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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로 Sep 25. 2022

가을엔 당신이 그립다

보고 있어도 보고 싶고, 옆에 있어도 그리운


9월 24일, 날씨가 참 좋다. 여태껏 살아온 날들 중에 가장 생생한 오늘이다. 이 맘 때면 거리의 많은 감각들이 살아난다.


푸른 잎들은 하나 둘 옷을 입고 떨어진 은행은 행인들에 밟혀 고유한 향을 내뿜는다. 차가워진 온도는 코끝을 넘어 가슴을 스친다. 바람이 가장 신선한 계절, 가을이 왔다.


가을엔 늘 그리움이 도진다. 어떤 심리 검사에서 발견한 나의 핵심 감정은 '그리움'이었다


가슴에 그리움을 품고 사는 사람은 살고 있음에도 삶을 그리워하고, 과거와 미래 그리고 현재까지 모두 그리워한다. 그래서 현실이 아닌 세계에 자주 산다.



예전에 한 친구에게 사랑이 뭐냐고 물은 적이 있다. 눈빛에 우수를 가득 품고선 녀석이 말했다.


"사랑은 보고 있어도 보고 싶고, 옆에 있어도 그리운 것.


늘 지금 존재하지만 아무도 그 사실을 몰라 과거나 미래에서 찾는 것."


그땐 (친구의 말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알 것 같다. 누군가를 사랑하는 마음이 가슴 안의 수평선을 넘어설 때, 사랑하는 이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까지 모두 그리워하게 되는 일. 시공간을 초월해서라도 그 사람의 모든 걸 나에게 심고 싶은 심정이다.  


이런 주체할 수 없는 감정을 다루기 위해 가을엔 자주 시를 쓴다. 세상의 온도로 차가워진 가슴을 데우기 위해. 주체할 수 없는 마음들을 봉인하기 위해. 그리고 기약 없이 찾아온 당신을 다시 보내주기 위해.




당신을 그리워하는 건 내 오랜 습관이겠지만 가을은 분명 습관이 아닐 텐데, 왜 나는 가을만 되면 당신이 그리워지는 걸까.


그리움에는 마땅한 처방전도 약도 없다. 그러니 그냥 그리워할 수 밖에 없다. 그러니 이 가을의 힘을 빌려서라도 당신을 많이 많이 그리워해야겠다.






가을이다

-글로 나아가는 이


가을이다. 잎사귀 익어 떨어지면

너를 향한 나의 설렘도

언젠가 익어 익어 떨어지겠지

하지만 떨어지면 떨어질수록

더 예쁘게 익어가는 세월에

나의 사랑은 마냥 익숙하지만은 않을 것이다

그러니까 걱정 말아라

잎새는 떨어져도 나무 아래에 있다

나는 떨어져도, 네 옆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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