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치식물의 잎 / 단엽, 복엽

(7화)​ 용어 이해하기 - 생태의 산을 넘는 즐거움

by 로데우스


오늘은 잎의 문장라는 단엽에서 복엽까지

그 정교한 세계를 교관이 학생들에게

애정이 듬뿜 묻어나는 화려한 입담으로 설명하는 버전이다.


img.jpg 넓은잎개고사리 용어 해부도 / 족보를 알면 고사리가 보인다.


생태의 즐거움을 온전히 누리려면 반드시 넘어야 할 산이 있습니다. 바로 '용어'라는 산입니다. 처음엔 낯설고 험해 보이지만, 이 산을 정복했을 때의 짜릿함은 식물을 바라보는 눈을 완전히 바꿔놓을 것입니다. 오늘은 양치식물의 가장 큰 매력인 '잎'의 구조를 함께 탐험하며 그 즐거운 정복의 길을 떠나보겠습니다.


이 험난한 용어의 산을 함께 넘을 '첫 모델'로 저는 '넓은잎개고사리'를 모셨습니다. 삼각형의 당당한 풍채에 단단한 초질을 지닌 이 친구는 뻣뻣하면서도 강인한 기운을 내뿜지요. 그 명확하고 정직한 선 덕분에 우리에게 잎의 족보를 가르쳐주기에 더할 나위 없는 모델입니다.


사람에게 항렬이 있듯, 고사리에게도 엄격한 질서가 있습니다. 가장 막내인 '열편'들이 옹기종기 모여 '우편'이라는 형님을 이루고, 그 형님들이 '중축'이라는 든든한 기둥에 몸을 기대어 비로소 '잎몸'이라는 번듯한 가문을 완성합니다. 마지막으로 이 가문을 대지에 단단히 고정하는 '잎자루'까지 갖춰야 비로소 우리가 마주하는 한 장의 고사리 잎이 탄생합니다.


넓은잎개고사리가 몸소 보여주는 이 질서를 가슴에 새긴다면, 이제 숲속 어떤 고사리를 만나도 "어느 집안 누구신지" 단번에 알아보는 혜안을 갖게 되실 겁니다. 이 친구는 오늘 우리에게 길을 열어준 뒤 숲의 깊은 곳으로 묵묵히 돌아갈 테지만, 그가 남긴 명쾌한 문장은 여러분의 산책길 내내 든든한 나침반이 되어줄 것입니다.


img.jpg 단엽(Simple leaf), 비워냄으로 완성한 강렬한 존재감 / 일엽초


복잡한 건 질색이라며 '미니멀리즘'의 극치를 자처하는 이가 있습니다. 바로 일엽초입니다. 남들은 다 잎을 가르고 나눌 때, 이 친구는 잎자루 끝에 잎몸 딱 하나만 얹어두고 고독한 군자의 포스를 풍깁니다. 이름 속에 '일엽(一葉)'을 품지 않았어도 콩짜개덩굴이나 제주창고사리 역시 이 단순미의 철학을 공유하는 동지들이지요. 화려한 장식이 없이도 바위나 나무에 딱 붙어 견디는 단엽의 잎을 보고 있으면, 가끔은 우리네 인생도 저렇게 군더더기 없이 명쾌했으면 싶을 때가 있습니다.



tfile.jpg 1회 우상 복엽, 정갈함 속에 깃든 '고사리의 정석' / 돌잔고사리


단엽이 '나도 변화를 한 번 줘볼까?' 하고 마음을 먹으면 깃털 모양으로 한 번 갈라진 1회 우상 복엽이 됩니다. 우리 주변의 작은 고사리 중에서 흔히 마주치는 '고사리계의 표준 모델'이지요. 특히 돌잔고사리가 보여주는 정갈한 대칭미는 갓 다려 입은 와이셔츠처럼 깔끔합니다. 너무 튀지도 않으면서 양치식물의 정체성을 잃지 않는 이 정직한 자태야말로, 긴 세월 우리 곁을 지켜온 든든한 이웃 같은 매력을 풍깁니다.



img.jpg 2회 우상 복엽, 자연이 설계한 건강한 기하학 / 큰섬잔고사리


이제부터는 예술과 수학의 영역입니다. 우편이 다시 세밀하게 갈라져 '소우편'을 거느리는 2회 우상 복엽 단계지요. 제가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모양새이기도 합니다. 특히 제주 숲속에서 군락을 이룬 큰섬잔고사리를 마주하면 그 당당한 체구와 늘씬한 삼각형의 모습에 압도됩니다. 건강미 넘치는 운동선수의 몸매처럼 활력이 넘치면서도, 멋을 한껏 부린 것이 결코 과하지 않은 절제된 균형미를 보여주지요. 자연이 빚어낸 이 세련된 곡선 앞에 서면 누구나 찬탄을 금치 못하게 됩니다.



img.jpg 3회 우상 복엽, 고사리가 부리는 정밀 세공의 극치 / 사철잔고사리


마지막은 '장인 정신'의 경지에 도달한 3회 우상 복엽입니다. 우편이 갈라져 소우편이 되고, 그 소우편마저 또 갈라져 정교한 열편을 만드는 세계지요. 제주의 깊은 숲, 귀한 몸뚱이를 숨기고 있는 사철잔고사리가 그 주인공입니다. 대형 고사리답게 시원시원하게 뻗어 있으면서도 잎 끝은 실로 짠 레이스처럼 정교하게 세공되어 있습니다. 늘씬한 몸매에 화려한 비단옷을 두른 고귀한 귀족의 자태랄까요? 사시사철 푸른 잎으로 3~4회까지 세밀하게 갈라진 그 잎맥 사이로 자연의 지혜가 흐르는 듯합니다.



img.jpg?credential=yqXZFxpELC7KVnFOS48ylbz2pIh7yKj8&expires=1774969199&allow_ip=&allow_referer=&signature=zWYS9XCg1iZCwcVzxcVsieh4Z4w%3D 산을 넘은 자만이 보는 풍경 / 부싯깃고사리


용어의 산을 넘어 정상에 서니 어떠신가요? 눈앞에 푸른 다도해의 절경이 펼쳐집니다. 그 벼랑 끝 척박한 바위틈에서 오늘의 마지막 주인공, 부싯깃고사리를 만납니다. 주로 석회암 지대라는 거친 환경을 터전 삼아 살아가는 이 녀석은, 그 이름처럼 차가운 바위 위에서 생명의 불씨를 지피는 강인한 생명력을 품고 있지요.


제가 강의실에서 말씀드렸지요. '작은 고사리 가족들 중 흔하고 친숙한 얼굴'이라고요. 부싯깃고사리는 우리가 앞서 배운 체계 중 '1회 우상 복엽'의 전형을 보여주는 정직한 친구입니다. 작지만 단단한 제 몸집을 한 번의 우아한 갈라짐으로 완성해낸 저 당당한 자태를 보세요. 다도해의 거친 바닷바람을 맞으면서도 꼿꼿하게 고개를 들었고, 가녀린 자식도 제 어미를 바라보고 있는 모습에서, 우리는 산을 넘은 자만이 누릴 수 있는 고요한 승리의 기쁨과 가족의 따스함을 배웁니다.


이번 강의에서는 양치식물의 잎이 어떻게 구성되고 분류되는지 여러분들과 함께 큰 틀을 살펴보았습니다. 이제 이 용어들을 나침반 삼아, 다음 강의부터는 각 고사리가 가진 고유한 특징과 삶의 이야기를 하나씩 자세히 들여다보겠습니다. 이 산을 함께 넘어주신 여러분, 이제 고사리의 숨결이 조금 더 가까이 느껴지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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