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뱀에 물린 짜라투스트라가 한 말, "니 독 가져가"

뱀고사리 - 위버멘쉬

by 로데우스

뱀고사리는 흔하지만 동정이 어렵다.

니체를 좋아하지만 그의 책을 이해하기는 어렵다.

알면 알 수록 어려워지는 고사리 세계나 니체의 사상은 닮은 점이 있다.


뱀고사리


뱀고사리를 찾다가 뱀에 물린 짜라투스트라를 떠올린다.

짜라투스트라는 뱀에게 "야! 니 독 가져가!"라고 말했다.

그랬더니 뱀은 굴복하여 짜라투스트라의 상처를 핥았다고 한다.


짜라투스트라는 뱀의 독보다도 강하다는 자신감을 표현했던 것이다.

짜라투스트라가 산에서 내려오자 첫 번째로 만난 숲 속 성자의 충고에 대하여

"자선을 베풀고 싶지는 않소, 나는 그렇게 할 만큼 가난하지는 않다오."라고 대답했다.


외부의 위협이나 타인의 동정에 의존하지 않고, 자신의 힘으로 존재한다는 뜻이다.

나도 현직 시절 정당원들 대상으로 강의할 때 이런 말을 했다.

"여러분들이 왜 동정을 받아야 하나요? 여러분들은 스스로 불쌍한가요?"


니체의 철학에서 위버멘쉬(초인)는 힘의 의지와 자기 극복을 말한다.

나는 세인의 관심이 거의 없는 양치식물을 찾고 이름을 알려고 애를 쓴다.

60대 후반 시니어의 본능에 따른 행위는 바로 니체가 말한 초인의 행동이라고 믿는다.


뱀고사리 포막은 긴타원형, J자형, 갈고리형이 섞여있는 것이 특징이다.


뱀고사리를 알기까지 산개고사리라고 잘못 동정하는 등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쳤다.

전국에 골고루 분포하여 가장 흔하게 발견되고 개체수도 많다 보니 변이도 많다.

그래서 그런지 다른 고사리보다 늦게서야 알게 되었다.


그러다 보니 자주 보고 익혀야 눈에 들어온다고 말할 수 있다.

뱀고사리 특징을 한 가지 든다면,

포막의 모습이 긴타원형, J자형, 갈고리형이 섞여 있다는 것이다.

이것만 알아도 뱀고사리에 자신있게 접근할 수 있다고 본다.


뱀고사리 새순


뱀고사리의 영어명은 Asian common ladyfern이다.

그런데 우리는 "뱀고사리"라고 부르고 있다.

아마도 양치식물에 대한 우리 국민이 시각이 아닌가 생각된다.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도 곱듯이

내가 예쁘게 부르면 상대도 나를 예쁘게 부를 것이다.

이왕이면 고사리에도 예쁜 이름을 붙여주고 싶다.

고사리에서 아름다움을 찾고 싶다.



뱀고사리는 총생한다.


뱀고사리

학명 / Athyrium yokoscense (Franch. & Sav.) Christ

분류 / 개고사리과(Athyriaceae) 개고사리속(Athyrium)


전국의 산지에서 자라며, 일본, 중국, 러시아에도 분포한다.

하록성 여러해살이풀로 땅에서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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