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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큰 잎을 가진 식물

실고사리 - 인연론

by 로데우스

가장 큰 잎을 가진 실고사리

가장 큰 시련을 안겨준 낙상사고

재활을 하면서 실과 인연을 생각한다.


실고사리 포자엽


양치식물에서 우리가 볼 수 있는 것은 대부분 잎이다.

보통의 식물은 줄기가 위로 올라오고 줄기에서 잎이 나는 형태이다.

그러나 양치식물의 줄기는 땅속에 있기 때문에 근경(根莖)이라 부른다.


즉 근경에서 잎이 나와 지상에서 고사리로 자라는 것이다.

이렇게 양치식물의 잎을 정의하면

실고사리는 세상에서 가장 큰 잎을 가진 식물이 된다.


실고사리는 잎이 길게 자라는 덩굴성 양치식물이다.

실고사리는 실 같은 잎자루가 길게 뻗는 고사리라는 뜻이다.

전 세계에 40종이 분포하며, 우리나라에는 실고사리 1종이 있다.


실고사리의 특징은 땅속에서 기는 줄기인 근경에서 잎이 나오고

잎자루는 원줄기처럼 되어 다른 물체를 감아 올라가면서

길이는 2m내외로 자라며 잎처럼 보이는 것은 우편이다.


이렇게 볼 때 실고사리는 이 세상에서 가장 큰 잎을 가졌다.

즉, 실고사리는 1개의 잎줄기에서 무수히 많은 소엽(우편)들이 생긴다.

잎 길이가 2m가 넘는 실고사리를 생각해보면 정말 큰 잎이다.


실고사리의 포자는 한방에서 해금사(海金沙)라 하는 약재이다.

해금사를 불에 넣으면 터지는 소리를 내면서 타고 재는 남지 않으며

항균, 이담(利膽), 이뇨배석(利尿俳石) 등의 효가가 있다고 한다.


실고사리 포장낭군에서 새끼손가락의 수술한 형태를 떠올렸다.


걸어가는 사람이 바늘이고

걸어가는 길이 실이라면

걷는 일은 찢어진 곳을 꿰매는 바느질입니다.

보행은 찢어짐을 맞서는 저항입니다.

(걷기의 인문학 / 리베카 솔릿)


코로나 위기 때 홀로 양치식물에 도전하였고

뜻밖의 낙상사고로 다리가 골절되고, 새끼손가락에 힘줄이 끊어졌다.

어느 정도 재활하고 꿰멘 실밥을 뽑을 때는 눈물이 나올 정도로 아팠다.


실고사리의 포장낭군을 촬영하는데 새끼손가락이 절단된 모양이 잡혔다.

나의 절박한 감정이 실고사리 포자낭군을 수술한 새끼손가락으로 인식했다.

낙상사고도 인연으로 생각하고 극복하고자 피나는 재활을 했다.


새끼손가락 꺾기는 눈물이 찔끔 날 정도의 통증을 참아야 하고

매일 일만보 이상 걷기는 찢어지듯 아픈 무릎을 견뎌야 했다.

리베카 솔릿이 "걷기의 인문학"에서 말한

바늘과 실이 엮는 바느질이라는 글을 재활에 새겼다.


좋은 인연도 내가 노력했기에 오는 것이고

낙상사고란 나쁜 인연도 피나는 재활을 통하여 극복하고 있는 것이다.

내가 적극적으로 노력하지 않으면 인연도 만들 수 없는 것이다.


실과 인연이란 말은 대부분 인간관계에 사용되지만

나의 인연론의 양치식물이란 사물과의 관계로 설정된다.

양치식물을 주제로 투병기도 쓰고 글을 쓰고 있는 것이다.


양치식물을 긍정적인 마음으로 공부하고

삶의 즐거움을 찾는 취미라고 정의하고 싶다.

이것이 재활에서 얻는 가장 큰 인연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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