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랑이 꼬리를 물고 있는 고양이를 찾아라 / 꼬리고사리

(6화) 1mm의 미션 - 관다발 모습은 지문과 같다.

by 로데우스

잎줄기가 굵은 양치식물의 관다발은 쉽게 볼 수 있지만

잎줄기 직경 1mm 정도의 꼬리고사리 관다발을 보는 것은 어렵다.

그 작은 관다발에서 고양이를 찾는 양치식물 이야기


img.jpg 꼬리고사리를 본 서양인들은 호랑이 꼬리를 연상했다.


잎줄기 직경이 겨우 1mm 남짓한 꼬리고사리(Tiger-tail spleenwort)에서 '호랑이 꼬리를 문 고양이'를 찾는 일은 나만의 특별한 미션이다. 영명에서 연상한 이 상상은, 과거 삼복더위에 부엉이를 찾으려 관악산을 오르던 열정의 업그레이드 버전이기도 하다. 70고개의 노안으로 디카의 한계를 시험하며, 수술한 다리와 아픈 허리를 엉거주춤 버티고 서서 몸의 한계를 넘는 고통과 마음의 열정에 비벼 고양이 한 마리를 찾는다.


삼각대를 설치하고 꼬리고사리 잎줄기를 절단하여 높낮이를 맞추는 작업은 숭고한 절차이다. 뷰파인더 속 10배 줌에는 희미한 관다발이 고양이인지 두꺼비인지 알지모를 미미지로 흐려지곤 한다. 다시 잎줄기를 조금 잘라 새 관다발을 노출시키길 반복하면서 집요하게 고양이를 쫒는다. 그때 굴속에 희미한 고양이가 얼굴을 내밀며 일갈하는 듯 하다. "내 집에 무단침입한 당신은 누구인가?"


tfile.jpg 꼬리고사리 관다발에서 찾은 고양이 얼굴


한참을 씨름하고 있을 때, 한 어르신이 다가와 물으신다. "아까부터 뭘 그리 힘쓰는가 궁금해서 한참을 지켜봤네요." 꼬리고사리 단면에서 고양이 얼굴을 찾고 있었다는 나의 말에 그는 껄껄 웃으며 반문했다. "나는 보이지도 않는데, 나이는 대체 몇이시요?" 제주월드컵경기장 방사탑 아래에서 나는 "호랑이 꼬리를 악착같이 물고 있는 고양이"를 촬영하는 영화의 주인공이 되어 시니어의 관록을 펼쳐보였던 것이다.


양치식물은 이끼와 달리 관다발 조직이 있어 비로소 스스로 설 수 있는 독립적인 존재이다. 체관은 양분을 뿌리로 내리고, 물관은 물을 위로 올리며 식물의 뼈대를 이룬다. 이 대칭적인 설계는 식물에게는 '직립의 혁명'이며, 다리 수술 후 매일 산책하며 좌우 균형을 되찾으려는 나에게 고양이 눈동자 속 흐르는 생명의 에너지는 귀한 '재활의 선물'로 다가온다.


꼬리고사리의 속명 아스플레니움(Asplenium)은 '비장(spleen)이 없다(a)'는 뜻을 담고 있다. 젊은 시절 비장이 크다는 진단을 받았던 나의 기억이, 오늘 이 작은 식물의 관다발을 탐구하게 한 묘한 인연처럼 느껴진다. 인내가 피워낸 이 1mm의 고양이 얼굴은, 어린 시절의 두려움마저 귀여운 관록으로 치환하는 시니어의 힘이다.



꼬리고사리 관다발


1mm 잎자루 단면

고양이가 숨어있는 자리에

슬그머니 끼어든 낙상자


비어(a) 있는 비장(spleen)의 허기를

재활의 철봉에 매달려

묵직한 관록으로 채워 넣는다


인내가 피어낸

나의 진화

나의 고사리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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