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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술사가 나리 Nov 13. 2022

연애의 실패

내 인생 첫 번째 연애의 실패를 통해 깨달은 것


    인생은 삼세판이란 말이 있지만, 그나마 나는 내 인생에 있었던 짧은 세 번의 연애 중 어느 하나도 성공하지 못했다.  여중, 여고, 여대, 여대 대학원을 나온 나는 학교에서 젊은 남자 선생님을 좋아하는 것 외에 연애를 하는 건 애초에 불가능했다. 나의 연애의 가능성을 열어 준 매개체는 어린 시절부터 다닌 교회와 지인이 주선해 준 소개팅이 전부였다.

   

    나의 첫 번째 연애는 기간을 산정하기 매우 어려운 복잡 미묘한 상황을 동반하고 있다. 그는 교회 대학부 같은 학번 동기였다.  만난 지 얼마 안 되어서부터 그는 내게 관심을 표명하기 시작했고, 그것이 나도 싫지 않았다.  풋풋한 대학 새내기였던 우리는 풋사랑 같은 첫사랑의 감정을 느꼈다. 내가 그 당시에는 드물었던 해외 어학연수를 대학교 2학년 여름,  파리로 한 달 가게 되었을 때, 파리의 기숙사 주소를 먼저 알아낸 그는, 내가  파리에 도착하자마자 바로 첫 번째 편지를  받는 놀라움을 내게 안겨주기도 했다.


    파리에 머무는 한 달 동안 그의 국제 편지를 24 통 정도 받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큰 감동과 함께 그에 대한 마음도 커져갔다.  하지만, 대학부에서 찬양팀 싱어와 성경공부 리더를 하고 있었던 나는 같은 공동체 안에서 연애를 하는 것에 대해 매우 부정적이었다. 잘 사귀다가 헤어지는 경우, 둘 다 교회를 떠날 수밖에 없는 당시의 보수적인 현실 앞에서 교회 사람과 사귀지는 말아야 한다는 생각이 늘 머릿속에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워낙 무대 위에서 주목받는 스타일이고, 어디서나 ‘미친 존재감소리를 들어온 나는 대학부 많은 형제님들의 눈에 쉽게 띄는 자매들  하나였다.  그러나, 그들에 대해 칼같이 “ 그냥 좋은 친구야.” 라며 철벽을 치는 나를 거쳐서 그들은 하나  다른 자매들에게로 연애 상대를 찾아 떠나가기도 했다.



    나는 그 친구를 좋아했고, 나름대로 많이 표현했다고 생각했지만, 그는 내 마음을 눈치채지 못했다.  그렇게 애매한 사이로 같이 연극도 보러 가고, 많은 대화를 나누며 6년여의 시간을 보내게 되었다. 그의 마음을 잘 아는 교회 오빠들이 우리 둘을 이어주려고 무척 애써주기도 했다.  물론 그동안 나는 그가 아닌 많은 형제들 --선배 후배 동기들-- 과 썸을 타고 있었다.  훗날 그 친구는 나에게 “너는 팜므파탈이야”라고 말하기도 했다.  난 지금도 그렇지만 대부분의 사람들과 좋은 관계를 지니며 잘 지내는 스타일이어서, 누구와도 어색해지기 싫어 모든 썸은 썸 단계에서 더 이상 발전하지 않도록 조정하고 절제하였다.


    어쨌든 그와 애매한 사이를 이어가던 중, 내가 뒤늦은 결심을 하고 그에게 내 마음을 직접적으로 표현을 하게 된 날이 있었는데, 그때 그 친구는 자신에게 연애감정을 가지고 다가온 교회 후배와 연애를 막 시작하려고 하고 있다고 내게 말했다.  남자들에게 울트라 슈퍼파워의 괴력을 보인다는 첫사랑 파워로 인해, 그 친구는 식음을 전폐하며 괴로워한 후, 막 시작한 다른 여자분과의 연애를 저버리고 나와 연애를 시작하기로 결정하였다.  그 친구의 상대는 나도 아는 여자분이었지만, 그의 선택이 중요한 게 아닌가.  난 그 친구가 연애를 이제 막 시작했다는 사실을  몰랐다는 이유를 반복적으로 상기시키며  스스로에게 면죄부를 수여하기도 했다.  


    그런데 문제는 그와 본격적인 연애를 막 시작하자마자 내가 대학원 논문 자료를 찾으러 뉴욕 한 달 살기를 하러 가야 했던 것이었다.  첨으로 그 친구와 꽁냥꽁냥 데이트도 하고, 연애감정을 가지고 행복한 시간을 시작했는데 그러기 시작한 지 얼마 안 되어 때 아닌 생이별을 해야만 했다. 뉴욕을  떠날 때 그 친구는 자신의 군대 목걸이 군번줄을 애정의 증표로 내 목에 걸어주었고, 뉴욕에 한 달 머무는 내내 그것은 내 액세서리 목걸이가 되어주었다.


    세세한 이야기는 접어두고 결말이 궁금하신 분들을 위해 결론을 적어보기로 하겠다. 그 친구는 나와 계속 연애를 하고 싶어 했으나, 나는 멀리 뉴욕에 있었고, 그의 버려진 연애 상대는 그 친구에게 자신을 이렇게 저버리는 것에 대한 억울함과 슬픔을 끈질기고 강력하게 어필하며 호소하였다고 한다. 결국 나의 한 달짜리 남자 친구는 그녀의 파워에 압도당하여 나와의 연애에 대한 아쉬움을 지닌 채 그녀에게 다시 돌아가게 되었다. 하하.


    두 번째, 세 번째 연애의 실패담은 또 언젠가 풀어낼 시간이 오리라 생각한다.


    나는 나의 첫 번째 연애의 실패를 통해 깨달은 것들이 있었다. 사랑은 표현하지 않으면 사랑이 아니라는 것. 내 안에 머물고 있는 사랑은 전해지지 않으면 아무런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


    또한 사람과의 관계에 있어서, 그 사람과 나 사이의 관계를 스스로 한계 짓고 규정해버리는 오류를 범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특히나, 연애 상대를  찾는 경우에는 좀 더 유연하고 확산적인 사고를 지니고 사람을 만나야 한다고 생각한다. 또한, 연애에 있어서 부모님의 눈치를 많이 보았던 나와 같은 경우라면, 연애의 주체가 바로 나 자신이 되어야 함을 잊지 말기 바란다.


    그리고, 결혼 전에는 가능한 많은 사람들을 만나보고, 연애도 해 보고, 실패도 해보는 경험을 해보라고 하고 싶다. 혼자서 살아갈 수 없는 사회적 존재인 우리들에게 여러 만남과 사귐의 경험은 삶의 폭과 인간과 이성에 대한 이해를 넓혀주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이 글을 읽고 계시는 분들 중, 아직 결혼도 연애도 시작하지 않은 분들이 계시다면 귀찮다 생각 마시고, 제발 부지런히 연애를 하십시오!!! 그리고 많이 사랑하시고 표현하세요!  사랑은 표현하지 않으면 그 사람은 절대 모른답니다.


     어떻게 모를 수 있냐고요? 모르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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