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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데우스 May 27. 2024

아내의 얼굴에도 주름이 짙어졌다

시니어 살아남기 - 아내의 케어

낙상사고 간병으로 고생이 많은 아내

주름고사리 이름처럼 얼굴에 주름이 많아졌다.

붕대를 푼 내 팔에 생긴 주름을 보는 마음이 짠하다.



다리의 통깁스 안과 팔의 반깁스 안에 감긴 붕대들이 팔과 다리를 쪼여 피가 잘 통하지 못하게 한다. 그래서 다리와 손을 심장보다 높게 들라고 하는 것(거상)이다. 자가 드레싱하려고 팔의 붕대를 풀었다. 붕대에 싸였던 살갗이 쭈굴쭈굴해졌다. 보기에도 징그럽게 주름이 만들어졌다.

 

낙상사고 후 깁스와 붕대에 싸여 움직이지 못하니 가늘어진 팔에 남긴 붕대 흔적이 처참하다. 붕대를 풀으니 팔이 숨을 쉬는 것 같이 시원하다.  새끼손가락과 자뼈머리를 아내가 소독해주고 있다. 케어하는 아내의 머리도 많이 희어졌고 주름이 많아진 얼굴을 보는 마음이 짠하다.


은퇴 후  제주살이 하다가 갑작스럽게 낙상사고가 났다. 나도, 아내도, 자식들도 놀라고 안타까운 마음이었다. 쾌활했던 제주생활이 안타까운 수원생활로 바꿨다. 침대에 누워있는 시간이 대부분이다. 그러니 모든 것을 아내에게 의지하여야 한다.


주름고사리 포막


아내의 얼굴에 짙어진 주름을 보고 주름고사리를 떠올렸다. 주름고사리는 상록의 여러해살이 양치식물이다. 양치식물은 꽃이 피지 않고 포자로 번식한다. 주름고사리의 잎 뒷면에 포자낭군이 있다. 포자낭군은 먼지 같은 포자들이 담긴 주머니들을 통틀어 이르는 말이다. 이 포자낭군을 보호해 주는 덮개가 있는데 그 덮개를 포막이라 부른다.


주름고사리의 포막은 때로는 2개가 등을 맞닿는 것이 특징이다. 아내와 함께 생활한 세월도 40년에 가깝다. 때로는 합심하고 가끔은 등을 돌릴 때도 있지만 희로애락을 같이하며 나이를 먹고 있다. 등을 맞댔다는 것은 의견의 상치가 아니라 등을 맞대고 등펴기 운동을 하는 것처럼 서로의 보완의 관계로 해석하고 싶다.  다리골절 수술에서도 정강이뼈와 금속판을 맞대어 뼈가 붙는 과정에서 뼈가 휘어지지 않도록 하고 있는 것이다.


부부가 함께 산다는 것은 서로의 보완이 되는 노력이 필요하다. 나이를 먹으면서, 특히 은퇴 후 느끼는 감정이 짙어진다. 낙상사고 후 더욱 크게 다가오는 아내의 위치이다. 자가 드레싱 하는 시간이 아내에 대한 고마움과 나이를 함께 먹는 애틋함으로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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