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은 돈 1원 없어도 결혼하는 방법

참 안 맞는 부부

by 오렌지양

할부 결혼이라고 들어봤나? 모든 돈 1원 없어도 결혼하는 방법\


할부 결혼이라고 들어봤나?
모은 돈 1원 없어도 결혼하는 방법


비혼 주의였던 우리는 일단 결혼을 하기로는 했다.

드라마나 영화처럼 '우리 결혼해요'라고 말만 하면 곧바로 딴딴따다~ 하고 결혼식장으로 입장할 줄 알았다. 그리고 눈 뜨면 신혼여행, 눈 뜨면 신혼집에서 알콩달콩한 신혼 생활...

이렇게 착착 진행되면 얼마나 좋겠는가. 하지만 현실은 내가 발로 뛰어서 직접 모든 걸 다 해야 한다.


우선 결혼을 하기로는 했으니

첫 번째 과제부터 해결하기로 했다.

결혼은 언제, 어떻게 할 것인가?


보통 신부 측에서 결혼 날짜를 잡는다고들 한다.

그래서 엄마한테 물어봤다

"엄마, 저 결혼 언제 해요?"

"니 알아서 해라"


엄마는 나한테 알아서 하란다.


난 왠지 3월에 하고 싶었다. 아무런 이유 없이 3월, 꽃피는 봄에 결혼을 하고 싶었다.

그래서 웨딩홀 투어를 하면서 3월에 결혼식이 가능한 결혼식장을 찾아 나섰다.




# 결혼식장

그런데! 12월 중순에 웨딩홀 투어를 시작했는데 내년 3월 주말에 빈자리가 하나도 없었다!

3개월이나 여유가 있다고 생각했지만 그건 우리만 그랬나 보다.


웬만한 결혼식장의 3월 달 토, 일의 스케줄이 거의 차있었다.

이쯤 되면 내가 먼저 포기를 외치고 4월이나 5월로 바꿀 법도 한데 쇠뿔도 단김에 빼라는 말이 있지 않은가, 이왕 3월로 하기로 한 거 괜히 바꾸기 싫었다.

알 수 없는 운명에 지는 기분... (인생 참 복잡하게 산다)

그래서 애초에 마음먹은 3월에 빨리 결혼하고 빨리 치우고 싶었다. 혼식이라는 것 자체가 나에겐 거추장스럽고 빨리 해결해야 할 과제 같았다.


그리하여 3월 주말에 예약이 가능 한 곳을 찾고 찾고 또 찾고~ 6군데 정도 가봤을까?

3월 마지막 주 일요일 오전 11시 30분? (사실 내 결혼식 시간이 기억 안 난다. 이쯤인 것 같다)

이때 시간이 비는 한 결혼식장을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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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야호~~를 외치고 싶었지만 이 결혼식장의 가격이 생각보다 엄청났다!

우리가 생각한 예식장 대여비 예산은 50만 원정도 였는데 여기는 5배나 비싼 가격인 250만 원이었다. 물론 식대는 별도다. 그런데 여기는 식대 값도 4만 원대였다. (후덜덜) 우리는 둘 다 프리랜서인지라 우리의 신조는 '벌 때 쓰자!'였다. 밤을 새우고 뼈를 갈아서 돈을 번 다음, 프로젝트가 끝나서 쉴 때 여행을 가서 미친 듯이 돈을 썼다. 진짜 미. 친. 듯. 이.

그래서 우리는 모아둔 돈이 정말 1원도 없었다.

(사실 1원 정도는 있겠지만 거짓말 안 하고 10만 원도 없었다)


돈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를 계속 고민하게 만드는 점이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꽤 괜찮은 조건의 결혼식장이라는 점이었다.

장점 :

단독홀, 지하철역 바로 앞에 위치, 맛 좋은 뷔페

그리고 우리가 원하는 날짜에 결혼이 가능하다는 점!


하루에 2시간~3시간 결혼하는데 무슨 250만 원을 쓰냐!!! 싶었지만... 결혼은 우리 부부의 행사가 아니라 어른들 행사라는 말이 딱 맞다고 느꼈기에 이 정도 돈은 투자할만하다, 싶은 마음도 들었다.

부모님은 나의 유년시절, 학창 시절을 위해 아낌없이 투자해주셨고 그 돈에 비하면 이 결혼식장에 쓰는 250만 원이 무슨 대수인가, 싶기도 했다.

심지어 우리 부모님은 저 멀~~~ 리 지방에 사시는지라 그곳에서 부모님들의 손님들이 오는데


"서울에서 결혼한다 카드만 이기 뭐꼬?

와이리 좁고 작노~?"

"서울 아가씨도 별 볼일 없네~ 아이고 촌스러버라~"


이런 소리라도 들으면 이게 무슨 개망신인가..

나는 그래도 효녀랍시고 결혼식에 오는 양가 부모님들의 손님들을 생각해 이 정도 돈을 쓰는 건 '효도의 일환'이라고 결론을 지었다. 결혼식장만큼은 뽀대 나고 부모님이 어깨 쫙 펼 수 있는 곳에서 하자, 로 최종 결론을 지은 것이다.


한참을 고민 끝에 계약서를 작성하고 결제의 시간이 다가왔다. 돈은 1원도 없지만 우리에겐 신용카드라는 든든한 지원군이 있었고 지원군을 믿고 단전에서부터 끓어오르는 당당함으로 크게 외쳤다.


"3개월 할부요!!!"




# 할부 결혼의 시작

이때부터 본격적인 '할부 결혼'이 시작되었다.

우리는 결혼식에 250만 원 정도를 지출했고 거기다 식대까지 4만 원대였기에 나머지 지출을 전부 줄여야 했다. 우리는 큰돈이 들어가는 것부터 하나씩 제거했다.


결혼식 제거 비용 :
예단 → 양가 어른들에게 100만 원 꾸임비로 대체
웨딩 스튜디오 → 제주도 셀프 웨딩 촬영으로 대체
폐백 → 양가 어른들 동의 하에 PASS
어르신들 수저, 이불 같은 선물들 → PASS
한복 → 지인 찬스로 저렴한 곳에서 대여

그래도 남은 걸 보니 본식 드레스 메이크업, 신혼여행, 혼수가 있었다. 다행히 우리 둘 다 한참 일을 하고 있을 때라서 카드 할부가 가능했다.

예를 들어 결혼식장 대여금 250만 원을 할부로 3개월을 나눠서 결제를 하면 다음 달의 우리가, 그다음 달의 우리가, 그 그다음 달의 우리가 갚아 나가는 것이다.

그렇게 우리는 결혼식에 들어가는 비용을 모두!

3개월 할부로 끊었다.


3개월 할부 리스트 :

1. 결혼식장 : 12월 결제 / 250만 원 → 3개월 할부 : 매월 약 83만 원

2. 드레스+메이크업 : 2월 결제 / 90만 원 → 3개월 할부 : 약 30만 원

3. 셀프 웨딩 촬영 : 2월 결제 / 100만 원 → 3개월 할부 : 약 35만 원


큰 돈이 들어가는 건 3개월 할부로 다 결제했는데 매달마다 결제하는 돈이 100만 원이 넘어가지 않도록 했다.

100만 원 안쪽으로 3개월 할부 금액을 조정해서 결혼식을 올린 3월달에 깔끔하게 다 갚았다!



그렇게 이것저것 정리를 하긴 했는데 가장 문제가 되는 부분이 있었다.

우리 부부는 여행이라면 환장을 하는지라 없는 살림에서도 신혼여행만큼은 꼭! 좋은 곳으로 길~게 가고 싶었다. (돈은 없는데 꿈은 참 크다...)

근데 그런 우리가 불쌍해 보였는지 우리 부모님이 딸내미 기죽지 말라며 신혼여행비를 모두 쏘셨다!

약 400만 원 되는 금액을 통 크게 쏘시고 거기다 내가 한창 돈을 많이 벌 때 집에 천만 원정도를 보냈었는데 그때 보낸 돈을 안 쓰고 모아두셨다가 혼수를 사라며 600만 원 정도를 주시기까지 했다.

사랑해요 부모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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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어머님은 다이아 반지까지 사주시고 다들 넉넉지 않은 형편에 우리 둘의 결혼을 위해서 참 마음을 많이 써주셨다. 다시 생각해도 정말 감사할 따름이다.

그렇게 우리에게 총알이 장전되었고 신혼여행은 유럽 배낭여행으로 결정!

이제 남은 건 뭐다? 바로 혼수! 혼수 이야기는 다음 편 '집 구하기'에서 천천히 풀어가도록 하겠다.




# 모은 돈 1원도 없이 결혼하려면?

그래서 우리는 주변에 '돈이 없어서 결혼을 못 하겠다'라는 사람들에게 '돈이 없는 게 아니라 마음이 없는 거 아니야?'라고 되묻는다.


돈이 없어도 3개월 할부를 하든, 6개월 할부를 하든 어떻게 해서든 방법은 있다. 두 사람이 진정 사랑해서 하나의 가정을 이루고자 한다면 머리를 쥐어짜서 계획을 세우고 실행하면 길이 열릴 것이다. 주변에서도 생각지 못한 많은 도움을 줄 것이다.


우리는 모은 돈 1원도 없이 결혼했다.

비록 우리의 지갑은 텅텅 비어있었을지라도

서로를 향한 믿음과 신뢰, 사랑만큼은 넘쳐흘렀다.

그렇게 현실적인 결혼에 한걸음 다가가게 되었다.



ps. 여담이지만 내가 결혼한 A결혼식장에는 3월 주말에 딱 한 자리가 남아서 그 시간대로 예약을 했는데 엄마가 뒤늦게 전화가 와서 '이날이 길일이래. 이날 결혼해!'라고 날짜를 던져줬다. 그런데 우연찮게 그 날이 내가 결혼 날짜로 예약한 날과 똑같았다. (이 정도면 운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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