잎줄기가 굵은 양치식물의 관다발은 쉽게 볼 수 있지만
잎줄기 직경 1mm 정도의 꼬리고사리 관다발을 보는 것은 어렵다.
그런데 그 작은 관다발에서 고양이를 찾은 미션이다.
꼬리고사리를 본 서양인들은 호랑이 꼬리를 연상했다.
꼬리고사리의 영명는 Tiger-tail spleenwort다.
꼬리고사리 잎에서 호랑이 꼬리를 연상한 이름이다.
그렇다면 나는 호랑이 꼬리를 물고 있는 고양이를 떠올린다.
꼬리고사리에서 고양이를 찾는 과정은 내가 양치식물을 알아가는 과정이기도 하다.
야생의 회목나무에서 부엉이를 찾고자 삼복더위에 관악산을 힘들게 올랐던 추억의 업그레이드이다.
양치식물은 이끼와 달리 관다발 조직이 있어 스스로 독립할 수 있는 것이다.
관다발이 있고 없음은 모여살 수 밖에 없는 이끼와 혼자서도 살 수 있는 양치식물로 갈라진다.
관다발은 체관과 물관이 있어 양분을 뿌리 쪽으로 내리고, 물은 위로 올리는 역할을 한다.
관다발을 보호하려고 표피는 두꺼워지고 단단해져서 잎자루가 된다.
관다발을 가진 잎자루 덕분에 양치식물은 스스로 설 수 있다.
양치식물의 잎자루를 수평으로 절단하면 관다발 조직을 볼 수 있다.
그런데 그 관다발 조직 모양은 고사리마다 다르다.
현미경이 있다면 관다발 모양의 아름다움을 다양하게 볼 수 있겠지만
노안의 눈으로 디카의 한계를 넘어서는 것을 보려고 애쓰는 모습은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는 무슨 짓인가 하는 호기심의 대상이지만,
나는 호랑이 꼬리에서 고양이를 찾자는 호기심으로 땀을 흘렸다.
꼬리고사리 관다발 촬영 모습
꼬리고사리의 잎자루를 절단한 직경은 1mm 안팍이다.
삼각대를 설치하고 꼬리고사리 잎줄기를 절단하여 높낮이를 맞추었다.
뷰파인더를 10배 줌으로 맞추니 희미한 관다발이 보인다.
하지만 찍고 찍어도 만족할 만한 고양이 얼굴은 아니다.
그 동안 절단하여 노출된 관다발이 말라 간다.
다시 잎줄기를 조금 잘라 새 관다발을 노출시키길 반복하면서 계속 촬영했다.
약한 허리는 아프다 아우성치고,
수술한 다리는 무릎이 잘 구부러지지 않아 엉거주춤한 자세로 버틴다.
드디어 희미한 고양이 모습이 보여 허리를 폈다.
휴, 한숨을 쉬는데 한 노인이 다가온다.
"아까부터 뭘 그리 힘쓰는가 궁금해서 한참을 지켜봤네요."
아! 내가 제주월드컵경기장 방사탑 아래에서 고사리 영화의 연기를 했구나.
그 노인에게 꼬리고사리를 가리키면서 고양이 모습을 찾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 노인은 껄껄 웃으면서 "나는 보이지는 않은데 나이는 대체 몇이시요?"
나이를 알려주며 시니어의 취미생활에 대해 한참을 얘기했다.
꼬리고사리 관다발에서 찾은 고양이 얼굴
집에 와서 급히 pc를 켜고 꼬리고사리 관다발 사진을 화면에 로딩했다.
수십장의 사진을 지워가면서 최종 후보 한 장을 남겼다.
걸음마 수준의 포토샵으로 끙끙대며 고양이 얼굴을 선명히 밝히는 작업에 몰두했다.
드디어 고양이 얼굴이 제대로 보인다.
한 눈을 확대하면 눈언저리에 물관이 있고
그 안의 눈동자 부분에 체관이 흩어져 있을 것이다.
고양이 얼굴에서 굴 속에 들어간 고양이를 후라쉬로 비쳐보는
섬찟했던 어린 시절의 기억을 떠올렸다.
어린 시절에는 무서웠던 모습을 나이가 드니 귀엽다고 느낀다.
시어니의 관록은 어쩌면 세상을 살아가는 힘이다.
그 관록에 최초의 관다발 식물인 고사리가 다가왔다.
관다발은 스스로 설 수 있는 진화이자 혁명이다.
내 스스로의 관록을 칭찬하며 외로움을 벗어나는 시니어의 모습을 그려본다.
꼬리고사리 포자엽과 영양엽(상) , 잎 모양(중), 포막과 포자낭군(하)
꼬리고사리의 형태적 특징은 영양엽과 포자엽이 있고,
포자엽이 특히 커서 높이 40cm 까지 크게 자라고,
영양엽은 짧으면서 낮은 위치에서 옆으로 자란다.
꼬리고사리의 잎(우편)은 날까롭게 찢어진 모양이다.
꼬리고사리의 종소명 incisum은
"예리하게 갈라진"의 뜻을 가진 라틴어 incisus에서 연유한다.
고사리 중에는 비장을 치료하는 식물이 있었다는데
어떤 고사리인지 알려지진 않았단다.
꼬리고사리의 우편의 모양은 비장처럼 생긴 것 같기도 하다.
그래서 그런지 꼬리고사리의 속명은 아스플레니움(Asplenium)이다.
a(없음), spleen(비장)의 합성어로 비장은 없다(without-spleen)의 뜻이 된다.
꼬리고사리에서 고양이를 찾다가 비장까지 닿았다.
나의 젊은 시절 건강검진에서 비장이 조금 크다는 진단을 받았다.
그러나 현재까지 특별한 증상은 나타나지는 않았다.
내가 꼬리고사리를 이렇게 공부하는 것이 그것 때문일까?
각시고사리 관다발 / 줄기 굵기가 꼬리고사리보다 몇 배 굵으니 관다발을 선명히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