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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우절의 거짓말 같은 사실 이야기

숟갈일엽 - 생존의 조건

by 로데우스

밥을 먹어야 산다.
배가 불어야 욕망이 생긴다.
밥숟갈의 의미는 생존과 사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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숟갈일엽


만우절의 낙상사고는 나의 삶에 전혀 그려보지 않은 그림이다.
거짓말 같은 사실에 오직 살아야 한다는 마음은
다리 골절도 아픈 줄 모르고 핸드폰을 찾아야 했다.


4시간 만에 구조대를 만나고 나서야 통증을 느꼈다.
살았다는 안도감에 눈치를 보던 몸도 그제야 아픈 티를 냈던 것이다.
천신만고 끝에 구출되어, 왼쪽 손가락과 왼쪽 다리 수술을 받았다.

왼손과 왼발에 깁스를 하고 병원식을 먹는데
아내가 하는 말, "오른손을 다쳤으면 먹여줄 뻔했네"
오른손에 쥔 숟가락이 크로즈 업된다.

낙상사고 2년 전 만우절, 계곡에서 숟갈일엽을 발견했다.
거짓말 같은 사실에 몸이 부르르 떨린다.
시원한 잎 뒤에 포자낭군이 줄줄이 달렸다.

숟갈일엽 사는 곳은 나만의 신비의 숲이 되었다.
그리고 버들일엽과 주걱일엽도 찾았다.

주걱일엽속(Loxogramme) 3총사를 본 행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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숟갈일엽(좌), 버들일엽(중), 주걱일엽(우)


양치식물 고란초과(Polypodiaceae) 주걱일엽속(Loxogramme)은

우리나라에 숟갈일엽, 버들일엽, 주걱일엽 3종이 서식한다.
결각이 없이 1개의 잎을 가진 양치식물이다.

이 3종의 고사리는 아주 드물게 서식하고
특히, 숟갈일엽은 희귀종에 속한다.
그것을 양치식물 초보자가 발견한 것이다.

제주살이라는 첫 놀이터에서 천방지축 즐겁게 논 결과이다.
숲은 혼자놀이의 최고의 장소이다.
코로나에 신경 쓰지 않고 홀로 즐거움을 찾는 탐험 생활

야생의 제주살이는 제2의 삶에 최고의 선물이었다.
숲이 주는 무한한 가능성과 신비함을 즐긴다.

고사리, 제주에서 그 얼굴을 다시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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숟갈일엽 새순(좌), 줄기 하부 적갈색(우)


숟갈일엽과 버들일엽은 구분하기가 어렵다.

숟갈일엽은 잎이 더 뾰족하고, 포자낭군이 상반부에 맺힌다.

그리고 줄기 아랫부분이 적갈색이다.


반면, 버들일엽의 잎은 숟갈일엽보다 좁고 끝이 덜 뾰족하다.

포장낭군은 잎 중앙의 아래까지 맺힌다.


주걱일엽은 우선 엽신이 작아 쉽게 구분된다.

그리고 잎 끝부분이 넓어 주걱처럼 생겼다.


주걱일엽속 3총사는 먹는 것에 이름이 붙었다.

버들일엽은 나주 완사천의 전설로 이어진다.

전쟁에 임하는 "왕건이 물 한 그릇을 달라고 하자

처녀는 바가지에 버들잎을 띄어 공손히 받쳤다.

급히 마시면 체할까 봐 천천히 마시도록 하기 위한 것이었다.

이 여인이 곧 장화왕후 오씨부인이다."


안내판이 보여주는 전설은 '버들잎 띄운 물 한 바가지의 사랑'이다.

주걱, 숟갈, 물그릇은 생존의 도구이자 아내의 사랑이다.

특히, 은퇴 후 제주살이 중 낙상사고로 아내의 케어를 받으면서

식사의 감사함을 많이 느꼈다.


숟갈일엽 사진을 화면에 띄어놓고 아내의 숟갈을 화면에 붙여 사진을 찍었다.

숟갈일엽과 아내의 숟가락은 인연과 사랑의 의미를 담고 있다.

"준비하는데 오래 걸렸는데 먹는 건 금방이네"라는 아내의 말에 대한 나의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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