, 그것은 개그코드와 무(無) 물욕이다. 우리는 브랜드를 따져서 물건을 사기보다 가성비를 따져서 물건을 사는 스타일이라서 혼수를 살 때 비싸고 좋은 물건보다는 싸고 오래 쓸 수 있는 것을 사기로 마음을 모았다.



600만 원 혼수 뿌셔뿌셔 리스트!

TV : 이름 없는 중소기업의 제품으로 45인치 구매 = 가격은 약 30만 원

냉장고 : 리퍼브샵 구매, 삼성 냉장고 약 70만 원 (문 쪽에 작은 흠집이 있지만 기능엔 문제없음)

세탁기 : 리퍼브샵 구매, LG 통들이 세탁기 약 30만 원 (출고 과정에 문제가 있어서 리턴된 제품)

침대 : 시몬스 침대 프레임 + 매트 200만 원 (침대에 가장 큰돈을 썼다)

장롱 : 한샘에서 구매, 약 80만 원

책상, 책장 : 한샘에서 구매, 책상 약 15만 원 책장 약 30만 원

청소기, 전자레인지, 에어프라이 등 : 친구들에게 선물 받거나 자취할 때 사용했던 것 그대로 사용


혼수를 채워넣으니 제법 사람 사는 집 느낌이 난다!



그 외에 필요한 책상, 의자, 책장들은 한샘몰에서 저렴하게 구매했고 나머지 필요한 물건은 인터넷 쇼핑을 통해서 저렴한 것들로 구매했다. 싼 게 비지떡이라고들 하지만 너무 싸지 않고 적당히 싼 것들은 4년이 지난 지금도 문제없이 잘 쓰고 있다.


그런데.... (반전의 그런데 사이즈 계속 등장) 전세 9천만 원에 괜찮은 집을 구하고 적당한 예산으로 혼수를 채워 넣고 알콩달콩한 신혼생활이 드디어 시작되나! 싶었으나 이 집 때문에 2년 동안 울며불며 골머리를 앓게 될 줄 몰랐다.


그 사연은 다음 편에 공개한다. (낚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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