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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로 Jun 30. 2023

시작은 창대하나 끝은 겸손하니

두 번째 하프 마라톤 출전기



▲매일, 일상에 도전하라 


얼마 전 유튜브에서 김창옥 강사가 '도전'에 대해 얘기하는 걸 들었다. 그는 도전을 "한계를 넘어 자신을 성장시키기 위해 전에 하지 않았던 무언가에 뛰어드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그리고 도전은 좋은 환경에서 선택할 수 있는 조건으로 나타나기도 하고, 때론 어려운 환경에서 불가피한 선택으로 다가오기도 한다고.


그는 얼마 전부터 계절을 가리지 않고 샤워 때마다 냉수마찰을 하고 있는데, 이는 자신에게 큰 도전이라고 했다. (나도 1년 정도 매일 냉수마찰을 하고 있다)



"몸에 찬물 껴앉기를 좋아하는 사람은 없어요. 하지만 이런 도전을 통해 새로운 행위가 반복됐을 때 몸과 삶에 가져올 변화를 깨달은 사람은, 하기 싫고 귀찮아도 계속 하겠죠. 그리고 그 습관이 삶을 조금씩 바꿔나갈 거구요."


핵심은 어떻게 시작한 도전이든 그 결과가 어떻게 됐든, 도전은 결국 우리를 성장시킨다는 것이었다.


한 살 두 살 나이를 먹으며 도전의 빈도가 줄어드는 게 느껴진다. 하지만 나를 이기기 위해, 미래를 위해 붙잡고 있는 도전들이 여전히 있다.


내 삶이 어디를 향해 가고 있는지 알기 위해 최근 내가 무엇에 도전했는지 사소한 일부터 살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폭염 속의 경주, 두 번째 하프마라톤 출전


내게 마라톤은 쉬우면서도 어려운 도전이다. 시작은 쉽지만 끝맺기는 어렵다. 마라톤 대회에 나가기 시작하면서 인생을 왜 마라톤에 비유하는지 조금씩 깨달아가고 있다.


마라톤 중에 체험하는 수많은 한계들. 물론 아직 주니어에 불과하지만, 언젠가 처음으로 풀코스 마라톤을 완주하는 날(개인적으로는 2025년까지 완주를 목표로 잡고 있다), 그때에는 인생의 1%를 깨달았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체감 온도 35도. 초여름이지만 며칠 째 때 이른 폭염이 이어졌다. 뚝섬역에서 한강을 끼고 이어진 코스. 햇살이 강물을 강하게 비춘 뚝섬은 마치 한여름의 휴양지 같았다.


번호판을 붙이고 기록측정띠를 운동화에 동여맨 후 들뜬 기분으로 출발했다. 하지만 6km를 넘어서는 구간부터는 외로운 싸움이 시작됐다. 크루원 하프 마라톤을 달린 사람은 혼자였다.


오르막과 내리막, 그늘과 땡볕이 계속 반복됐다. 그 속을 나는 달리고 있었다. 생각이 많아 달릴 때도 보통 생각들을 하는데 무더운 날씨 인지 점차 생각희미해져갔다.


8km부터 12km 구간까지는 내 앞을 달리는 한 여자분의 발끝만 보며 발을 내딛었다. 그와 가까워졌다 멀어졌다를 반복. 어느새 13km 구간에 접어들었을 때 그는 어느새 멀어지고 없었다.


저번 대회 때도 그랬지만 14km부터 21km(완주)까지는 오롯이 나 자신과의 싸움이다. 어떤 노래를 듣고 어떤 생각을 해도 10km 이전의 속도와 자세가 나오니 않는다. 마치 실에 의지해 손발을 움직이는 마리오네트 인형처럼 무언가에 이끌려 손발을 내젓을 뿐.


생각도 최소한의 것만 한다. 방향 전환과 기록을 확인하는 정도. 이내 전원이 꺼질 듯한 느낌이었다.


마지막 5km는 어떻게 달렸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 그저 완주해야겠다는 단 한 줄기의 생각만이 몸에 기록돼 있다.


21km 하프마라톤 완주. 기록이 여성으로 잘못 등록돼 있었다.




▲시작은 창대하나, 끝은 겸손하리라


완주했다는 기쁨도 잠시. 부족했던 내 모습들을 돌아봤다. 시작은 늘 기고만장했지만 끝에 와서 좌절하거나 자책으로 채웠던 순간들.


시작은 창대했으나 끝은 미약했던 일들. 마라톤은 나를 겸손하게 만든다. 그래서 멈출 수 없다. 나는 더 인간다워지기 위해 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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