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안 맞는 부부
신혼집에 찾아온 깜짝 손님, 바.... 바 선생님?!
전편에 신혼집에 대한 이야기를 살짝 했지만 신혼집에 대해서는 할 말이 교장 선생님의 훈화 말씀보다 더 많기 때문에 한 번 더 다루려고 한다.
물론, 모아 둔 돈이 풍족해서 좋은 오피스텔, 아파트, 주택으로 신혼 첫 보금자리를 가는 사람들도 많겠지만 우리는 뉴스에서 매일같이 떠들어대는 '대한민국 서민' 중에서도 대표 서민으로 모아 둔 돈도 없고 주택도 없고 부모님께 물려받을 유산도 없고 일주일에 한 번 외식을 하고 월급날에만 통닭을 시켜먹는 아주 평범하고 대표적인 서민이다.
우리 같은 서민들이 서울에 집을 구하기란 정말 쉽지 않다. 대출도 돈을 잘 벌고 직장이 탄탄해야 대출을 해주지... 우리 부부같이 프리랜서인 비정규직은 대출도 많이 안 해준다. 해준다한들 폭탄 이자와 함께 안 그래도 돈 없이 서러운 인생, 더 서럽게 만들어준다.
그리하여 우리가 선택한 보금자리는 서울 양천구에 위치한 9천만 원의 전셋집. 30년 정도 된 다세대주택인데 외관은 빨간 벽돌로 세월을 짐작하게 하지만 내부는 리모델링을 해서 나름 괜찮을 줄 알았다.
그런데 웬걸, 이사하고 일주일 정도 지났을까?
우리 집 고양이가 갑자기 엉덩이를 낮추고 이상한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이것은 고양이들의 사냥 신호?!)
"점순아! 너 왜 그래?!"
점순이의 시선 끝에는 무언가 움직이는 물체가 있었다.
그것은 갈색이었고 컸고 재빨랐다.
아... 그렇다, 예상하는 그것이다.
바선생님이라 불리는 바퀴벌레(ㅜㅜ)가 등장한 것이다.
나는 기괴한 비명을 질렀고 내 비명소리에 놀란 점수니는 줄행랑을 쳤으며
바선생은 내 마음도 모르고 집안 이곳저곳을 휘젓기 시작했다.
나는 평소 벌레라면 질색했기에 곧바로 남편에게 전화를 걸었고 남편은 대수롭지 않다는 듯이
"냅둬. 이따 집에 가서 잡아줄게"
하는 것이었다.
그 사이에 이 놈이 알이라도 낳으면 어쩔라고!!!!
나는 고무장갑을 끼고 국어사전 (우리 집에 있는 책중 가장 두꺼운 책이다)을 들고 바들바들 떨며 바선생이 출몰한 지역으로 다가갔다.
그곳은 베란다로 고양이 화장실과 기타 잡동사니들을 쌓아둔 창고 같은 곳인데 바선생은 이곳을 종횡무진하며 원스텝, 투스텝 아주 복고 스텝을 밟으며 자신만의 무대를 개척해나가고 있었다.
나는 결심 끝에 '악!'소리의 기합을 외치며 바선생 위로 책을 내리쳤다.
그런데 이렇게나 두꺼운 책을 위에서 내리쳤는데도 바선생은 그 아래에서 꿈틀꿈틀? 거리는 것이다!! 바선생님 제발 멈춰 ㅜㅜ 나는 거의 울듯이 (아니, 울었다) 엉엉 소리를 내며 발로 우지끈! 책을 밟아버렸다. 그제야 움직임이 멈췄다. 그와 동시에 줄행랑을 쳐서 어딘가에 숨어있던 우리 집 고양이도 슬그머니 기어 나왔다.
"점순아! 내가 너 맨날 밥 주고 똥 치워주잖아!
그러면 이런 벌레 하나쯤은 잡아줄 수 있는 거 아니냐?!"
점순이는 대답 없이 순진무구한 표정으로 야옹~ 하고 울었다.
휴... 너는 동물의 탈을 쓴 인간이 틀림없구나...
퇴근 후 돌아온 남편은 깔깔대며 웃었다.
"바퀴벌레가 무섭냐? 너 늙으면 시골 가서 살고 싶다며~
시골에 벌레가 얼마나 많은데~ 너 시골 가서 못 살겠네~ 겁쟁이네 겁쟁이"
남편은 기회를 잡았다는 듯 나를 실컷 놀려대며 바선생의 마지막 가는 길을 처리해주었다.
그 뒤로 바퀴벌레 퇴치약, 바퀴벌레 덫 등 바선생을 박멸하기 위해 온 집안에 난리를 친 결과,
1년 간은 잠잠했는데 1년 뒤에 다시 또 까꿍~ 하고 나타났다.
이번에는 신발장이었다.
기겁을 하며 어찌어찌 처리했는데 '대체 이 놈이 어디서 나오는 걸까?'를 심각하게 고민해봤다.

내 이름은 오렌지, 지금부터 추리를 시작하지.
우리 건물에 살고 있는 가구는 총 6가구.
우리 집 위생을 철저히 신경 썼는데도 바선생이 자꾸 출몰하는 걸로 봐서는
우리 집과 연결되어있는 2층과 1층 집 누군가의 집이 문제일 수도 있겠구먼.
그렇다면 유력한 용의자를 찾아볼까?
흠? 오호라!
네 녀석이군!
유력한 용의자는 우리 집 바로 아랫집인 2층 아주머니였다.
그분은 계단에 각종 물건을 쌓아놓고 일반 쓰레기, 음식물 쓰레기도 계단에 마구 내놓고 생활하신다. 바선생들이 모여서 파라다이스를 만들 만큼의 환경이 조성되어있는 것이다. 나는 이 파라다이스를 철거하고(!) 바선생들의 출몰을 막고자 예의를 차려서 정중하게 말씀드리고 싶었지만!
얼마 전 그분과 있었던 에피소드가 생각이 났다.
장을 보고 계단을 올라올 적에 짐이 좀 많아서 그분의 것으로 추정되는 빈 박스(먼지가 쌓인 오래된 택배 박스)를 살짝 건드린 적이 있었는데 그 소리를 어떻게 들으신 건지 갑자기 현관문을 열더니
라며 호랑이 샤우팅을 하신 적이 있었다. 나는 놀란 토끼눈을 하고 '죄.... 죄송합니다'라고 했지만 그분은 나를 노려보고 씩씩 거리더니 쿵! 하고 문을 닫고 들어가셨다.
아, 이날을 곱씹어 보면 이분과는 일반적인 대화가 불가능할 것 같았다.
궁여지책으로 생각해 낸 대안은 집 안에 쓰레기가 생기면 바로바로 버리고 음식 쓰레기는 최대한 만들지 말자! 였다. 그렇게 나는 아슬아슬하게 간 떨어지는 바선생과의 동거(?)를 해야만 했다.
만약 우리 집에 바선생이 출몰했다면?!
우리 집을 점검해보고 문제가 없으면 우리 집과 연결되어있는 아래, 위층이 문제일 수도 있으니 방역을 하더라도 연결되어있는 전체 동을 하시길 권고드립니다.
(세스코 다니던 아는 오빠가 알려줬음)
* 세스코 다니던 오빠가 알려준 또 다른 TIP
여름철 집안을 휘젓는 날파리가 고민이신가요?
나도 모르는 사이에 음식물 쓰레기 봉지에 알을 까고 대가족을 만들어 환갑잔치, 칠순 잔치까지 하는 날파리들을 처단하고 싶다면?!
1. 커피포트에 물을 가득 넣어서 팔팔 끓여주세요
2. 하수구에 다섯 번 정도 나눠서 부어주세요.
3. 이때! 뜨거운 물을 부은 다음 약 10초간 기다리고 다시 부어주세요
4. 뜨거운 물을 붓고 기다리면 날파리들이 '으악!'하고 뛰쳐나오는데 그때 다시 뜨거운 물로 지져(?!) 주는 겁니다.
* 같은 방법으로 싱크대 하수구와 화장실 하수구, 세면대에도 꾸준히 해주면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나도 신혼집에 살 때 날파리 때문에 정말 고민이었는데
이 방법을 일주일 써봤더니 날파리 완. 전. 박. 멸. 에 성공했다.
모두에게 강력 추천드립니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