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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리와 마음

by 뚜샷뜨아

강의실, 공연장, 운동 프로그램. 어디서든 나는 먼저 자리를 살핀다. 조금이라도 시야가 트이고 편안하게 몰입할 수 있는 곳을 선호한다. 하지만 원하는 자리에 앉는 일은 늘 쉽지 않다. 잠시 망설이는 사이 다른 이가 차지하기도 하고, 이미 오래 자리를 지켜온 사람들 사이에서 어색함을 느낄 때도 있다. 그 순간 불필요한 상실감이 찾아온다. 이름이 새겨진 것도 아닌데, 마치 내 것이 빼앗긴 듯 불편해진다.


얼마 전 복지센터에서 참여한 줌바 수업에서도 그 장면을 보았다. 좁은 강당에 40여 명이 강사를 향해 네 줄로 서 있었다. 앞줄은 강사의 동작이 한눈에 보였지만, 뒤쪽에서는 앞사람 어깨너머로 흉내 내는 수밖에 없었다. 앞줄은 오래된 회원들이 굳건히 차지하고 있었다. 음악과 리듬 속에 흥겨워야 할 시간이었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긴장감이 공기를 누르고 있었다. 나는 그 사이에서, 자리 하나가 사람들의 마음을 이렇게 흔들 수 있다는 사실을 새삼 느꼈다.

사실 자리 문제는 어디서나 생긴다. 학교든 카페든,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자신만의 자리를 찾고, 빼앗겼을 때 불편을 호소한다. 이것은 단순한 위치 다툼이 아니다. 더 나은 곳을 확보하려는 욕망, 안전하게 머물고 싶은 본능, 그리고 소속감을 확인하려는 마음이 자리라는 작은 무대에서 드러나는 것이다. 자리싸움은 결국 인간이 늘 품고 있는 불안을 보여준다. 그러나 돌이켜보면 자리는 그저 머무는 동안만 의미를 갖는다. 오늘은 내 자리 같지만 내일은 그렇지 않고, 평생 내 자리가 될 곳은 애초부터 없다. 그럼에도 우리는 허상을 붙잡으려 애쓴다. 아마도 우리의 진짜 불편함은 자리 그 자체가 아니라, 그것을 꼭 붙들고 싶어 하는 마음에서 비롯되는 것일 것이다. 유연한 마음으로 바라보면 이야기는 단순해진다. 어디든 잠시 머무는 곳이 내 자리가 되고, 그 순간을 즐긴다면 불편은 줄어든다. 우리가 애써 지키려는 것은 자리가 아니라 안정을 향한 욕망일지 모른다. 그러니 자리에 매이지 않는 순간, 오히려 진정한 안정을 얻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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