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글로 Dec 30. 2023

[문답#28] 좋아하는 스포츠가 있다면?

러닝, 휴식 그리고 다시 러닝


내 삶에서 가장 오랜 기간 해 왔고 제일 좋아한다고 말할 수 있는 스포츠는 '러닝'이다. 생각해 보면, 나에게 러닝은 스포츠라기보다는 살기 위해 했던 생존법이었다. 숱한 감정과 생각들을 털어내기 위해 많게는 일주일 내내 근처 운동장을 뛰었다. 8~10바퀴, 그래도 가시지 않을 때는 20바퀴까지. 마음의 응어리가 사라진 느낌이 들 때까지.



최근에는 정강이 통증으로 3주간 러닝을 쉬었다. 진료를 받아보진 않았지만 피로 골절이 있었던 것으로 예상된다. 이렇게 오래 달리지 않은 건 8년 만에 처음이다. 신기하게 뛰지 않는 것도 점점 익숙해진다. 계속 안 뛰어도 될까 하는 불안감도 이젠 거의 없다. 하지만 1주일 내로 회복이 되면 다시 뛸 것이다. 재활을 위한 휴식이 종말로 가서는 안되기에. 





Q. 어느 정도가 되면 좋아한다고 말할 수 있는 건가요?


하루라도 뛰지 않으면 아쉬운 기분이 든다면. 시간이 비었을 때 생각보다 몸이 앞서 이 스포츠를 즐기러 움직이고 있다면.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만나는 사람들에게 자꾸 이 스포츠의 장점을 얘기하고 추천해 준다면. 그리고 당신이 힘들고 지쳤을 때 이걸 통해 에너지를 얻거나, 얻는다고 강하게 믿고 있다면. 그렇다면 좋아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Q. 그 운동의 가장 큰 매력은 무엇인가요?


심폐지구력이 상승하고 혈액 순환이 활발해지면서 전반적인 신체 기능이 좋아진다. 땀이 배출되고 엔도르핀 등 호르몬이 분비되면서 스트레스가 줄어들고 러닝이 끝난 후에는 행복감이 든다. 사실 이런 과학적-생물학적 효능은 유튜브나 SNS에 검색하면 수도 없이 많이 나온다. 난 이보다는 러닝이 주는 심적인 이점을 강조하고 싶다. 아래는 브런치 내 '러닝이 가르쳐준 것들'이라는 매거진에 썼던 글 중 일부다.



"오랜 시간 혼자서 혹은 함께 러닝을 하며 가장 크게 얻는 것은 '지속하는 힘'이다. 러닝을 시작하면 일단 몸이 살아있다는 걸 어떤 이유로든 느끼게 된다. 몸이 무겁다는 느낌, 어딘가 불편한 느낌, 숨이 차오르고 땀이 나며 심장 박동이 점점 빨라지는 현상. 이 모든 고통이 자신이 살아있고 그래서 살아가고 있는 존재라는 걸 일깨우게 되고, 러닝을 하는 순간만큼은 살아있는 몸에 오롯이 집중하게 된다.


일상에서는 너무도 크게 신경 쓰이던 일들도 스쳐가는 하나의 배경에 불과해진다. 그들은 더 이상 내게 불안을 가져다줄 수 있는 존재가 아니다. 그들의 말이 들리지 않으며 시선도 느껴지지 않는다. 오직 지금 이 땅을 딛고 뛰고 있는 내가 있을 뿐이다."


https://brunch.co.kr/@rhkrwndgml/813




Q. 인생을 그 운동에 비유한다면 지금 당신의 삶은 어떤 상황인가요?


지금의 나의 삶을 마라톤에 비유한다면, 약 5분 전 스타트 소리를 듣고 출발선을 뛰쳐나온 바로 그 자리에 있다고 생각한다. 20대 동안 마음껏 방황하면서 이제야 내가 어떤 일을 하고 싶은지, 그 일을 통해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 그를 위해 어떤 기반이 필요한지를 알게 됐기 때문이다.


내 옆을 앞서 나가는 다른 러너들의 페이스와 러닝 방식은 이제 중요하지 않다. 나만의 페이스와 방식을 어떻게 유지하고 발전시켜 나갈지를 고민한다. 나의 강점과 약점을 알았기에 이를 토대로 어떻게 세상과 부딪히고 싸우고 때론 협력해 나갈지를 고민하는 단계에 와 있다. 삶은 이제 시작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문답#27] 삶이 공부한 것처럼 되지 않을 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