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이자, 새로운 시작
경주 시민으로 살면서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경주에 대해서 알아가는 시간이었다. 지금까지의 경주 이야기를 마무리 지으며 또 앞으로 살아가면서 새로운 경주 이야기를 해 볼 예정이다. 여행을 할 때는 늘 설레는 기분으로 시작하게 된다. 새로운 추억을 쌓게 되고 새로운 인연을 만나게 되고, 새로운 기억을 갖게 된다. 혹시 내 여행기를 보고 경주, 혹은 다른 곳을 가게 된다면 꼭 그만큼의 추억, 인연, 기억을 쌓고 왔으면 좋겠다.
인생의 타이밍은 언제나 지금이다. 더 나은 타이밍, 더 나쁜 타이밍은 없다. 단지 내가 어떻게 생각하고 행동하느냐에 따라서 타이밍은 만들어진다고 생각한다. 인생의 후회 없는 타이밍을 만들어 보길 바란다. 꼭 여행이 아니더라도.
경주는 봄에 거의 모든 길이 다 찬란하지만 특히 이 길은 미쳤다. 나무 크기도 크기지만 길 양 끝 중앙선 가운데가 모두 벚꽃 나무라서 마치 벚꽃 터널을 걷는 기분이다. 물론 그만큼 복잡하다. 상상을 초월한다. 여기에 차 가져오는 어리석은 짓은 안 하길 바란다. 경주 시내에 자전거 빌리는 곳 정말 많으닌깐 자전거 빌려서 오거나 이 좋은 길 한 번 걷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경주의 봄을 본지 나도 어언 5년이 다 돼가는데 올봄이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사실 여기를 가야겠다고 생각한 건 이 칼국수집 때문에 아니라 저 터널 때문이었다. 마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에서 나왔던 그 터널처럼 터널을 지나가면 새로운 세상이 나올 것 만 같은 분위기라서 그냥 가보고 싶었던 곳인데 마침 칼국수 집이 있다고 해서 겸사겸사 갔었다. 여기는 경주에 흥무공원에 있는 곳으로 공원에 차를 주차하고 이 터널을 지나가면 넓은 잔디밭을 볼 수 있다. 저녁쯤에 갔었는데 돗자리 펴 놓고 가족끼리 뛰어놀고 강아지와 산책 나온 사람들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한쪽에 칼국수 집이 있는데 이렇게 야외에서 먹을 수 있어 날씨 선선한 날 오면 뭔가 독특한 분위기를 즐기며 먹을 수 있다. 뭔가 야외에서 먹으니 캠핑 온 것 같기도 하고 계곡 온 것 같기도 한, 칼국수 맛은 평범한데 분위기가 맛을 더욱 살려주는 그런 곳이다.
찐 지역인들의 맛집 코야다. 일식집인데 우동, 붓가케우동, 돈카츠, 메밀 이렇게만 파는 곳이다. 세트 메뉴로 먹을 수도 있는 곳이고 단품으로도 먹을 수 있는 곳이다. 처음 경주에 와서 맛집에 간다고 해서 갔던 곳인데 사실 난 메밀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편이다. 면은 미친 듯이 좋아하는데 메밀은 어쩐지 영 입맛에 안 맞아 그렇게 즐기지 못했었는데 그건 내가 여태껏 제대로 된 메밀을 못 먹어서 그랬던 것이란 걸 깨닫게 되었다. 달짝지근한 것이 시원한 게 계속해서 생각나고 먹고 싶은 맛이다. 덕분에 경주를 떠나더라도 생각나는 맛집이 생긴 것 같다.
동국대 근처에 인테리어 깔끔하고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식당이다. 규모는 그렇게 크지 않은데 뭔가 인스타스러운 그런 느낌도 있고 맛도 괜찮아서 가끔 생각나는 곳이다. 깔끔한 식당에서 분위기 적당하게 먹을 집을 찾는 다면 추천하는 곳이다.
사실 금장대는 딱히 이 배 말고는 그닥 볼게 많은 곳은 아니다. 다만 밤 야경이 예쁜 곳 중에 한 곳이다. 실제 금장대는 저 작은 곳을 이야기하는 것이고 이 배는 금장대 올라가기 전 밑에 있는 것이다. 금장대 주변 산책길이 잘 정비되어 있는데 야경을 보면서 걷는 다면 건너편 동천 길을 걷는 걸 추천한다.
경주에서 맛있는 파스타를 먹고 싶을 때 추천하는 곳이다. 황리단길에도 파스타 맛집이 몇 군데 있지만 관광지 맛집을 좀 벗어나서 먹고 싶을 때는 이 곳에 와 보는 것도 좋다. 지역민들에게 인기가 있는 곳이기 때문에 시간 타이밍이 안 좋으면 좀 많이 기다려야 되는 곳이기도 하다. 하지만 기다렸다 먹어도 기꺼이 맛있게 먹을 수 있는 곳이기 때문에 추천하는 곳이다.
나는 굴을 좋아하지 않는다. 석화는 좋아하는데 그 외 모든 굴이 들어간 음식은 다 좋아하지 않는다. 굴 특유의 그 비릿한 맛이 정말 싫다. 그래서 회사 직원이 여기 맛있다고 먹으러 가서 메뉴판을 본 순간 정말 난감했다. 먹고 싶은 게 아무것도 없었기 때문에.. 그래도 일단 식당은 들어왔고 맛있다고 하니깐 대충 먹고 나가자는 마음으로 그냥 가장 시그니쳐 메뉴를 시켰었다. 근데 웬걸. 이 역시 그동안 내가 제대로 된 굴음식을 못 먹어서 그렇게 느꼈을 뿐. 비주얼은 매생이 특유의 색깔 때문에 그렇게 좋게 나오지 않았지만 맛은 정말 매콤하면서도 굴 특유의 비린맛이 없어 지금은 혼자서도 종종 포장해 먹는 지경에 이르렀다. 선입견을 버리고 제대로 된 요리를 하는 곳을 만난다면 입맛도 변한다는 걸 자주 깨닫고 있는 요즘이다.
황성공원은 경주의 대표적인 지역민들의 공원인데 여름에는 맥문동이 엄청 유명하고 요즘에는 빛 정원을 테마로 새롭게 야경이 멋진 곳으로 떠오르고 있는 곳이다. 그것 외에도 저녁쯤 가면 주민들이 나와서 운동하는 모습을 정말 많이 볼 수 있는 곳이기도 하며 공원 규모가 생각보다 커서 갖가지 운동 시설도 갖추고 있는 곳이다. 참고로 맥문동은 8월이 절정이니 여름에 경주에 여행을 오게 된다면 꼭 한 번 보고 가면 좋을 스팟이다.
가끔 몸이 안 좋으면 먹으러 가는 해물 요릿집이다. 전복이 유명한 곳으로 해물전복찜, 전복죽이 유명하다. 전복죽은 잘 못하는 집에 가서 먹으면 그 특유의 비린내가 입안을 하루 종일 점령해 잘 안 먹는데 여기는 뒤끝 맛이 전혀 남지 않고 깔끔해서 좋아하는 곳이다. 정말 맛있는 전복죽이 생각날 때 먹으러 가는 곳이다.
우선 나의 경주 여행기는 여기까지다. 물론 경주에 살고 있는 만큼 계속 맛집도 다니고 경주의 숨은 스팟도 찾아다닐 생각이다. 그렇게 꾸준하게 경주 이야기를 올릴 테니 늘 관심 있게 기다려주었으면 좋겠다. 또 경주에 와서 예쁜 추억을 남기고 싶은 분들은 언제든지 환영이니 연락 주면 좋겠다. 경주에서 스냅 작가로 새롭게 일하면서 느낀 것이지만 늘 봐도 좋고 예쁜 곳이라는 생각이 드는 곳이다. 그런 곳의 순간을 누군가에게 가장 예쁜 추억으로 남길 수 있다는 일이 늘 매력적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나도 지금 도전하고 있지만 새롭게 어떤 일을 시작한다는 건 늘 설레고 무섭다. 하지만 이렇게 한 발을 내디딘 만큼 뭐라도 느끼는 바가 있길 바라본다.
1. 동경찜 2. 금장대 3. 강변 굴국밥 4. 마노레스토랑 5. 황성공원 6. 김유신묘 7. 금산재칼국수 8. 코야
9. 용강국밥 10. 교리김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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