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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술사가 나리 Jan 01. 2023

나의 인생 드라마 "멜로가 체질"

My Favorite Drama

 

    한주는 드라마 같은 삶을 사는 워킹맘으로서 한 드라마 제작사의 마케팅 팀장이다.  대학 시절에 인기가  많았음에도 완벽한 철벽녀라는 타이틀을 지니고 살다가,  생각지도 못한 엉뚱한 남자를 만나 사귀게 된다.  그 남자와의 사이에 뜻하지 않게 아이를 갖게 되고 결혼을 하지만, 남자는 자신의 행복을 찾겠다며 한주를 떠나버린다.  현재 한주는 혼자서 9살 된 아들을 키우고 있다.


   ‘멜로가 체질’ 에는 세 명의 여자 주인공이 등장한다. 세 명은 이제 막 서른 살이 된 친구들이고, 서로의 인생에 있어서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한 존재들이다.  진주는 엉뚱하고 재기 발랄한 신인 드라마 작가이고, 은정은 엄청나게 흥행에 성공한 다큐멘터리 감독이다. 마지막 한 명이 이 글 처음에 소개한 워킹맘 한주이다.


    난 기본적으로 드라마 장르 중에는 로맨틱 코미디를 좋아한다. 너무 사랑스럽고 귀여운데, 웃음 짓게 만들어주기 때문에 ‘로코’는 나의 최애 장르가 되었다. ‘멜로가 체질’에는 꽤 많은 사람들이 등장하는데 무척이나 매력적인 캐릭터들이 많아서 사실 그중에서 최애 캐릭터를 고르는 것은 심하게 고통스러운 시도이다. 지금은 인기절정인 배우 손석구가 이 드라마에서 연기했던 CF 감독 상수는 나와 둘째 딸 규리의 원픽 캐릭터이기도 하다.  언제나 그랬듯이 나와 딸들이 무명 배우나 가수를 좋아하면, 시간이 어느 정도 흐른 뒤 그들 중 대부분의 사람들이 유명해진다.  우리 집 여자들 사이에서 공공연하게 존재하는 무명유명의 법칙은 거의 어김없이 이루어진다. 이쯤 되면 우리가 어느 정도 하늘에서부터 사람 뽑아내는 능력을 가지고 태어난 게 아닐지 합리적 의심을 하게 된다.



    ‘멜로가 체질’을 보면서 또 한 가지, 신기하고 흥미로웠던 점은 여주인공 세 명의 캐릭터가 우리 집 여자들, 즉 나와 두 딸들과 너무나 유사했다는 데에 있다.  혼자 아들을 키우는 워킹맘 한주는 나,  드라마 작가 진주는 큰 딸, 다큐멘터리 감독 은정은 둘째 딸과, 각각 성격이나 말투 등에서 엄청난 싱크로율을 보이고 있다. 이 드라마는 내가 제일 먼저 본방사수를 하면서 보고 나서, 딸들에게 꼭 꼭 꼭 보라고 강력히 추천을 했던 드라마였다. 큰 딸, 둘째 딸과 함께 다시 드라마를 보면서  “어머, 쟤는 너 아니냐?” “한주는 그냥 엄마구만.” “쟤 성격 진심 너랑 똑같다.” 등등 의 대화를 주고받았다.  세 명의 여자 주인공들이 그들의 인생에 있어서 베스트 프렌드였던 것처럼 나와 두 딸들 역시 서로에게 모든 것을 내어줄 수 있는 좋은 친구이자 모녀 사이로 지내고 있다.  각각 서로와 너무 비슷한 캐릭터의 주인공들을 보고 있자니 우리의 모습을 화면 속에서 훔쳐보고 있는 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모든 드라마가 그렇겠지만, ‘멜로가 체질’ 도 사람 사는 이야기로 가득하다.  이제 막 서른 살을 시작하는 사람들 뿐 아니라, 다양한 연령과 다양한 직업의 사람들의 이야기가 세세하지만  매력적으로 그려져 있다.  사람들은  어떤 대상에 대한 평가를 내릴 때 ‘재미’와 ‘감동’ , 이 두 가지 측면을 고려하는 경우가 많다.  내가 볼 때 이 드라마는 재미와 감동, 그 어느 것도 허투루 흘려보내지 않았다. 무척 재미있는데 또 감동적이다. 그래서 좋았고, 그래서 내가 소중하게 아끼는 최애 드라마가 되었다.




    ‘멜로가 체질’에 나오는 수많은 명대사들 중 몇 개를 적으면서 글을 마무리하려고 한다.  

     로맨틱 코미디이지만, 대사들만큼은 색다르게 깊은 울림을 주는 것들이 꽤나 많았었기에 나의 인생 드라마라는 영광스러운 자리에 등극할 수 있지 않았을까.



“도시가 왜 외로운 지 알아? 빌딩 불빛이 별을 대신하고,  

    그 행성 안의 사람들은 나를 모르기 때문이야.”


“앞으로의 시간에 대한 기대가 지난 시간에 대한 후회를 앞질렀어.”


“약간의 좋았던 시간을 가지고, 힘들 수밖에 없는 대부분의 시간을 버티는 것이 인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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